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택배가 안와요"... 배송대란 못 피한 CJ대한통운

조선비즈
  • 안소영 기자
    입력 2020.10.12 15:29 | 수정 2020.10.12 16:11

    "추석 전에 주문한 떡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어요. 바빠서 배송이 늦어지나 보다 했는데, 배송기간이 2주를 넘기니 상했을까 봐 걱정되네요. 배송 조회도 안 돼서 답답할 따름입니다" - 직장인 최모(29)씨

    "택배 배송이 늦어서 구매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물건이 물류센터에 멈춰있는지 확인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수십 통 걸어도 연락이 안 됩니다. 일단 홈페이지에 배송 지연 공지부터 올렸네요."- 쇼핑몰 운영자 이지영(31)씨

    전국 곳곳에서 택배 배송 지연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늦어도 2~3일 내 배송되던 택배가 1주일 넘게 오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인 탓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량이 늘어난 데다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물류대란’이 벌어지자 소비자도 택배 기사도 답답함을 호소 중이다.

    ◇ "추석 전 시킨 택배가 아직도 안 와요"… 택배 대란에 답답한 소비자들

    CJ대한통운은 추석 전부터 ‘배송 지연 현상’을 안내해왔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1일 올린 공지에서 "최근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추석 선물 등 물량 증가로 인해 일부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CJ대한통운 물류창고 사진. CJ대한통운은 간선차량 문제로 택배물량을 쌓아놨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증권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3분기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3분기 대비 27% 늘었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는 8월 중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물동량도 1000만개를 돌파하면서 지난해 일평균 물동량(400만~600만개)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대한통운에 근무하는 직원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15시간 이상 일하는데도 오더가 쏟아진다"며 "인력, 차량은 제한적인데 물량은 끝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원도 "앞서 다른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이 분류 작업 업무에 지원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배송지연은 온라인상에서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 ‘CJ 택배 배송조회’는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올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택배가 산처럼 쌓인 허브센터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상하차하겠다는 아르바이트가 없어서 관리자들도 내려놓은 상태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지연된 택배 물량은 극히 일부"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은 간선차량 문제로 택배를 쌓아놨던 것으로, 당일에 해결된 물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글은 여전히 화제를 모으며 택배 이용자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다.

    물류대란에 소비자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택배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모두 3만480건이었는데 이중 약 15.4%(4680건)가 9~10월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로나19로 택배가 잇따라 지연되고 있어 소비자 불만 접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택배 기사도 살인적인 노동강도 시달려… "실질적인 대책 내놓아라" 목소리 커져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기사들이 체감하는 노동강도도 살인적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지난 10일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노동자 821명은 주당 71.3시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하루 평균 분류작업은 35%, 배송작업은 2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한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을 마친 뒤 배송 준비를 위해 차에 택배 상자를 싣고 있다./연합뉴스
    업무량이 늘자 휴식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택배노동자들은 평균 12분 안에 점심을 해결하고 있으며, 4명 중 한명은 식사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부터 지난 8일까지 과로사한 택배 기사만 해도 8명에 달한다. 택배노동자 10명중 8명(80.4%)은 "과로사는 나도 겪을 수 있는 일로, 많이 두렵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류작업 인력 증원, 배송수수료 인상 등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추석 연휴 정부와 택배기사가 긴급인력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후에도 배송지연이 이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12일 서울 노원구 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우리는 추석연휴기간 택배노동자가 또다시 쓰러질 것이라고 정부와 택배업계, 정치권에 호소하고 또 호소했는데 정부와 택배업계가 발표한 분류작업 인력투입 약속은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택배기사 4400여명은 주말 배송 중단까지 나설 계획이다. 대책위는 "8일 과로사로 사망한 김원종씨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2주간 추모기간을 정하고, 토요일 배송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 사이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토요일 배송 중단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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