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한국인들, 세상 바꿀 자격 있어... 낡은 야망 죽이라" 잭 콘필드

입력 2020.09.26 07:00 | 수정 2020.09.26 07:48

세계적인 명상 스승, 잭 콘필드 박사 전격 인터뷰
"실리콘밸리 리더들, 직원에게 경쟁보다 연민 가르쳐"
"명상은 도피 아닌 직면, 불확실성 속 평상심 챙겨야"
"부자도 빈자도 마음챙김 필요… 따뜻한 현존 느껴야"
"미국, 핵강국이나 도덕 수준은 유아… 청년이 희망"
"한국인, 내적 전통 강해… 세상 이끄는 리더 될 것"

미국 현대 명상의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는 잭 콘필드와 트루디 굿맨 박사가 코로나 시대의 진실한 연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고요하게 있을 때 자신의 재능과 자질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한발 짝 뒤로 물러나서 재능을 발견하고 한 발짝 나아가서 세상과 나누세요."

잭 콘필드와 트루디 굿맨 박사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부부고, 임상 심리학 박사이며, 서구 세계에 아시아의 명상법을 배워서 전파한 선구자들이다. 콘필드 박사는 캘리포니아의 명상 센터 Spirit Rock의 창립자로, 포드 자동차 회장은 물론 실리콘 밸리 기업가들의 명상 열풍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굿맨 박사는 명상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세계 최초의 명상 심리 통합 센터(Institute for Meditation and Psychotherapy in Cambridge)의 공동 설립자로, 올해 골든 글로브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은 산드라 오의 명상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와중에도, 내면의 평화로 충만한 두 명의 명상 구루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바이러스는 마음껏 움직일 수도, 만날 수도 없도록 우리를 억류했지만, 한편으로 나 자신과 친구가 될 기회도 열어주었다. 세상을 헤집고 다닐 수는 없으면, 방석 위에 앉아 침묵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경험으로 세상에 존재할 것인가.

오로지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세상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한 비법이 있을까. ‘안다’와 ‘모른다’ 사이의 신비로운 중간 지대, 명상이 추구하는 ‘따뜻한 알아차림'이란 과연 무엇일까.

잭 콘필드는 명상을 청소에 비유했다.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낸 후 창문을 열면 새가 날아와 지저귈 거라고. 한국에 대해서는 "부모 세대가 그들의 낡은 야망 강요하지 않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허용한다면, 한국 청년은 곧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예언했다.

잭 콘필드와 트루디 굿맨은 오는 10월 3일 한국인을 위해 온라인으로 첫 강연을 한다. 실리콘밸리를 열광시킨 마음챙김 콘퍼런스로 유명한 ‘위즈덤 2.0’ 코리아 행사(https://www.wisdom2korea.com/)를 위한 사전 강연 격이다. 인터뷰는 국내 최초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의 대표 유정은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하이테크 세상에 명상을 결합한 샌프란시스코의 ‘위즈덤 2.0’ 행사장. 첨단 IT 기술과 오래된 지혜의 만남에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10월16~17일 한국에서 온 오프라인으로 ‘위즈덤 2.0 코리아’ 행사가 열린다.
-명상은 고통의 회피가 아닌 직면이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에 이 ‘고통의 직면’은 더욱 중요할 것 같군요. 우리는 도망가지 않고 무엇을 보아야 하나요?

"일단 우리는 놀라운 생존자라는 사실입니다. 당신과 나의 조상은 전염병, 태풍, 지진을 극복하면서 후손을 낳아 길렀고, 지금의 우리에 이르렀어요. 그 과정에서 컴퓨터, 나노 기술, 핵, 의학 등 외적 발전을 이뤄냈지만, 지금 우리의 내적 지지력은 더없이 연약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불확실성과 외로움의 깊이는 그 어느 때보다 깊지요. 그러나 이 자리에서 도망간다면 고통은 더욱 커질 뿐입니다.

우리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에서 피할 수 없어요. 명상을 통해 동요하지 않는 차분한 마음으로 그 고통을 내 것으로 느끼고 동참해야 합니다. 고통의 끝이 아니라 그 시원에 가닿아야 합니다. 탐욕과 분노와 분리의 마음. 그 뒤에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숨으로 깊이 연결된 사이라는 것을.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상호의존성의 자비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과제지요."

