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까지 합치면 7만6000대 규모 대규모 리콜

현대자동차가 화재가 잇따른 코나 일렉트릭(전기차)에 대해 대규모 리콜(자발적 시정조치)을 실시하면서 LG화학(051910)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이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 셀 분리막 불량 때문이라는 잠정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등 국내 업체와 중국 CATL 등으로 배터리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중에 있었다.

코나 일렉트릭.

국토부는 8일 코나 전기차에 대한 자발적 제작결함시정(리콜) 조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2017년 9월 말부터 2020년 3월 13일까지 생산된 코나 일렉트릭 2만5600대다. 여기에 현대차가 국내에서 생산해 유럽에서 수출한 코나 전기차 약 5만대도 조만간 리콜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합치면 모두 7만6000대에 달한다.

국토부는 코나 전기차 화재가 LG화학이 생산해 공급한 배터리 셀 결함이라고 명시했다. 국토부는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해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조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된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LG화학의 제조 공정 불량 문제란 것이다.

코나 전기차에는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셀을 현대차와 LG화학의 배터리 제조 합작사인 에이치엘(HL)그린파워가 배터리팩 형태로 만들어 납품한다. 현대모비스는 자사가 제작한 BMS와 냉각 시스템 등을 함께 결합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구성 부품.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는 LG화학이 만드는 배터리 셀 문제로 잠정 결론이 났다.

◆해외 판매 코나도 리콜 가능성 높아

LG화학에 주된 책임 소재가 있는 잠정 결론이 나면서 향후 배터리 교체 비용은 LG화학이 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게 배터리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 정도 결론까지 낸 경우 LG화학이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원인조사 및 향후 안정성 강화 비용 비용도 들어간다. 전기차 사상 첫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인한 이미지 손상을 복구하는 비용도 들어간다. 이 부분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012330)등도 지출해야 한다.

최근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소된 코나 일렉트릭.

지난 2016년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불량으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삼성전자(005930)는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약 7조원대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비용은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와 함께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나 일렉트릭은 스위스에서 경찰차로 사용되는 등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되어 수출된 5만대 가량이 리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LG화학은 자사 책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LG화학은 이날 오후 "리콜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잠정 결론을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LG화학의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계는 향후 현대차가 LG화학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안전성과 신뢰도가 중요한 배터리 특성상, 제조 공정에서 불량을 낸 업체 제품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당시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결함으로 신형 제네시스가 소음, 진동 문제를 겪자 이후 신차용 타이어에서 한국타이어를 사실상 제외했다"며 "신뢰가 중요한 자동차 산업 특성상 현대차가 강수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5년 타이어 결함 문제 재연" 분석도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전신(前身)인 에쿠스 1, 2세대 모델에 한국타이어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등 한국타이어와 끈끈한 관계였다. 그런데 2015년 출시한 제네시스 EQ900(현 G90)에서 미쉐린과 컨티넨탈제 타이어로 바꾸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가 당시 수입 타이어로 노선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로 2015년 한국타이어가 제네시스용으로 공급한 타이어의 품질 논란을 꼽는다. 현대차는 당시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한 신형 제네시스(BH)를 출시했다가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소음 문제가 발생하자 4만3000대 규모의 리콜을 시행했다. 이때부터 양사의 사업상 관계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출시한 제네시스 G80과 신형 그랜저 등 주요 신차에 한국타이어 대신 미쉐린 등 수입 타이어를 기본 장착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에 내놓는 아이오닉5 등 신형 고급 전기차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1차로 탑재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탈(脫)LG화학 행보를 계속해왔다. 현대차가 내년에 출시하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적용 전기차 1차분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096770)이 선정된 게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중국 CATL과 함께 2차분 공급사로 선정됐다. 현대차가 체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한다. 기아자동차니로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공장을 방문하는 등 삼성과의 협력에 나선 것도 결국 배터리 다변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단 둘이 공개적으로 회동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정몽구 회장 등 선대에서는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이 삼성 계열사 사업장을 직접 방문한 전례가 없다. 현대차는 삼성SDI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