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잔액 700조 돌파…내집마련·전세 수요 지속
기업대출, 대기업 줄고 中企 더 늘고… "코로나 재확산 여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영끌 안타깝다" 발언에도 빚을 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는 흔들리지 않았다. 9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00조원을 돌파했다. 전세가격 급등에 따라 전세대출 규모도 대폭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액도 전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9월 중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70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비해 6조7000억원 늘어나면서 잔액이 70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을 총망라했지만 내집 마련 수요는 끊이지 않았다.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규모는 2015년 4월(8조원), 올해 2월(7조8000원), 2015년 10월(6조9000억원), 2015년 6월(6조8000억원)에 이은 역대 다섯 번째 수준이다. 9월엔 사전에 승인된 집단대출이 실행되면서 증가규모가 확대된 영향도 반영됐다.
전세가격 급등으로 전세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도 주택담보대출을 밀어올렸다. 9월 전세대출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조원 늘었다. 다만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000호, 경기는 1만4000호로, 전월(1만1000호, 2만2000호)대비로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전월(11조7000억원)의 뒤를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조원 늘어났다. 공모주 청약,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추석 상여금이 들어오면서 증가폭이 한 달 전(5조7000억원)에 비해 축소됐다.
향후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서는 상하방 요인이 혼재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정부가 총량 관리에 나선 반면 통상 4분기 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대출 증가액은 5조원으로 전월(5조9000억원)대비 줄었지만 기업 규모별로 대출액이 엇갈렸다. 유동성을 확보한 대기업의 대출은 2조3000억원 줄어 전월(-1000억원)에 이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7조3000억원 늘어 전월(6조1000억원) 대비 늘어났다. 그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3조40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한 어려움이 아무래도 대기업 보다는 소상공인 쪽에서 있었던 만큼 자금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책당국의 금융지원이 중소법인, 소상공인 위주로 진행되는 점도 반영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