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이스타항공 재매각…이상직·코로나 리스크에 인수자 찾기 어려워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10.07 06:00

    이스타항공이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재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항공업계 부진과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큰 부담이다. 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 수백명의 해고 직원 문제 역시 인수자가 떠안아야 한다.

    지난 3월 2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내 이스타 항공 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 ‘한성항공 시나리오’가 유일한 회생 방법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 흥국증권, 법무법인 율촌 등을 통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8곳의 후보자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스타항공의 운수권,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항공기, 인력 등은 매물 가치로 꼽힌다.

    이스타항공은 새로운 인수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난 3월부터 운항 중단(셧다운)에 들어갔는데, 재운항을 위해선 최소 150억원이 필요하다. 셧다운 후 반년 넘게 매출이 없는 이스타항공은 외부 조력 없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향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도 유동성을 지원해줄 수 있는 인수자가 있어야 법원에서도 회생계획안을 인가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에도 새로운 인수자의 자금 지원 계획이 포함돼야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상 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다. 채권자들이 계획안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 동의하면 최종 인가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 변제자금 조달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일반 회생 절차보다 조기 구조조정이 가능하고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 조정도 신속하게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이 M&A를 먼저 진행하면 회생절차 과정에서 채무가 동결·탕감되기 때문에 인수자로서는 부담이 크게 준다.

    한성항공 사례가 언급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05년 8월 운항을 시작한 한성항공은 2008년 10월부터 경영난을 겪으며 운항을 중단했다. 이듬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기에 앞서 M&A를 통한 기업 정상화도 추진, 신보창업투자를 사전 예비인수자로 선정한 뒤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법원은 한성항공의 회생 자구노력을 높게 평가해 회생 계획안을 인가했다. 이후 한성항공은 9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지금은 티웨이항공(091810)으로 사명을 바꿔 국내 3위 저비용항공사(LCC)로 성장했다.

    이상직 무소속 국회의원(오른쪽부터),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 아들 이원준씨. /이스타항공 직원 제공
    ◇ 각종 이스타항공 리스크가 매물 가치 떨어뜨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인수자가 나타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코로나19 백신조차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 산업에 진출할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여객 인원은 지난해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수개월 내 항공 산업이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글로벌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한항공(003490)이나 아시아나항공(020560)처럼 대형 항공기나 화물기가 없는 탓에 화물 사업으로 여객 사업 공백을 메울 수도 없다. 최근 LCC들이 연달아 무급휴직에 들어가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다.

    정치적 리스크도 큰 부담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와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이상직 의원의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국정감사에서도 이스타항공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상직 의원·이스타항공 비리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의원의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이스타항공 측의 후원금 불법모금 의혹 등을 제기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과 교수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얻을 이점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며 "인수자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헐값에 매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대금을 크게 낮춰야 새로운 인수자가 이스타항공의 각종 리스크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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