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가 최대 1억원 이상…옵티팜, 어떤 돼지 키우길래

입력 2020.09.30 07:00

장기 이식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 하루 5명 이상
옵티팜, 미니돼지로 인체 이식 가능한 장기 개발 중

옵티팜이 개발한 형질전환돼지. /옵티팜 제공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선천·후천적 기형과 질병, 사고로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는 3만여명에 달한다. 장기를 기증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만 하루 5명 이상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신장질환을 앓는 이들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약물 치료가 가능한 상태를 넘어서 피를 깨끗하게 거르는 투석치료로 생명을 연장한다. 상당수는 상태가 악화돼 장기이식이 꼭 필요하지만 제 때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사회에 장기기증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아서다. 때문에 한국에서 장기기증은 주로 가족간에 이뤄지고 있다.

부족한 장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이종장기가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인체에 장기를 이식하기 가장 적당한 동물로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원숭이나 침팬지를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대다수 연구는 돼지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유는 돼지가 사람의 체중과 비슷하고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이종장기를 연구하는 대다수 국내 대학 부설 연구소와 기업들도 돼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이종장기를 연구하는 기업 중 하나가 옵티팜이다. 뿌리가 축산 관련기업인 옵티팜도 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 사업을 진행한다. 옵티팜은 2006년 새끼돼지 전문 사료와 사료 첨가제 등을 개발, 생산하는 축산전문기업 이지바이오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설립 초기 바이러스성 가축 질병 치료제인 박테리오 파지·가축용 백신 등을 생산, 유통했다. 기술력이 쌓이면서 인체 치료용 백신과 자궁경부암·A형 간염·수족구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 회사가 미래 먹거리로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돼지를 이용한 인체에 이식이 가능한 이종장기 개발 및 생산이다. 인간의 몸에 이식해도 면역반응이 없는 돼지 장기를 생산해,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공급한다는 목표다.

한성준 옵티팜 대표(사진·51)를 만나 축산 관련 기업이 첨단 바이오로 주목받는 이종장기 사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옵티팜은 동물질병진단·동물약품·박테리오파지·백신사업·이종장기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 중 회사가 가장 공 들이는 분야는 이종장기 사업이다. 현재 장기이식 수요가 주로 선천적인 질환이나 사고 때문에 발생하지만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장기이식 대기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많은 동물이 있는데 왜 돼지인가.

"미니돼지는 장기이식에 가장 적합한 동물이다. 돼지는 사람과 동물 간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다른 동물에 비해 적고, 특정 질병에 대한 사전 검사와 제어도 가능하다. 또 돼지는 오랜 기간 가축화되고 식용으로 길러와 유전자 조작에 대한 거부감 등 윤리적 문제 발생 가능성도 다른 동물보다 작다.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생산해 장기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돼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이종장기의 종류는.

"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 사업 범위는 인체 전반이다. 피부·각막·췌도를 비롯해 신장·간·심장 등의 고형장기까지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돼지가격이 무척 비쌀 것 같다.

"이런 장기를 모두 인체에 이식할 수 있게 되면 미니 돼지 한 마리당 가격이 1억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체와 돼지 장기의 사이즈 비교
세계적으로 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나.

"아직 돼지에서 채취한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는 임상실험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그나마 가장 빠른 것이 췌도인데 일본의 한 회사가 2상 실험을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각막이나 피부 등 관련 임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수준은.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늦게 이종장기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관련 분야의 논문 건수가 상위권에 랭크됐을 정도로 발전속도가 빠르다. 지금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생각한다."

옵티팜의 기술 수준은.

"옵티팜이 이종장기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7년이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과정을 밟아 성장했다.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이 원료 동물 확보다. 일반식용 돼지의 경우 최대 300kg까지 성장하기 때문에 인체에 넣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 여러 종이 뒤섞여 형질이 많이 오염돼 인체 이식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했다.

옵티팜은 세계 최대 미니돼지 회사인 미국 싱클레어연구센터(SRC)를 통해 원료동물을 수입했다. 멕시코 토종돼지 유카탄 돼지다. 성인 평균 몸무게에 약간 못 미치는 60Kg까지 성장한다. 인체에서 필요하는 장기 사이즈보다 약간 작은 수준이라서 크기 면에서 봤을 때 인간의 몸에 이식하기 가장 좋다.

옵티팜은 이후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며 자연교배 등을 통해 개체를 300마리까지 늘렸다. 동시에 이를 이종장기 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해 2013년 체세포복제기술을 이용한 형광돼지를, 2015년에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알파갈 유전자를 없앤(knock out) 형질전환 ‘GT 호모 돼지’ 생산에 각각 성공했다.

현재 무균돼지 200마리와 이종 장기용 미니돼지 100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돼지를 인체 이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깨끗한 시설에서 키워야 할 것 같다.

