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는 피했지만…국회, 이번에도 백종원·5대그룹 총수 등 기업인 줄소환

조선비즈
  • 김명지 기자
    입력 2020.09.28 06:10

    과방위 황보승희 펭수 신청했다 "안와도 돼"
    정무위 정의선⋅정용진⋅최태원 등 기업총수 줄소환
    손태승⋅김정태⋅윤종규⋅조용병 4대 금융그룹 회장

    농해수위 이재용 등 10대 그룹 총수 불렀다 급 낮춰
    백종원 농해수위 참고인으로 2년만에 국감장으로
    여야 무관 흥행 노린 기업인 증인 신청에 재계 불만

    "펭수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국감장에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인기 캐릭터 '펭수'를 국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 요청했던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펭수의 국감 증인 채택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 다음날이다. 황보 의원은 "어제 오늘 주변에서 연락 많이 받았다. 펭수를 국감장에 부르지 말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제가 관심받고 싶어서나 펭수를 괴롭히고자 함이 절대 아니다"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연합뉴스
    펭수의 국감 출석은 무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도 대중에 이름이 알려진 기업인들이 대거 국회 국정감사장에 설 전망이다. 여야 의원들이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등 이른바 '유명한 사람'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정책국감을 하겠다고 선언해 놓고선 국감 흥행과 자신들의 인지도를 위해서 자신들이 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위원장은 소속 위원 24명에게 증인 2명에 참고인 1명 3명씩 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약 20명의 기업인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차량 결함)을, 같은 당 오기형 의원은 이해진(네이버 부동산)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형배 의원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복합쇼핑몰 입점 문제를 묻겠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조선DB
    손태승 우리금융⋅김정태 하나금융⋅윤종규 KB금융⋅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등 4대 금융그룹 회장도 증인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 관계자는 "옵티머스와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야 워낙에 큰 문제이니 이를 판매한 우리금융 지주 손태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이해하지만, 나머지 금융지주 회장들이 줄소환된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다.

    기업인 증인신청은 비단 정무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합의한 국정감사 증인 21명 가운데 13명은 대기업 경영진이다.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양진모 현대자동차 부사장, 강동수 SK 부사장, 전명우 LG전자 부사장, 유병옥 포스코 부사장, 이강만 한화 부사장, 여은주 GS 부사장, 정영인 두산중공업 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정운천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전달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이른바 급이 낮아졌다.

    농해수위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참고인으로 신청, 채택됐다. 안 의원은 농수산물 판매 촉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신청 취지를 밝혔다. 백 대표는 지난 2018년 산자중기위 국감때도 비슷한 이유로 국회에 불려 나왔었다. 백 대표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주자급으로 거론한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기업인의 무분별한 국감 소환은 지양하자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당 내 반(反)기업 성향이 강한 일부 의원이 지도부와 조율 없이 증인 신청을 하는 것은 막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 등은 "정책 국감을 하자"며 기업인 증인 신청을 자제하자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조선DB
    친 기업 성향이라고 알려진 국민의힘에서도 국감 흥행을 위한 기업인 증인채택에 대거 나서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여야가 뒤바뀌었지만, 이유 불문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를 부르자고 하는 관행은 변한 게 없다"며 "올해는 오히려 야당에서 기업인 증인신청에 더 적극적이다"라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이런 분위기가 상승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노선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쪽인데 요즘에는 역행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에 놓인 기업들로서는 국민의힘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겠나"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인을 줄줄이 소환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 의원들이 인지도 상승을 목적으로 힘없는 기업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을 불러 잘못을 꾸짖고, 그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려는 것 아니냐"라며 "기업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행태"라고 했다.

    210㎝ 키의 펭귄 인형을 쓴 EBS 캐릭터 펭수./유튜브 자이언트 펭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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