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2조원 규모 LNG선 수주

상반기 극심한 수주 절벽에 시달렸던 조선 3사가 연말 막판 몰아치기에 나섰다. 조선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이 12일 유럽 선사로부터 18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총 6척을 따내면서 실적 회복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 수주로 인해 올해 수주 가뭄에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총 수주금액은 약 33억달러로, 이번 수주로 목표 수주량(72억1000만달러) 달성률을 기존 24%에서 46%로 한 번에 높였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의 시운전 모습.

선주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ARCTIC(북극) LNG-2’ 프로젝트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 기업 노바텍은 1·2차에 걸쳐 이 프로젝트에 투입될 총 25척가량의 쇄빙 LNG선 발주를 추진해왔다.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는 가스 운반선인 쇄빙 LNG선은 선가가 일반 LNG선보다 50% 비싼 3억달러(약 35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2014년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이 선박을 세계 최초로 수주했던 대우조선은 그동안 2차 발주 물량을 수주할 유력 주자로 꼽혀왔다. 이번 공시에 명시된 LNG 운반선 한 척당 계약금액 규모도 3000억원을 넘어 북극에서 생산하는 가스를 실어나를 쇄빙 LNG선일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의 ‘단비’ 같은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 LNG선 발주에 대한 조선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LNG선은 한국이 점유율 80~90%를 유지하며 사실상 독점해온 시장이다. 러시아와 모잠비크 LNG선 건조 계약은 1년가량 지연됐다가 이제 추진될 기미가 보이는데, 총 40억달러(약 4조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부진했던 상반기 수주 실적을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는 규모라 각사의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노바텍이 1차로 발주한 쇄빙 LNG선 물량 15척 중 5척을 수주했던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나머지 10척도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국영 조선소 즈베즈다와 쇄빙 LNG선에 대한 설계 계약을 맺는 등 러시아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임박한 다른 대규모 LNG선 발주로는 모잠비크 프로젝트가 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은 모잠비크 가스전에서 생산한 LNG를 운반하기 위해 연말에 16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8척씩 건조의향서(LOI)를 맺고 발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 8월 말 수주가 예상됐지만, 용선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전 세계 선박 발주는 줄어들었지만, 굵직한 LNG선 소식들이 남아 한국 조선소의 하반기 수주는 상반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일러스트=양승용

올해 상반기부터 국내 조선 3사는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9월 글로벌 누계 선박 발주량은 9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작년(2003만CGT)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9월 말 전 세계 수주잔량 또한 6806만CGT로 지난 2004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국내 빅3 또한 수주는 부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수주 목표 달성률은 현재 각각 34.5%, 23.6%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이번 LNG 운반선 소식 이전에는 목표금액의 24%만 수주한 상태였다. 지난 상반기에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세계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10월 한 달에만 5조원가량의 LNG선 발주가 몰렸었다"면서 "조선사들이 기존에 세웠던 수주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변경하지 않은 것을 보면 LNG선 수주에 성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