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돈의 중국 마케팅 (107) 줄임말로 읽는 중국 <4>

조선비즈
  • 오강돈
    입력 2020.10.13 11:11

    ‘14∙5(十四五)’·‘13∙5(十三五)’ 등 숫자와 함께 말 줄여 쓰는 경우 흔해
    ‘신5(神五)’는 ‘중국 유인 우주선 공정 신주(神舟) 5호(五号)’의 줄임말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을 웬만큼 활용하려면 중국 소비자를 내수시장 분석하듯이 알아야 할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와 시장이 쓰는 ‘말’ 문화는 당연히 시사점이 있다. ‘말'은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본토 기업들은 ‘말’ 문화도 중국 마케팅에 이용한다.

    앞선 글에서는 중국 시장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줄임말’ 즉 축약어를 정의하고, 기본적 용례와 특히 ‘회(会)’가 들어가는 줄임말 사용의 다양한 경우를 알아 보았다. 여러 나라들과 같이 중국에서도 ‘줄임말’을 써온 전통은 오래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이 자판(键盘∙건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줄임말 사용은 더욱 많아졌다. 중국어 자판 입력방식(输入法∙수입법)이 영어 철자를 먼저 쓰고 나서 중국어로 변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누리꾼들은 입으로 하는 말이나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속도를 디지털 세상에서 반영하기 위하여 말을 축약하고 또 줄인다. 또 누리꾼들 사이에서의 재미와 문화로 줄임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숫자와 함께 말을 줄여 쓰는’ 사례를 소개한다. 숫자와 함께 말을 줄여 쓰는 경우는 한국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5중주, 5원소, 5광, 5대양 6대주, 서해5도, 이북5도, 3색, 3군, 3위일체, 3권분립, 양반, 4계 등등 우리의 주변에서 다양한데, 공식적인 ‘말’도 있는 반면에 그저 ‘말장난’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

    중국에서도 이렇게 ‘숫자와 함께 말을 줄여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말은 내용을 모를 경우 자칫 암호와 같이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아 두면 도움이 되겠다. 줄임말 사례들을 통해 중국 시장과 소비자를 가늠하고 읽어 본다.

    중국에서 ‘13∙5(十三五)’라고 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열세번째 경제 5개년 계획’으로 이해된다. 위 사진은 ‘13∙5(十三五)’를 ‘위(为)하여 힘내자(加油)’는 한 중국 매체의 캠페인.
    중국에서 ‘14∙5(十四五)’라고 하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열네번째 경제 5개년 계획’으로 이해된다. 마찬가지로 ‘13∙5(十三五)’, ‘12∙5(十二五)’도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인 중국의 경제계획은 1953년부터 시작된 5년단위의 ‘중국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5년 규획(规划) 강요(纲要)’를 기본으로 한다.

    중국 국민경제 5년 규획의 배경을 보자면, 이것은 소련의 ‘국민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을 참고하여 시작한 것이다. 소련에서도 ‘5(Пяти∙뺘찌) 년(лет∙롓) 까(ка∙종결어미)’라고 줄임말로 불렀다. 소련의 경제계획은 1928년부터 시작되었다. 북한의 김정은도 2021년 새로운 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한다고 했다. 북한의 경제계획은 1954년부터 시작되었는데 3개년계획, 5개년계획, 7개년계획 등이 뒤섞여 있다. 한국도 1962년부터 경제개발 1차 5개년계획을 시행했던 바 있다.

    중국에서 ‘신5(神五)’라 하면 ‘중국 유인 우주선 공정 신주(神舟) 5호(五号)’의 줄임말로 알아 듣는다. 마찬가지로 ‘신1(神一)’, ‘신12(神十二)’등도 있다. 2003년 ‘신5’에 처음 사람이 탔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더욱 의미를 부여한다.

