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돈의 중국 마케팅(106) 줄임말로 읽는 중국 <3>

조선비즈
  • 오강돈
    입력 2020.09.29 10:00

    줄임말 사용 갈수록 빈번해져… 디지털 세상의 속도 반영
    ‘회()’는 ‘운동회’·‘박람회’·‘전람회’·‘위원회’·‘이사회’ 등의 줄임말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을 웬만큼 활용하려면 중국 소비자를 내수시장 분석하듯이 알아야 할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와 시장이 쓰는 ‘말’ 문화는 당연히 시사점이 있다. ‘말'은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본토 기업들은 ‘말’ 문화도 중국 마케팅에 이용한다.

    먼저 글에서는 중국 시장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줄임말’ 즉 축약어를 정의하고 기본적 용례를 알아 보았다. 여러 나라들과 같이 중국에서도 ‘줄임말’을 써온 전통은 오래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이 자판(键盘∙건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줄임말 사용은 더욱 많아졌다. 중국어 자판 입력(输入法∙수입법) 방식이 영어 철자를 먼저 쓰고 나서 중국어로 변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이유중 하나이다. 누리꾼들은 입으로 하는 말이나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속도를 디지털 세상에서 반영하기 위하여 말을 축약하고 또 줄인다. 또 누리꾼들 사이에서의 재미와 문화로 줄임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축약어 중에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서 말을 줄이는 방법이 ‘두문자어(acronym)’인데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에서도 말을 줄일 때 두문자어를 많이 쓴다. 먼저 글에서 살펴본 일본어의 재특회(在特会) 그리고 재특회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중국어의 ‘김특회(金特会)’ 같은 말도 두문자어이다. 김특회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회담’을 줄인말이다.

    ‘김특회’에서 ‘회(会)’는 ‘회담’의 줄임말인데, 중국에서 ‘회(会)’가 들어가는 줄임말 사용의 경우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 가운데 몇가지를 골라 소개한다. 줄임말 사례들을 통해 중국 시장과 소비자를 가늠하고 읽어 본다.


    1956년 올림픽을 설명한 비문의 일부. 국제 올림픽위원회는 1954년 회의에서 정식으로 중국대륙의 가입을 허용했다. 단, 조건은 기존의 대만(중화민국)도 올림픽 회원국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는 명칭도 정해주었다. 하나는 차이니즈베이징, 하나는 차이니즈타이베이였다. 이에 반발해 중화인민공화국은 1956년 멜버른 올림픽부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까지 불참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로부터 ‘중국 올림픽 위원회’ 이름을 정식으로 부여받고 참가한 1984년 LA 오운회에서 중국은 4위를 차지했고, 2004년 아테네 오운회에서는 금메달 순위로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먼저 ‘회(会)’가 ‘운동회(运动会)’의 줄임말에서 사용되는 경우이다. ‘오운회(奥运会)’는 올림픽 경기대회를 뜻하는데 ‘올림픽 운동회’를 줄인 말이다. ‘아운회(亚运会)’는 아시아 경기대회를 뜻하는데 ‘아시아 운동회’를 줄인 말이다. 참고로 ‘중국 축구 협회’의 줄임말은 ‘족협(足协)’이고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남족(男足)’,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여족(女足)’이다.

    다음으로 ‘회(会)’가 ‘위원회(委员会)’의 줄임말에서 사용되는 경우이다. ‘오위회(奥委会)’는 ‘올림픽 위원회’의 줄임말이다. ‘은감회(银监会)’는 ‘중국 은행업 감독관리 위원회’의 줄임말이다. ‘보감회(保监会)’는 ‘중국 보험 감독관리 위원회’의 줄임말이다. ‘증감회(证监会)’는 ‘중국 증권 감독관리 위원회’의 줄임말이다. 은감회와 보감회는 나중에 ‘은보감회(银保监会∙중국 은행 보험 감독관리 위원회)’로 합쳐졌다.

    ‘상위회(常委会)’는 ‘상무 위원회’의 줄임말인데, 이것이 중국 정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전국 인민 대표 대회 상무 위원회'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당중앙) 정치국 상무 위원회’는 총서기를 비롯한 몇명의 국가 영도로 구성되어 있는 권력 기구이다. 위원회라고 모두 ‘회(会)’의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무원 직속 ‘국가 발전과 개혁 위원회’의 줄임말은 ‘발개회’가 아니라 ‘발개위(发改委)’이다.

    ‘회(会)’는 ‘박람회(博览会)’의 줄임말에서도 사용된다. ‘세박회(世博会)’는 엑스포를 의미하는데 ‘세계 박람회’의 줄임말이다. 2010년 ‘상해 세박회’가 있었다. ‘미박회(美博会)’는 ‘미용 미발(美发∙헤어) 화장품 박람회’의 줄임말이다. ‘건박회(建博会)’는 ‘건축 장식(装饰∙인테리어) 박람회'의 줄임말이다. ‘가박회(家博会)’는 ‘가거(家居∙가정생활) 가구 박람회’의 줄임말이다. ‘진박회(进博会)’는 ‘중국 국제 진구(进口∙수입) 박람회’의 줄임말이다. 진박회는 중국 상무부와 상해인민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정부급 행사이다.

