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디지털 플랫폼 기업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
김경수 "출산율 높이려면 지방에 광역교통망 필요"
원희룡 "취업·창업과 소득 지원으로 10만 인재 양성"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는 마치 차기 대선주자들의 공약 발표회를 방불케 했다. 회의에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여권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잠룡인 김경수 경기지사, 최근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힌 야권 잠룡 원희룡 제주시가 참석해 각자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비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자체장들이 "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뉴딜관련 사례를 소개한다"고 설명했지만, 대선주자들의 시선은 '대한민국'에 가 있었다. 이 지사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배달앱'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김 지사는 "청년들이 서울로 몰려들지만 출산율은 가장 낮다"면서, "비(非)수도권에도 광역 대중교통망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가 운영하는 '더큰내일센터'를 설명하면서 "전국으로 확산해 미래혁신인재 10만명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배달앱과 지역화폐 연계"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공공배달앱'을 설명하면서, 미국 이야기로 화제를 꺼냈다. 그는 최근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분과위원회에서 보고서를 하나 냈다"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이 심각한 문제이고, 이제 분할을 고려해봐야 할 때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미국)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 문제가 경제 현안 전면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 하원 법사위는 작년 6월부터 페이스북, 애플, 구글 아마존을 대상으로 플랫폼 반독점 조사를 했다.
이 지사는 "디지털 경제에서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고 소비자가 과중한 부담을 지게 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 사례로 '배달앱'을 들었다. 그는 이어 "경기도는 도민의 참여를 통해 데이터 주권을 확립하고 공정한 시장 경제를 조성하기 위해, 디지털 SOC(사회간접자본) 일환으로 공공배달앱을 추진해 다음 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의 공공배달앱에 대해 "플랫폼 산업 불공정 해소로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은 아니겠지만, 시범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된 '지역화폐'도 언급했다. 그는 "공공배달앱은 지역화폐와 연계해 골목경제와 지역경제가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광역 대중교통망 非수도권에도 만들어야"
경남은 부산·울산과 함께 생활권·경제권을 통합하는 '동남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려면 부·울·경을 거점을 잇는 광역 대중교통망이 필요하다. 김 지사는 그 이유를 '출산율'에서 찾았다.
김 지사는 지방에서 유출된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수도권이라도 잘 살면 다행인데 수도건 시민들의 삶의 질도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는 "출신율이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곳이 서울"이라며 "서울로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모두 몰려드는데 정작 출산율은 가장 낮다"고 했다. 이어 "이제 균형발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행정통합을 넘어서는 생활권과 경제권 중심의 유연한 권역별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를 낳는 이유를 김 지사는 광역 대중교통망에서 찾았다. 그는 2014년 이후 수도권 광역철도에 3조원 이상 투자됐지만 비수도권에는 2000억원이 투자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서울에서 강원 춘천은 전철 한 번(경춘선)이면 갈 수 있지만, 창원과 울산은 물론 창원과 부산도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일은 일자리가 많은 경남에서 하고, 놀기는 즐길거리가 많은 부산에서 하고 싶어도 불편하다"며 "일자리와 즐길거리가 통합돼 있는 수도권으로 가자고 해서 경남에서 한 해에 20~30대가 1만2000명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 권역별로 광역 대중교통망을 비수도권에도 만들어야 지역균형 뉴딜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
제주는 2년 전부터 '제주더큰내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이나 창업 등 직업을 탐색하는 일정 기간 동안 생활을 지원하고, 교육 훈련과 프로젝트 사업비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원 지사는 "청년을 대상으로 2년간 취·창업 훈련을 지원하면서, 경제적 걱정이 없도록 하는 취·창업 지원과 소득 지원의 결합된 모델"이라며, "전국을 확산해 미래혁신인재, 대한민국 인재 10만명을 양성하는 계획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이날 발표 제목은 '제주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다. 신재생에너지를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다. 원 지사는 "제주의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이) 신재생에너지 14.4%로 정부 목표치의 70%를 이미 넘어섰다. 햇볕과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차가 이미 2만 대를 돌파했다"며 "충전서비스특구와 폐배터리 산업화 지원센터를 이미 운영하고 있고, 스마트그리드를 전국 최초로 실증하여 이에 기반하여 해상풍력 상업화도 이미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문 대통령 앞에서 '전력거래 자유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는 전력회사가 전력 거래를 독점하고 있어 제주서 아무리 풍력으로 전력을 생산해도 받아주지 못한다"며 "독점을 타파해 모든 국민이 전력을 자유롭게 사고, 팔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프로슈머(prosumer)' 시대를 앞당겨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원 지사는 "2023년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제주에서 유치하고자 한다"며 "중앙정부에서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문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최문순 "오늘은 감자 대신 액화수소 팔러 나왔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지사는 발표를 시작하면서 "오늘 대통령께서 한국판 뉴딜의 중심에 지역이 있다고 한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비문(非文)인 이 지사도 "먼저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 각별히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인 원 지사는 그런 인사 없이 "대통령께서 큰 관심을 가져주시는 그린 뉴딜을 제주는 적극 지지한다"라고만 했다. 세 사람의 발표가 KTV 국민방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가운데 이 지사의 지지자들과 김 지사의 지지자들은 실시간 댓글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지사와 원 지사는 발표 내용을 요약한 메모를 보지 않고 준비한 발표 자료를 넘기면서 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손에 메모를 들고 가끔씩 보면서 발표했다. 발표 시간은 이 지사와 원 지사가 각각 5분, 김 지사가 7분으로 김 지사가 가장 길었다.
이날 허태정 대전시장은 'AI 기반 지능형 도시'를, 김영록 전남지사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최문순 강원지사는 '액체수소 분야 기술을 개발·활용한 신산업 성장'을 발표했다. 최 지사가 "오늘은 감자 대신 액화수소를 팔러 나왔습니다"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웃었다. 최 지사는 지난 3월 농가들이 감자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소셜미디어(SNS)로 판촉에 나서 전부 판매에 성공시켜 '완판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