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뛰어넘는 아미·블링크, 추종자 아닌 혁신의 주체

입력 2020.10.04 06:10

[이코노미조선]
팬덤 경제의 부상

현대경제연구원은 ‘팬덤 경제’를 2020년 소비 트렌드를 이끌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최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소식은 팬덤 경제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였다. 팬덤이 등장하는 곳엔 어김없이 돈이 돌고, 그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움직이는 중견기업’ 아이돌 그룹과 팬덤의 경제 효과를 분석하는 학계 연구가 넘쳐나는 건 당연하다. ‘이코노미조선’이 팬덤 경제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는 것도 당연하다. [편집자 주]

조직적·전문적으로 진화한 팬덤
팬덤 지원사격에 빌보드 정상
트렌드로 자리잡은 팬덤 경제

방탄소년단(BTS).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서울 도봉구에 사는 주부 안명희(51)씨. 초등학생 시절부터 가수 조용필의 열렬한 팬이었다. 매주 발간되던 ‘TV 가이드’ 잡지와 조용필 카세트테이프를 사기 위해 군것질을 참아가며 용돈을 모았다. 콘서트는 너무 비싸 못 가고 대신에 공개방송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성인이 된 후로는 조용필 레코드판을 1집부터 모았다. 콘서트도 가끔 간다. 팬클럽에 당첨됐을 때 받은 조용필 친필 엽서를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경기 군포에 거주하는 직장인 고경민(가명·25)씨. 방탄소년단(BTS)을 데뷔 초부터 좋아한 8년 차 ‘아미(ARMY·BTS 팬클럽)’다. 갈 수 있는 공연은 최대한 간다. 학창 시절에는 용돈이 부족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콘서트 티켓을 샀다. 앨범이 나오면 기본 50장씩 구매한다. ‘스밍(스트리밍·음원이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은 기본. BTS 멤버들이 다녀갔다는 식당·카페는 꼭 가본다. 멤버들 생일은 곧 나의 생일. 1년에 생일 파티를 8번 한다. BTS 관련 월 지출이 100만원을 넘길 때도 있다.

안씨와 고씨의 공통분모는 ‘진정한 팬’이라는 점이다. 대중스타의 피 땀 눈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다. 그런데 두 사람의 사랑 방식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안씨에게서 저예산 독립영화가 보인다면 고씨 스케일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개성 강하고 좋아하는 일에 돈을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의 특성이 팬 문화의 모습도 바꿔놓은 것일까.

물론 세대 특성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게 모든 걸 설명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정보기술(IT)의 발전과 그 IT 세상에서 소셜미디어(SNS)를 영리하게 사용하는 연예기획사, 한국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발판 삼아 해외로 뻗어 나가는 아이돌과 그 아이돌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지금의 팬덤(fandom·열성 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SNS의 대중화는 스타와 팬덤을 24시간 이어주는 매개체다. 무대 위 아이돌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SNS에서 만나는 무대 아래 아이돌은 편안한 동네 친구다. 양극단의 이미지를 적절히 보여주면서 스타와 팬덤은 ‘왠지 나만 알고 싶은’ 유대감을 쌓아간다. 견고한 유대감은 충성스러운 팬심이 된다.

블랙핑크. / YG엔터테인먼트
2009년 3월 보아가 세계적 권위의 빌보드 앨범 차트 127위에 올랐을 때 많은 한국 사람이 깜짝 놀라며 ‘아시아의 별(보아 별명)’을 응원했다. 3년 후인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7주간 머물렀을 때는 시청 광장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처럼 들썩였다. 그리고 2020년의 팬덤 DNA는 응원하는 가수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려놓을 만큼 막강해졌다.

최근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2주 연속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봄날을 맞이했다. 빌보드 핫 100에서 2주 연속 정상 자리를 유지한 곡은 빌보드 역사를 통틀어 20곡에 불과하다. 3주 차에 2위로 내려앉긴 했으나 그것도 엄청난 성과다.

‘아미’는 빌보드가 음원 판매량과 스트리밍 실적,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종합해 핫 100 차트 순위를 매긴다는 사실을 안다. SNS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된 아미는 서로를 다독이며 ‘스밍’과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는 ‘뮤스’,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곡을 선곡할 때 참고하는 ‘샤잠(음악 인식 앱)’ 검색 등을 총동원해 ‘다이너마이트’를 끌어 올렸다. 팬덤의 이런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있으나, 여기서는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그들의 위력을 보자는 것이다.

힘이 작용하면 돈이 움직인다. 연구자들이 분석한 팬덤의 경제 창출 효과는 다이너마이트처럼 압도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BTS의 생산 유발 효과는 연평균 약 4조1400억원이다. 생산 유발 효과는 특정 산업에서 생산된 국산품 1단위에 대한 최종 수요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산업군과 다른 산업군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된 국내 생산을 말한다. 참고로 2016년 기준 국내 중견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591억원이다. 20대의 BTS 7명이 내는 생산 유발 효과가 중견기업의 26배에 달하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20년 국내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팬덤 경제의 부상’을 꼽은 건 억측이 아니다. 연구원은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팬덤 경제를 성장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슈퍼엠. / SM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미조선’이 팬덤 경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획을 준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BTS를 필두로 블랙핑크·엑소·슈퍼엠·트와이스·세븐틴·NCT 등의 아이돌 그룹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뒤를 든든한 다국적 팬덤이 받쳐주고 있다.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팬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인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이코노미조선’은 특정 아이돌 팬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한다는 식당·카페 등을 돌아보며 팬덤 경제를 경험했다. 팬덤 특수를 노리는 유통 업계의 상품 판매 현황과 더 많은 팬 흡수를 원하는 연예기획사의 수익 다각화 전략도 살폈다. 팬덤 경제에 관한 학계 연구를 들여다보고, 연구자를 만나 이야기를 경청했다. 비대면 시대에 주목받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온택트(온라인 + 언택트) 마케팅 전략도 취재했다. 팬덤 문화가 해외에서 뿌리내리는 흐름에 대한 전문가 기고도 추천한다.

☞BTS 수록앨범
피 땀 눈물 WINGS (2016.10.10)
DNA LOVE YOURSELF 承 ‘Her’ (2017.9.18)
봄날 YOU NEVER WALK ALONE (2017.2.13)
다이너마이트 Dynamite(DayTime Version) (20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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