해덕파워웨이, 금감원 간부는 감사로 선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담긴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등장하는 전직 국세청 고위공무원이 실제로 옵티머스가 인수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 문건이 조작된 것 같다고 했지만, 실제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과 옵티머스의 연관이 드러난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 고위공무원 출신인 A씨는 올해 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인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에 올랐다. A씨는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6월 30일 사외이사에서 사퇴했다. A씨는 국세청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대전지방국세청장을 거친 뒤 한 세무법인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있다.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투자 로비 의혹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이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사외이사를 맡았던 곳이다. 옵티머스는 2019년 3월 대부DKAMC, 트러스트올, 셉틸리언 등 관계사를 동원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다. 셉틸리언의 경우 이모 전 행정관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부인인 윤모씨가 지분을 50%씩 나눠서 가진 회사로 알려졌다.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에 인수된 이후 옵티머스에 수백억원을 신탁했다.

A씨가 주목을 받는 건 최근 검찰이 확보한 옵티머스의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문건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정황을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가 직접 정리한 문건으로 주목받았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문건에 등장하는 사업이 실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문건에는 '이헌재(전 경제부총리) 고문 추천, 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실제로 남동발전이 옵티머스 대표와 만나 해외 발전소 개발 사업을 논의한 뒤 해당 사업에 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헌 금감원장 등 사정기관 수장들은 문건의 신빙성이 낮다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문건의 내용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문건에는 청와대와 여당, 현직 고위공무원, 금융권 대표 등의 이름이 여럿 등장한다.

옵티머스가 해덕파워웨이를 통해 금융당국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옵티머스가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직후 이 회사는 금감원 간부 출신을 감사로 선임했다. 금감원 국장 출신인 B씨는 한 대형 법무법인에서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금감원에서 근무할 때 주식·채권·파생상품 업무를 담당했고, 지금은 법제처에서 금융·공정거래분야의 국민법제관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B씨가 해덕파워웨이 감사를 맡은 건 옵티머스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인 2019년 8월이다. 당시 공시를 보면 B씨는 최대주주의 추천으로 선임된 것으로 나온다. 해덕파워웨이 최대주주는 화성산업이다. 화성산업의 최대주주는 이모 전 행정관이 지배하던 셉틸리언이다.

금감원 출신 인사들은 이번 옵티머스 사태에서 다양하게 로비 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앞서 또다른 금감원 국장 출신인 윤모씨는 금융권 관계자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서 수천 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