    중국에서 ‘신5(神五)’라 하면 ‘중국 유인 우주선 공정 신주(神舟) 5호(五号)’의 줄임말로 알아 듣는다. 마찬가지로 ‘신1(神一)’, ‘신12(神十二)’등도 있다. 2003년 ‘신5’에 처음 사람이 탔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더욱 의미를 부여한다. 위 사진은 유인우주선 ‘신5(神五)’의 지구귀환을 ‘집에 돌아옴(回家·회가)’으로 표현한 보도.
    중국의 많은 국영기업들은 숫자로 불리운다. ‘중건(中建)1’은 ‘중국 건축 1국 그룹 주식회사’의 줄임말이다. 이런 식으로 국영기업 ‘중건(中建)18’ 등이 이어진다. 또 ‘중철(中铁)1’은 ‘중국 철도건축 1국 그룹 주식회사’의 줄임말이다. 이렇게 국영기업 ‘중철(中铁)16’ 등이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초기 공업 밀집 지역인 동북지방 하얼빈의 경우로 예를 들어 보면 ‘4창(四厂)’ 은 제약공장, ‘6창(六厂)’은 화공공장, ‘120창(一二零厂)’은 군수공장, ‘935창(九三五厂)’은 전기공장 등으로 간주되었다. 중국 각 도시의 병원은 1의원, 2의원 등으로 불리우고 중고등학교는 1중학, 2중학 등으로 부른다.

    예로부터 ‘5행(五行)’, ‘3강(三纲)’, ‘5륜(五伦)’, ‘3국(三国)’ 등 숫자와 함께 몇개의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었지만, 근현대의 중국에서도 이렇게 숫자와 함께 말을 줄여 내용을 표시하는 방법은 계속되었다.

    청말과 신해혁명으로 이어진 전환기 이후에는 ‘민족(民族)·민권(民權)·민생(民生)’의 ‘3민 주의’가 주창되었다. 나중에 중국공산당의 모택동은 그 권력의 기반을 농민으로 보고 ‘3농’을 현대 중국의 중대 과제로 삼았다. 모택동의 ‘3농’은 ‘농업·농민·농촌’이다. 중국공산당은 시시때때로 권력과 조직을 단속하기 위해 정풍 운동을 벌였다. 대개의 경우 문제를 세가지로 압축하고 이것의 정풍을 ‘3정(三整)’이라 규정했는데, 3정의 내용은 정풍의 목적에 따라 변화했다.

    21세기로 넘어오는 2000년 강택민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중요한 변화를 선언했다. 그것은 ‘3개(三个) 대표’ 사상인데 중국공산당이 ‘농민과 노동자 위주 중국인민의 이익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이제 ‘선진 생산력'과 ‘선진 문화’까지 모두 ‘3개’를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선진 생산력'의 숨은 뜻은 ‘자본가’이고, ‘선진 문화'는 ‘지식인'을 의미한다. 강택민 주석의 ‘3개 대표' 선언 이후 중국공산당은 ‘자본가’와 ‘지식인'을 대거 입당시켜 이를 뒷받침했다.

    중국의 ‘3지1부(三支一扶)’ 정책이 있다. ‘3지(支)’는 ‘가난한 농촌에 대한 세개의 지원’인데, ‘농업지원(支农·지농), 의료지원(支医·지의), 교육지원(支教·지교)’이다. ‘1부(扶)’는 ‘빈곤층에 대한 부조(扶贫·부빈)'이다. 관련하여 대학교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3지1부’ 시험이 존재한다. 매년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 일정 숫자의 인원을 모으고 2년이상 농촌의 의료, 농업, 교육 분야에서 일하게 하는데, 이들에게는 금전과 기타 우대 혜택이 있다. 위 사진은 ‘3지1부’ 지원자(志愿者) 훈련회(培训会) 현수막.
    중국의 ‘3지1부’ 정책이 있다. ‘3지(支)’는 ‘가난한 농촌에 대한 세개의 지원’인데, ‘농업지원(支农·지농), 의료지원(支医·지의), 교육지원(支教·지교)’이다. ‘1부(扶)’는 ‘빈곤층에 대한 부조(扶贫·부빈)'이다. 관련하여 대학교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3지1부’ 시험이 존재한다. 매년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 일정 숫자의 인원을 모으고 2년이상 농촌의 의료, 농업, 교육 분야에서 일하게 하는데, 이들에게는 금전과 기타 우대 혜택이 주어진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GM∙CJ의 국내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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