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가 상업용 부동산 살릴까… "오피스는 기대감, 상가는 울상"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10.13 06:00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타격을 입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아올지에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2일 0시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하자 리츠(REITs)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리츠(부동산 투자신탁)는 투자자의 돈을 모아 오피스, 레지던스, 물류센터, 호텔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임대료·매각 차익)을 배당 방식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삼성증권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로, 전통 리츠(REITs)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매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미국에서 리츠가 투자한 소매점(리테일)과 다세대주택(멀티패밀리)의 임대료 회수율이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는 등 경제재개 조짐이 확인된다는 것도 이런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꼽혔다.

    리츠는 올해 초만 해도 저금리 기조에 대응할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 상승 우려가 커졌고 이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리츠가 속출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이제 반전 기대감이 고개를 든 것이다.

    서울 마포구 일대 전경. /조선DB
    오피스 시장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공실 우려가 커진 상황임에도 수도권에서 굵직한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는 등 긍정적인 조짐이 이미 나타난 상태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분당권 오피스(3300㎡ 이상) 매매 거래액은 2분기(1조9000억원)의 두배 수준인 4조5413억원을 기록했다. 분기별 거래액이 4조원 넘은 건 역대 세번째다.

    저금리 기조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주거시설에 비해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적다는 이점이 작용하면서 오피스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안전의식이 강화한 영향으로, 오피스의 인(人)당 면적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반면 상가 시장의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오히려 자영업자의 붕괴가 초래할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거리두기1단계 완화로 인해 죽은 상권이 쉽사리 살아나기 쉽지 않다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오프라인 상가 시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율은 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 수익률은 1분기보다 0.13%포인트(p) 감소한 1.18%에 그쳤다. 서울 상가 전체의 2분기 공실률은 7.9%였다. 특히 △이태원 29.6%, △압구정 16.1%, △성신여대 10%, △명동 9.4% 등 주요 상권은 작년 연말보다 공실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321개로, 1분기(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5.4%) 줄었다. 특히 음식업 상가는 올해 1분기 13만4041개에서 2분기 12만4001개로 1만40개(7.5%)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찾지 않아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조선DB
    경매 시장에서도 상가의 인기는 식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업무상업시설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 수는 전월(1362명) 보다 23.8% 줄어든 1038명에 그쳤다. 업무상업시설의 총 응찰자 수는 7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코로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10월 업무상업시설 경매 총 응찰자 수는 1000명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임대인(상가 건물주)보다 임차인(자영업자)에게 유리한 시장’이라는 심리가 커진 것도 상가 거래 시장 위축 요인으로 꼽는다.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 상황이 발생하면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부여하고, 일방적 임대차 계약 해지 기준인 임대료 연체 유예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통과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임대차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 ‘지금은 임대인보다는 임차인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지는데는 영향을 줬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상가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 완화가 내수 진작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가 공실 증가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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