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세계관 담은 웹툰부터 광고까지 ‘OSMU 전략’

입력 2020.10.05 06:10

[이코노미조선]
기획사의 팬덤 경제 활용

현대경제연구원은 ‘팬덤 경제’를 2020년 소비 트렌드를 이끌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최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소식은 팬덤 경제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였다. 팬덤이 등장하는 곳엔 어김없이 돈이 돌고, 그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움직이는 중견기업’ 아이돌 그룹과 팬덤의 경제 효과를 분석하는 학계 연구가 넘쳐나는 건 당연하다. ‘이코노미조선’이 팬덤 경제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는 것도 당연하다. [편집자 주]

강력한 팬덤 확보한 기획사
세계관 활용한 OSMU 전략
자회사 만들어 사업 확장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라인프렌즈 상점 안에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라인 캐릭터 ‘BT21’ 조형물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간 보고서를 통해 2020년을 견인할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팬덤 경제’를 꼽았다. 아이돌 문화라고만 여겨졌던 팬덤 현상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진화하는 가운데 기업은 팬덤 경제를 성장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아이돌을 직접 육성하고 그들을 둘러싼 팬덤 행태를 실시간 관찰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야말로 팬덤 경제를 가장 잘 활용하는 영역일 것이다. 기획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아이돌 가수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팬덤의 심리를 잘 활용해 자동화된 수익 순환구조를 만든다. 아이돌의 세계관이란 이들과 관련된 독특한 철학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서사다. 기획사는 이를 통해 팬덤이 소비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해 높은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더 나아가 팬덤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자회사를 만드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획사들은 팬덤을 자극하기 위해 마치 판타지 영화 속 하나의 우주 같은 견고한 세계관을 창작한다. 단순히 음악과 춤만을 선보였던 과거와 달리,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소속사는 특정 콘셉트에 맞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은 노래와 뮤직비디오, 의상 등을 팬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걸그룹 드림캐쳐의 소속사인 드림캐쳐컴퍼니는 판타지 세계 속 7개의 악몽을 상징하는 소녀들이 이들을 추적하는 ‘악몽 헌터’와 펼치는 추격전을 어두운 분위기의 헤비메탈 노래로 표현했다. 소속사가 만든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빠져든 팬덤은 신곡이 발매될 때마다 다양한 7가지 악몽의 비밀을 알아간다. 마치 미스터리 드라마의 새 시즌을 기다리듯이 컴백까지의 갈증을 그동안 소속사가 제공하는 부가 콘텐츠를 소비하며 달랠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역시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헤르만 헤세의 성장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한다. 기획사는 자아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를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표현하는 등 팬덤에게 마치 소설을 해석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팬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뮤직비디오의 해석을 공유하며 팬덤의 유대감은 더욱 강화하고, 이야기에 몰입해 세계관을 다룬 BTS 관련 모든 콘텐츠를 섭렵하기에 이른다.

아이돌 드림캐쳐가 ‘디스토피아’라는 앨범 콘셉트에 맞게 의상을 입고 서있다. / 드림캐쳐컴퍼니
기획사는 음원과 공연뿐 아니라 웹툰, 소설, 영화, 캐릭터 등 콘텐츠를 이러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 부가수익을 올린다. 전문가들은 이를 ‘원소스멀티유즈(OSMU·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책 등의 방식으로 개발해 판매)’ 전략이라고 부른다. 국내 음악 시장의 빈약한 규모와 악화한 수익성을 극복하는 전략인 것이다.

BTS 팬덤은 앨범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라인프렌즈와 제휴해서 세계관을 담은 캐릭터 ‘BT21’의 인형도 산다. 블랙핑크 팬덤인 ‘블링크’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인 스타트업 제페토와 YG엔터테인먼트가 협업해 만든 블랙핑크 아바타가 등장하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에 옷을 입히며 꾸미고 온라인 팬사인회에 참석한다. FNC엔터테인먼트는 더 나아가 10월 데뷔 예정인 아이돌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재현한 영화를 10월 8일 개봉할 예정이다. 멤버 전원이 연기자로 참여한 영화를 통해 세계관을 팬덤에 확실히 각인시킨다는 각오다.

‘BTS 마케팅’의 저자 박형준 밸류매니지먼트그룹 대표는 "아이돌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완성은 스토리"라며 "스토리는 입소문을 낼 화제를 제공해 소비자가 철학과 메시지에 공감해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하며, 소비자에게 구심점으로 작용해 고객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해 집단 지성의 플랫폼을 선순환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즉 정교한 스토리를 하나 만들면 팬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해석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인에게 알리면서 자동화된 비즈니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돌 블랙핑크 멤버들이 아바타로 재탄생한 모습. / YG엔터테인먼트
◇광고·공연 등 부가사업 도전도

기획사들은 세계관을 활용해 아이돌 관련 직접 매출도 늘리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자회사를 만드는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부가적인 가치 창출도 하고 있다. 중간 유통을 담당하는 플랫폼 미디어와의 수익 분배 문제를 피해 각 기획사가 자신만의 부가수익 창출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며 고정 팬덤을 활용할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올해 8월 온라인 전용 유료 공연 합작회사인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이하 BLC)’을 설립했다. BLC는 지난 4월 SM이 처음으로 선보인 세계 최초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를 기획·운영하는 회사다. 증강현실(AR) 기술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가수와 팬이 만나지 않고도 소통하는 방식의 콘서트다. SM과 JYP는 다른 회사와 협업할 필요 없이 디지털 공연 문화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팬덤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또 하나의 길을 만든 것이다.

빅히트는 IT 전문 자회사 ‘비엔엑스(beNX)’를 통해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를 만들었다. 위버스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소식을 영상으로 접하며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 누적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가 올해 7월 1000만 건을 돌파했다. BTS뿐 아니라 빅히트가 최근 인수한 기획사의 아이돌그룹도 이 앱에서 활동하며 팬덤과 소통하고 있다. 앱 온라인 상점인 ‘위버스샵’에서는 공식 팬클럽 멤버십부터 공연 이용권, 자체 영상 콘텐츠, 화보집 등 다양한 상품을 자체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SM은 2012년 자회사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SM C&C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부가적으로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가수뿐 아니라 예능인과 배우 등 연예인을 영입해 매니지먼트 사업과 여행 사업을 하고 있다. SM은 SM C&C를 통해 소녀시대 멤버 윤아 등 소속사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며 자체적으로 가수를 통한 수입원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에는 SK와 전략적 협력관계 협약을 맺어 광고대행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SM이 광고대행업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1280억원에 달한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아미, 팬덤의 진화] ①팬덤 경제의 부상
[아미, 팬덤의 진화] ②<Infographic> 아이돌과 팬덤 연대기
[아미, 팬덤의 진화] ③<르포> "OO팬이면 꼭 가야" 팬덤 성지 탐방기
[아미, 팬덤의 진화] ④기획사의 팬덤 경제 활용
[아미, 팬덤의 진화] ⑤BTS 빌보드 1위 경제 효과 1.7조원
[아미, 팬덤의 진화] ⑥코로나19 시대에도 전 세계 팬과 소통 이상 無
[아미, 팬덤의 진화] ⑦해외로 나아가는 K팝 팬덤 문화
[아미, 팬덤의 진화] ⑧<전문가 기고> K팝 팬 문화는 어떻게 현지화했나
[아미, 팬덤의 진화] ⑨<Interview> 빅히트 초기 투자자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