"옵티팜은 원료동물인 미니돼지를 충남 천안에 있는 원균제어시설(DPF: Designated Pathogen Free)에서 관리한다. 사실상 무균실인데 70여종의 바이러스·세균·기생충·원충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종장기 돼지 생산에 적용되는 기술은.

"바이오 분야의 최첨단 기술이 모두 활용된다고 보면 된다. 쉽게 설명해 그동안 세계 바이오 업계가 축적해 놓은 일명 끝판왕 기술들이 모두 동원된다.

구체적으로는 원료 동물 미니돼지를 키워 이종장기를 얻기 위해서는 형질전환기술, 체세포복제기술, 면역억제기술 등 3대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면역억제기술이 중요하다. 인체에 이종장기를 사용할 때 불기피하게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이종장기를 이식할 때 나타나는 면역거부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술 때 나타나는 급성, 초급성 면역반응이다. 이를 항체면역이라고 하는데 돼지의 형질을 전환해 극복할 수 있다.

미니돼지의 특정 유전자를 빼거나 인간의 유전자를 넣는 형질전환기술도 중요하다. 특히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돼지내재성바이러스(PERV-C) 유전자가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는 세계이종장기학회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돼지내성바이러스에 음성인 ‘메디 피그’를 개발했다.

우리 회사는 4개의 사람 유전자를 돼지에 넣고 돼지의 4개 유전자를 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에 자신이 있다. 유전자 수를 많이 컨트롤하는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만큼 다양한 유전 요인에 대해 검토하고 연구했다는 의미다.

형질전환된 돼지를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체세포복제 및 핵이식란 기술도 필요한데 우리는 이 기술도 확보했다. 형질전환된 미니돼지의 자궁에 복제된 체세포를 넣어준 후 자연교배를 시키면 돼지가 임신을 하게 되고 100일 후에 3~6두의 새끼돼지를 낳게 된다."

인력과 자금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하기 쉽지 않을텐데.

"사내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기술은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최근 맞춤형 면역조절 T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테라이뮨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는 테라이뮨의 면역조절 T세포 기술을 적용해 면역반응에 따른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T세포는 나와 다름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데 면역조절 T세포는 이러한 T세포의 면역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옵티팜에 소속된 연구원이 체세포를 복제하기 위해 핵을 제거하고 있다. /옵티팜 제공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인체 이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종장기는.

"옵티팜이 현재 집중하는 이종장기는 췌도다. 한 때 각막과 피부 연구도 진행했는데 사업성 측면에서 이종췌도가 가장 승산이 높고, 경제적 효과도 크다고 판단했다. 췌도는 사실 장기라기보다는 세포다. 췌도는 우리 몸에 인슐린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췌도에 이상이 생겨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뇨병을 앓게 된다. 특히 인슐린 자체가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는 지속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생활 만족도가 극도로 낮아진다."
우리나라에서 당뇨환자로 추정되는 인원은 500만명이다. 18세이하 1형 당뇨 환자도 최소 5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종췌도는 어떻게 이식하는가.

"이종췌도 이식은 췌도라는 장기를 이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돼지의 췌도 세포만 분리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장기 자체를 이식했을 때보다 위험이 적고 성공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췌도 세포를 인체에 투여하면 인체면역반응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종췌도를 연구하는 많은 회사들은 알지네이트라는 물질로 췌도세포에 막을 씌우는 ‘피막화’ 방법을 이용한다.알지네이트는 미국 FDA에서 승인된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세포 성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 등은 흡수하고 인슐린을 분비할 수 있어 세포 본연의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세포 피막화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췌도 세포를 감싼 알지네이트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체내에서 융해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는 게 단점이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한양대 이동윤 교수팀과 췌도 세포를 감싼 알지네이트에 EGCG(에티갈로카테킨 갈레이트, Epigallocatechin Gallate)라는 물질로 이중코팅 처리해 췌도 세포의 내구성과 생존율을 높이고,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는 것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관련 특허도 등록했다."

췌도 이식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험 일정은.

"내년에 형질전환 돼지의 췌도세포를 원숭이에 주입하는 비임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이종장기 관련 임상을 국내에서 하고 싶어도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아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는데 지난 8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이 발효돼 실험이 가능해졌다.

세계이종장기이식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영장류 8마리 중 5건이 180일 이상 생존하고 이 중 1건이 365일 이상 생존해야 임상시험 조건을 충족한다. 우리 회사도 원숭이에게 돼지의 췌도세포를 이식한 결과가 이 기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당뇨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 같다.

"13년째 이종장기 사업을 하면서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국책과제로 서울대이종장기사업단과 10년쯤 진행한 사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말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자체적으로 이종장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 우리 회사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레벨업하는 과정을 성공리에 마칠 계획이다.

이종장기 사업이 본격화될 때를 고려해 이미 충북 오송 본사 옆에 넓은 부지를 확보했다.내년에는 이곳에 필요한 시설을 지어 이종장기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공만 하면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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