-고통을 보기 위해 명상이 필수적인가요?

"정확히 보아야 길이 열립니다. 명상은 개인의 해탈에만 있지 않아요. 공동체를 위한 움직임이죠. 틱낫한 스님이 말씀하셨지요. "난민이 피난 보트를 타고 가다 태풍과 해적을 만나 공포에 벌벌 떨고 있을 때, 한두 사람이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앞선 리더가 명상을 하는 이유죠."

-잭 콘필드 박사는 실리콘 밸리 CEO들이 믿고 따르는 명상 스승입니다. 이 시대 산업의 정점, 테크 기업의 수장들은 왜 명상에 심취해 있나요?

"그들은 더 나은 의사 결정과 행복감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체를 위해 명상을 합니다. 링크드인의 CEO였던 제프 와이너는 명상을 통해 연민(Compassion)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연민 경영을 해왔어요. 동료들끼리 경쟁이 아니라 친절을 가르치죠. 지금은 미국의 전 초등학교에 명상 클래스를 도입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일즈 포스의 회장인 마크 베니오프도 새로 건물을 지을 때 모든 층에 명상실을 둡니다. 직원들이 자애와 자비심으로 일하도록 돕기 위해서죠."

-기업의 리더가 경쟁이 아니라 자비심을 가르친다니, 놀랍군요! 트루디 굿맨 박사는 산드라 오의 명상 스승으로 알고 있어요. 오프라 윈프리, 휴 잭맨, 니콜 키드먼 등도 명상애호가로 알려졌는데, 유명인사들은 왜 명상에 몰두합니까?

"모든 유명인은 내 관심사가 아닙니다(웃음). 산드라 오만 이야기하면, 그는 한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훌륭한 배우예요. 12년간 명상을 해왔죠. 배우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연기하는 직업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시로 자기 투사를 하죠. 나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어야 타인의 자리가 생깁니다. 산드라 오는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자신의 감정과 꿈, 생각을 마치 손가락 끝으로 건드리듯 따스하게 접촉하면서 캐릭터의 초상화를 그려나갑니다."

-한국의 배우들도 명상을 하면 연기에 도움이 되겠군요.

"맞습니다. 명상할 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어요. 구석구석 다 떠오르죠. 내 안에 아름다운 것, 사랑스러운 것, 그렇지 않은 것들… 나를 구성하는 현재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면, 새로운 캐릭터를 더 깊은 연민으로 환영할 수 있어요."

-실리콘밸리 리더와 할리우드 유명인사 말고도 제가 예전부터 주의 깊게 보는 명상 수행자가 있습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입니다. 베르베르는 인식의 단계를 이야기하며 ‘신'이라는 소설을 썼고, 하라리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신이 되려 한다고 예언했지요. 그들은 명상을 통해 뇌과학적으로 어떤 차원을 넘어가는 경험을 하는 것 같더군요.

"아름다운 질문이군요. 수십 년 동안 하버드와 UCLA, 존스 홉킨스 대학의 뇌과학자들은 명상이 신경과학적인 통합에 어떤 도움을 주는 지 8천 건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어요. 결과는 한결같습니다. 명상으로 공감, 자비심, 인지능력, 감정 회복력이 증진된다는 거죠. 침착성, 집중력, 신체적 치유에도 효과가 분명합니다. 학교나 병원, 회사에서 명상을 강조하는 건 바로 그런 점 때문이죠."

-저는 명상을 통해 베르베르나 하라리가 점점 더 신의 위치에서 빅 히스토리를 상상한다,고 느꼈습니다만.

"그들을 존경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저작물에 갖고 있는 비전을 존중해요. 다만 나는 명상의 본질에 집중하고 싶어요. 불교의 가르침은 철학이나 만물의 탄생에 집중하지 않아요. 매우 현실적이죠.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이 삶을 어떻게 더 잘 살아갈까? 슬픔과 행복을 동시에 안고 사는 운명에서 어떻게 자유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의 선한 가슴에 주목하고, 그 마음을 끌어내는 것, 그게 명상입니다."

