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방통행식 디지털 뉴딜, 현장 목소리부터 들어라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20.09.28 11:26

    "정부에서 주최하는 회의라고 해서 이른 아침부터 왔는데,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가니까 좀 씁쓸하긴 하네요."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열린 제1회 디지털 뉴딜 민·관 협력회의에 참석했던 스타트업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날 행사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기업 대표에게 제대로 된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실질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행사의 명칭은 협력회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이야기하거나 정책에 대한 제안을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디지털 뉴딜 민관 협력회의에는 20개 기업 대표가 모였지만, 이들에게 할당된 시간은 50분 미만이었다. 한 명씩 의견을 얘기해도 2분 정도의 발언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참석자는 "행사의 이름만 회의였지 정부가 발표하고 사전에 정해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였다"면서 "민관 협력을 하려면 이런 식의 보여주기식 행사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디지털 뉴딜을 비롯해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에 ‘일방통행식’으로 개입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정부가 입법 예고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나, 국내 대표 콘텐츠 사업자들은 일체의 논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산업계에서는 대대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범정부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과 이해당사자들의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올해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창출, 인공지능(AI) 고도화 등을 목적으로 ‘미국 연방 데이터 전략 시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1년에 걸쳐 기업, 전문가, 시민사회 등과 6차례의 공식 포럼을 포함해 87회에 달하는 공청회를 진행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전환을 겪고 있는 지금 국내 ICT 생태계에 절실한 것은 불필요한 곳에 뿌려지는 혈세가 아니다. 기업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필요한 곳에 ‘마중물’을 대주는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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