    ‘미박회(美博会)’는 ‘미용 미발(美发∙헤어) 화장품 박람회’의 줄임말이다. 위는 샤먼(厦门) 국제(国际) 미박회. 복건(福建)성의 샤먼(하문)은 대만을 마주한 항구도시이다. ‘회의와 전람’을 줄임말로 ‘회전(会展)’이라고 하며, 이것을 치르는 공간이 ‘회전 중심(会展中心)’이다.
    ‘회(会)’는 ‘교역회(交易会)’의 줄임말에서 사용된다. ‘광교회(广交会)’는 1950년대부터 있어 온 광저우 지역의 무역 상담 행사인 ‘광주(广州) 중국 수출입 상품 교역회’의 줄임말이다. ‘복무(服贸∙서비스 무역)회’는 ‘중국 국제 복무(服务∙서비스)와 무역(贸易) 교역회’의 줄임말이다. 복무회는 북경에서 열리기 때문에 ‘경교회(京交会)’라고도 한다. 경교회 즉 복무회는 중국 상무부와 북경인민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정부급 행사이다. 중국의 세가지 국가급 박람∙교역 행사로 ‘상해의 진박회, 북경의 경교회(복무회), 광주의 광교회’를 친다.

    역시 상담 행사인 ‘유흡회(渝洽会)’는 ‘중경 직할시 투자 무역 상담회’의 줄임말이다. 여기서 ‘유(渝)’는 중경직할시를 한 글자로 줄인 ‘약칭’이다. ‘흡’은 ‘흡담(洽谈)’을 줄인 말인데 중국인들에게 ‘상담’의 의미이다. 참고로 간담회(懇談會)는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의미가 보다 약식에 가까운 반면 중국 사람들의 간담회는 식순같은 격식을 더 따진다.

    ‘회(会)’는 또 각종 ‘전람회’의 줄임말에서 사용된다. 한편 ‘전람회’와 ‘전회(展会)’는 같은 말이다. ‘회의와 전람’을 합쳐서 ‘회전(会展)’이라고 하며, 이것을 치르는 공간이 ‘회전 중심(中心)’이다. ‘회의(会议)’라는 말은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데, 중국의 ‘회의’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중전회(中全会)’라고 할 수 있겠다. 중전회는 ‘공산당 중앙 위원회 전체 회의’의 줄임말이다.

    ‘가박회(家博会)’는 ‘가거(家居∙가정생활) 가구 박람회’의 줄임말이다. 위는 ‘화하(华夏) 가박회(家博会)’. 참고로 화하(华夏)는 중국의 옛 명칭이다.
    ‘양회(两会)’는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 두개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이른바 통일전선 조직인 ‘인민 정치 협상 회의(정협)’와 의회격인 ‘전국 인민 대표 대회(人大∙인대)’의 두개 행사가 동시에 치러진다. ‘대회(大会)라는 말을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데, ‘대회’의 중국어 용례중에서 ‘연합국 대회’는 중국 사람들이 ‘유엔 총회’를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유엔 ‘총회’가 아니라 연합국 ‘대회’이다. 중국어로 ‘연합국 대회’의 줄임말은 연대(联大)이다. 한편 중국에서 ‘총회(总会)’의 용례를 살펴보면, ‘자선단체, 민간단체나 노동조합 등'을 부를 때 ‘총회’를 사용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노공 총회(劳工总会)’라고 부른다. 노동 조합은 경우에 따라 노공총회(劳工总会), 총공회(总工会), 공회(工会), 공인 연합회(工人联合会)라고 한다. ‘연합회(联合会)’라는 말은 노동조합 말고 다른 곳에서도 쓰인다. ‘공상업 연합회’의 경우는 우리로 따질때 ‘상공 회의소’가 된다. ‘공상업 연합회(상공 회의소)'를 중국에서 다른 말로 ‘총상회’라고도 부른다. 여기서의 ‘상회(商会)’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외국인∙외래인 거주자들의 모임도 ‘상회’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 교민단체도 한국교민회나 한인회가 아니라 ‘한국 상회’ 명목으로 조직된다. 이밖에도 ‘회(会)’가 들어가는 줄임말은 각종 협회(协会), 학회(学会), 연토회(研讨会∙학술회의), 취회(聚会∙모임), 중취회(重聚会∙친목회), 팽두회(碰头会∙모임), 동우회(同友会) 등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또 ‘회(会)’는 ‘이사회’의 줄임말에서 사용된다. ‘안리회(安理会)’는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를 뜻하는데 ‘연합국 안전 이사회’의 줄임말이다. 참고로 중국의 주식회사에서는 ‘이사회’를 ‘동사회(董事会)’라고 한다.

    ‘봉회(峰会)’의 ‘봉’은 산봉우리이고, 봉회는 ‘서밋’이나 ‘정상회담’을 의미한다. ‘금전(金砖) 봉회’는 ‘브릭스(BRICS)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다섯 나라 정상회담’이다. 여기서 ‘금전(金砖)’은 중국말로 ‘고급 벽돌(BRICK)’을 뜻한다. ‘동맹(东盟) 봉회’는 ‘동남 아시아 국가 연합(아세안) 정상회담’이다. 여기서 ‘동맹(东盟)’은 ‘동남아 국가 연맹’의 줄임말이다. 참고로 중국에서 ‘구맹(欧盟)’은 유럽 연합을 뜻하는데, ‘구주 연맹’의 줄임말이다. 덧붙여서 참고로 ‘세무(世贸)’는 ‘세계 무역 기구(WTO)’의 줄임말이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GM∙CJ의 국내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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