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추가 전세대책? 이제 그만 둬야할 때

조선비즈
  • 연지연 기자
    입력 2020.10.15 06:00

    홍남기 경제 부총리의 사정이 딱하게 됐다. 우선 경기도 의왕시 집을 팔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집을 사기로 한 매수자가 입주를 할 생각이었는데, 전셋값 급등으로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하면서 대출이 막혔고,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 매매계약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운이 나쁘면 홍 부총리는 매수자에게 배액배상을 해주면서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 문 정부가 강행해 입법한 임대차 3법으로 홍 부총리가 피해를 보게되는 셈이다.

    이 뿐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살고 있던 서울 마포구 염리동 전세집에서도 나가야 하는 처지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가 살던 아파트는 최근 2년새 전세가격이 2억5000만원 가량이 올랐고, 그마저도 전세 매물은 두 개 밖에 없다. 전세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홍 부총리를 내보내고 집에 들어가야 하는 집주인 사정을 정확히 모르지만, 살던 셋집에서 나가야 하는 처지였거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위해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해서 이렇게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홍 부총리의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그간 집값을 잡겠다고 수차례 발표한 부동산 대책 때문이다. 1주택자가 아닌 다주택자는 투기꾼이고, 주택으로 얻은 시세 차익은 불순해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내놓은 비과세 요건 강화 정책에, 설익은 임대차 3법 도입이 결정타를 날렸다.

    임대차 3법은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전세 가격이 1년 이상 연속으로 오르자 정부가 강행한 법안이었다. 서민을 위하는 일이라고만 믿다 보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논의 과정은 생략해버렸다. 이에 따른 결과가 바로 홍 부총리의 사례다.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이 이런 일을 겪는데 평범한 서민들의 상황이 더 나을리 없다.

    서민들은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이미 근저당권 설정을 통해 새 매수자에게 주택 명의를 더 빨리 넘겨주거나 소정의 이사비와 위로금을 주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제 살길을 찾고 있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일처리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게 바로 임대차 3법 도입에 따른 결과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 상당수가 이렇게 이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 부총리의 사정을 딱하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충분히 예상됐던 일인데 직접 겪어보니 어떻느냐는 차가운 반응 뿐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격 안정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세 가격 안정화를 위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이 ‘더 이상 뭘 하려고 들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차갑다 못해 무서운 반응이다. 이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감은 이미 바닥이다. 앞선 23번의 대책에서 모두가 경험했다.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올랐고 전세가격이 더 올랐다. 근본처방이 잘못된 탓이다.

    전세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전세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정책과 맞물려서는 전세 공급을 늘릴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려면 시장에 임대주택을 제공해온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았던 과오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 논리로 그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걸 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아무도 정부의 추가 대책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세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하고자 대책을 내놓겠다면, 적어도 23번의 정책 대신 23번의 실책을 내놓은 정책 수장은 바꿔야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신뢰도가 높아진다. 이젠 그만 두는 편이 낫겠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대책 내놓기를 그만두든, 자리를 그만두든 뭐든 하나는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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