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좀비기업 지원 끊어야 韓 미래 경쟁력 산다"

조선비즈
  • 이용성 국제부장
    입력 2020.10.03 07:00

    팬데믹 장기화로 탈(脫) 세계화·원격근무 확산 가속
    화상회의시 대면회의 보다 전달 가능한 정보 적어 한계
    직원들의 원격근무 적응위한 지원과 교육 병행해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이 원격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결과, 근무 방식이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변화로 기존의 업무 중 불필요하거나 비생산적인 업무가 사라지고 있다."

    톰 노다 알릭스파트너스아시아 기업부문 총괄. /알릭스파트너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두고 전염병 중 최고 단계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한 지 7개월 가까이 지났다.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33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0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전 세계가 염원하는 백신 개발은 아직 뚜렷이 검증된 성과 없는 ‘희망고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와중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위한 캠페인 기간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충격을 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마스크와 거리두기, 원격근무 등으로 대표되는 코로나 시대의 일상에 어느새 익숙해졌다. 백신 개발과 함께 시작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비즈니스 환경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얼마나 달라질까.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톰 노다 아시아 기업부문 총괄(일본 사무소 공동대표 겸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로 탈(脫) 세계화 가속과 원격근무의 정착을 들었다. 반면에 경제 활동의 중심인 ‘도시 시스템'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봤다. 과거에도 팬데믹이 여러번 발생했지만, 도시가 주는 큰 혜택을 사람들이 포기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1981년 회계사 출신 사업가 제이 알릭스가 창업한 알릭스파트너스는 전 세계 20여 도시에 사무소를 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다. 코닥과 GM JC페니 등 굵직한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회생 관련 컨설팅을 맡으면서 주목 받았다. 일본 출신인 노다 총괄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MBA)으로 30년 넘게 성과개선 및 구조조정 전문가로 주요 기업들의 성장과 체질개선을 이끌어 왔다.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노다 총괄을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경제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이전과 얼마나 다를까.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들의 사고방식 및 행동 패턴을 바꿔 놓았다. 그 중에는 영원히 바뀌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원격(재택)근무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중요한 변화 중 하나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탈세계화도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다. 팬데믹으로 물류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지역 내 공급망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이 완료될 때까지 해외 이동 제한이 지속될 것이고, 강대국 간의 보호 무역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탈세계화 가속은 불가피해 보인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업무 공간이나 화상회의 시스템 등 원격근무 관련 투자를 늘리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전 근무 형태로 복귀에 장애물이 아닐까.
    "원격근무 확산으로 불필요하거나 비생산적인 업무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하지만 일부의 기대(?)만큼 근무 방식이 대대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격 근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상회의는 대면회의에 비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훨씬 적다. 그럼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근무 방식을 수용하는 분위기는 점차 확산될 것이다. 미국에서처럼 장거리 통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재택근무 및 간헐적(주 1~2일) 출근 형태가 혼합된 근무 방식이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다."

    기업들이 원격근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은 무엇보다 직원들이 새로운 근무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과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효율적인 원격근무를 위해 적절한 업무 방식을 선별하고, 자사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격근무시 두드러지는 단점 중 하나는 의사소통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화상회의 보다는 대면 접촉시 전달 가능한 정보의 양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도 개선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 가능한 부분도 있을까.
    "경제 활동의 근간이 되는 ‘도시’ 시스템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팬데믹이 발생했지만, 도시가 주는 큰 혜택을 사람들이 포기한 적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우 과거 팬데믹들에 비해 파급효과가 크고 길게 지속되고 있긴 하다. 이 때문에 도시 시스템의 효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졌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다시 예전의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회복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인공지능(AI)과 가상·증강현실(VR·AR) 등 신기술 접목과 이를 통한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코로나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효율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 쇼핑몰의 급부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오프라인 기반 의류 업체들에게는 팬데믹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 간 인수합병(M&A)이 가속화될 것이다. "

    신기술 접목의 효과도 분야마다 차이가 클 것 같다. 예를 들어 여행업계의 경우 VR·AR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실제 여행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맞다. 하지만 신기술 도입으로 촉진되고 있는 디지털화는 여행산업의 미래 판도 변화도 가속화할 것이다."

    항공·여행업계 등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 분야를 위해 조언한다면.
    "팬데믹 시대의 항공사처럼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간 서비스 통합 또는 공동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비용이 많이 드는 지원 업무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조치가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기에 더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소비 트렌드 파악과, 디지털 전환 가속, 공급망 재편 중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해졌다.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구입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확산에도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 코스트코 매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트위터 캡처
    탈세계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미국 브랜드에 열광하고 있다. 소비력을 갖축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의 매력은 미국 기업들에게도 대체 불가다.
    "코로나19로 인해 탈세계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긴 해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한 M&A 및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화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어떤 국가의 경제도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따라서 자국의 정치 상황과 경제 활동의 방향이 상충되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앞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에도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유경제와 무역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이 더 크고 빠른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교육시스템 혁신 또한 인적 자본 투자 전략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언도 부탁한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 여파로 어려워졌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과 팬데믹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온 ‘좀비 기업(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아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되어야 할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채권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들을 잘 구분해 지원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약화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심화되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혹은 인근 지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공급망을 분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업무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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