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카이스트, 분자 성질 바꾸는 ‘마스터키’ 개발

조선비즈
  • 김윤수 기자
    입력 2020.10.09 03:00

    분자의 화학반응 조절하는 열쇠 ‘작용기’
    수많은 종류 있어 활용 복잡하고 어려워
    금 전극으로 만든 ‘만능 작용기’로 단순화

    분자의 반응성을 바꾸는 만능 작용기를 표현하는 그림. 금으로 이뤄진 전극 위에 분자들이 결합해있다. 전극을 통해 전기를 가하고 전압을 조절하면 분자의 반응성을 바꿀 수 있다./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분자의 성질을 바꿔 필요에 따라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마스터키(만능열쇠)를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백무현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부단장과 한상우 카이스트(KAIST) 화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압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이날 게재됐다.

    연구나 산업 분야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들을 서로 화학반응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반응성도 조절해야 한다. 반응성은 물질이 얼마나 활발하게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성질이다.

    1937년 미국 화학자 루이스 하메트는 물질의 반응성은 ‘작용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질은 분자로, 분자는 다시 여러 원자들로 이뤄져 있다. 분자를 구성하는 일부 원자들이 이루는 특정한 구조가 작용기다.

    서로 다른 물질들도 같은 작용기를 갖고 있으면 공통된 성질이 나타난다. 가령 메탄올, 에탄올 등 알코올 물질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하이드록시기(OH)는 산소(O) 원자와 수소(H)로 이뤄진 작용기다. 물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이것을 가진 물질들은 물에 잘 녹는다. 카보닐기(CO), 나이트로기(NO2) 등 다른 고유의 특징을 갖는 다양한 작용기가 존재한다.

    작용기에 따라 분자 속 전자의 밀도와 배치가 달라지고, 이것이 반응성의 차이를 만든다. 화학반응은 분자가 갖고 있는 전자를 매개로 결합·분해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작용기에 전기를 가하면 전자 밀도를 바꿔 반응성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하기 위해 작용기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전기를 가해야 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작용기의 수가 매우 많고 하나의 분자에도 여러 작용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활용하기에 비교적 복잡하고 어려웠다.

    연구팀은 금(金)을 이용해 만든 전극으로 반응성 조절 방식을 일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금 전극에 분자를 결합시키고 전압을 조절하며 전기를 가하면 전자 밀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분자에 전기를 가하기 위한 열쇠인 작용기들을 금 전극이라는 하나의 마스터키로 대체한 것이다.

    만능 작용기를 활용해 ‘에스터 가수분해’ 반응을 조절하는 그림. 양(+)전압을 가하면 반응성이 높아지고 음(-)전압을 가하면 반대로 낮아진다./IBS 제공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 ‘에스터 가수분해’, ‘스즈키-미야우라 교차 짝지음’ ‘아미드화 반응’ 등 실제 연구·산업현장에서 물질 합성을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화학반응들을 쉽게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산업 전반에 상용화하고 촉매로도 응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백 부단장은 "하메트 이후 80여 년간 유기화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돼 온 전통적인 방법론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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