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대료 깎아주고도 욕먹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선비즈
  • 김민정 기자
    입력 2020.10.05 12:01

    "이미 2월부터 임대료를 내린 상태인데, 상인들은 임대료를 더 내려달라는 겁니다. 회사가 매정하게 할인해주지 않은 건 아니에요."

    최근 서울 중구 동대문 인근 두산타워(두타몰) 상인들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진행한 시위에 대해 묻자 두산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2월에는 20%, 3~4월에는 50%, 소비가 다소 늘기 시작한 5월에도 20%를 깎아줬다"면서 "6월부터는 30% 할인에 20%는 경제 상황이 나아진 후 돌려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임대료의 무기한 인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감염병 사태가 터지면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월세 감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이 개정됐다. 개정 이후 첫 사례로 두산타워 입주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두산타워를 상대로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는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지난 5월부터 내년 2월까지 10개월치 임차료 50% 감면을 요구할 계획이다.

    임대료를 깎아줘놓고도 임차인과 갈등을 겪는 것은 대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준 소규모 건물주들도 이제는 정부가 임차인만 배려한다고 느낀다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출 이자와 늘어난 세금에 자신도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취재 도중 만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상가 소유주 50대 A씨도 그런 사례였다. 그는 "세금이 많이 올라 나도 힘들지만 짐을 나눠 지자고 월세를 깎아주고 있는데 정부가 임차인 편만 드니 억울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특히 임대료 감액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할 근거만 남기면서 양측의 더 큰 갈등만 촉발할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청구권 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대인이 감액청구권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임대차3법’처럼 세부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보니 분쟁 소지만 는 셈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설익은 법을 만들고 추가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편 가르기만 반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임대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임대인만 질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짐은 정부가 나눠 져야 한다.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도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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