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생소하지만 '고향세'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

입력 2020.10.03 06:00

10년 넘게 논의가 진행된 ‘고향세’가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고향세는 출향인사가 자신의 고향 지방자치단체 등에 금품을 기부하고, 그 보답으로 세액 감면 및 답례품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대다수 농어촌 관련 전문가들은 고향세가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방소멸을 막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농어촌 지자체 입장에서는 열악한 재정을 확충할 수 있어 좋고, 기부금은 농어민 등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형태로 지원할 수 있어 농어민들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기부자에 대한 지자체의 답례품은 일본의 사례에서처럼 농어촌 특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향세가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약으로 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기까지 무려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고향세 도입 반대 의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특히 대도시 지자체와 도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의 반대가 적지 않다. 고향세를 도입하면 대도시의 세수가 줄 것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고향세 도입은 넓고 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고향세는 단순히 도시가 거둬들일 세금을 농어촌에 자선사업하듯 나눠주는 제도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도시민을 위한 제도다.

대다수 국민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한국 농어업은 위기에 처했다. 농어촌 인구의 고령화, 범람하는 수입농수산물, 이상 기상현상 등이 주된 원인이다. 발전하는 농어업기술로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특히 농수산물 생산에 큰 피해를 끼치는 유례없이 긴 장마, 잇따라 발생하는 태풍 등 이상 기상 현상은 인간의 힘으로 완벽히 막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농어촌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 세수만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 지자체가 세곳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지방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한국의 농어촌이 붕괴된다고 가정해 보자.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농어촌으로부터 먹거리를 공급받는 도시 생활이 존재할 수 없는 탓이다. 수입해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유아적인 생각이다. 국가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우리가 농수산물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출을 중단하면 어찌할 것인가. 마치 사드사태처럼 말이다.

공업화, 산업화를 통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돈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어촌지역 활성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선진국 중 농업강국이 아닌 나라가 없을 정도다. 이들 국가는 먹거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회가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린 점을 고려했을 때 농어촌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향세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어렵게 행안위를 통과한 고향세 도입 법안을 법사위나 본회의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세상에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인데 풍족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의 삶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