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글 앞에 느려지는 공정위, '보여주기식 조사'는 곤란하다

조선비즈
  • 최효정 기자
    입력 2020.10.12 15:30

    "공정위가 2016년부터 (구글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여당 의원이 이같이 질타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순간 당황해하며 "빠른 시일내 (사건이 전원회의에) 상정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에 자사 앱을 우선 탑재 하도록 강요한 혐의, 국내 게임사에 자사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글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공정위는 별개 사건으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정위의 구글 조사 사건은 하나가 더 늘었다.

    공정위의 구글 조사는 시작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태 감감 무소식이다 최근에야 연말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때문에 공정위는 유독 구글에 대해서는 대응이 소극적이고, 사건 처리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건 처리 속도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이 역차별 당한다’는 불만이 나올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발표한 네이버 쇼핑, 동영상, 부동산 서비스에 대한 제재는 2018년 조사 착수 2년만에 전원회의 의결까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수수료율 30% 강제 등 구글의 ‘갑질’은 결국 모바일운영체제(OS)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본질이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대체 가능한 OS가 없는 상황이어서 업체들에게는 실질적으로 거부할 자유도 없다. 구글의 시장지위 남용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앱 시장의 구글 종속은 점점 심화될 수 있다. 디지털경제 핵심인 앱 생태계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 상황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안보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네이버에 대해서는 국외사업자(이베이) 신고가 있었지만 구글에 대해서는 그간 단 한 건의 신고가 없었던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질의를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미 구글의 결정에 국내 앱 사업자들이 반기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종속이 심화된 것이 아니냐는 뜻이었다.

    한국 공정위의 늑장 대응은 구글 문제를 반(反)독점 사건으로 대응하는 미국, EU(유럽연합)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적극적인 행보와도 비교된다. EU 경쟁위원회는 지난 2018년 구글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5조7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도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브라우저인 크롬과 광고 사업 부문에 분할 매각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는 구글의 인앱결제 방침이 제기됐을 당시에는 ‘시장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고, 구글이 최종 강행 결정을 내린 뒤에서야 "위법성 여부 확인 후 조사 착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인앱조사가 ‘보여주기식 조사’로 그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 스스로 조직의 미래가 플랫폼 등 신산업 문제 해결능력에 달렸다고 평가한 만큼 구글의 OS독점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구글 문제에 대해 "해당 시장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경쟁을 복원하기 위해 구조적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조성욱 위원장의 국감 증언이 ‘헛구호’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경쟁이 죽은 시장에 ‘경쟁’을 복원할 수 있는 정책의 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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