-요즘엔 종교학자, 인문학자도 명상을 이야기합니다. 직립의 반대로서의 좌정이지요. 두 발을 묶은 ‘자발적인 고립' 속에 ‘불필요한 일을 걷어내고, 진짜 해야 할 일을 찾아 행하면, 더 나은 내가 된다’는 메시지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자비’보다는 ‘성장'이에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으로 흥미로운 선문(Zen)이네요. 성장이 중요한가? 자비가 중요한가? 무엇인 더 나은 나인가? 답은 인간은 성장과 자비가 다 필요하다는 겁니다. 성장은 용기 있게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입니다. 두려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엔진이죠. 집 청소를 예로 들어봅시다. 청소하려면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야 합니다. 비워내면 알맹이만 남고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죠. 청소 후 문을 열면 정원으로 새가 날아오겠지요. 자연스럽게 자비심이 싹틉니다. 그러니 일단 청소하듯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것을 내보내세요.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 분노, 수치심… 깨끗한 공간에는 청아한 마음이 깃듭니다. 현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최근에 저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 김완’을 인터뷰했는데, 그가 그랬습니다. 평소 명상을 했고, 청소하면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더군요. ‘부디 자기 자신에게 가혹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면서요. 그와 관련해서 임상 치료 전문가인 굿맨 박사에게 묻지요. 너무 애쓰며 열심히 살지 말라는 조언을 자주 합니다. 지나친 열심은 왜 독이 되나요?

"기타를 예로 들어보지요. 기타를 잘 치려면 음정을 잘 맞춰야 합니다. 기타 줄을 너무 조이면 줄이 끊어지고, 느슨하게 풀리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수 없죠. 현대인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잊고 기타 줄로 채찍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엄격하게 줄을 조이면 결국 끊어집니다. 나는 아름답게 연주되어야 하는 기타입니다. 가혹하게 줄을 당기기를 멈추고, 현재 나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내가 갖고 태어난 선율에 귀를 기울여야 하죠."

-선생은 ‘아프면(pain) 병원에 가고 고통이(suffering) 있으면 방석 위로 가라’고 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분별할까요? 사실 요즘 한국에는 우울증 환자가 쓴 자기 고백 에세이가 정신과 의사가 쓴 책보다 인기죠.

"의사보다 환자가 쓴 에세이가 더 인기라니, 기쁘군요(웃음). 사람들은 진짜 이야기를 듣기를 원합니다. 누군가 용기를 갖고 내면의 문을 열면, 생생하게 나누게 돼요.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랬는데.' 그 과정 자체가 작은 파문, 치유입니다.

진료실로 갈지, 방석으로 갈지는 구분의 문제라기보다 보완의 문제예요. ‘용맹, 정진, 칩거로 고통을 다 이겨내라’고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두려움과 불안 등 영적인 부분은 명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기타 육체적 질환을 동반한 경우는 임상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명상과 임상을 병행하려면, 자기 고통에 매우 예민하게 깨어있어야겠군요!

"물론이지요. 고통에 빠져있지만 말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잭 콘필드는 명상에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있다. 명상은 ‘현대화된 불교'가 아니며, ‘마음의 집중과 이완’으로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두 분의 명상 수행은 아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콘필드 박사는 태국의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에서, 굿맨 박사는 한국의 명상 스승이었던 숭산 스님에게서. 그들에게 무엇을 배웠나요? 어떤 말씀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습니까?

"아잔 차 스님은 내가 만난 스님 중 가장 현명한 분입니다. 운 좋게도 나는 그분께 지각에 대한 명료성, 자비심, 내적인 자유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어요. 어느 날 아침 탁발을 하러 가는 길에 큰 바위를 보고 제자들이 "무거워 보인다"고 하자 그분이 그러더군요. "우리가 들려고 할 때만 무겁다." 외적 조건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말씀이었죠.

코로나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불안에 사로잡히면 안절부절 고통스럽죠. 스님은 "불이 났을 때 불이 내 마음을 태우도록, 홍수가 났을 때 물이 내 가슴을 쓸어가도록 두면 안 된다. 외적 조건은 변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가꾸는 게 중요하다"라고 하셨습니다.

1979년에 아잔 차 스님과 숭산 스님을 만나게 해드린 적이 있는데, 두 분의 선문답이 일품이었다고 했다. "질문과 답을 이어가다 끝내 ‘같은 마음'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지요."

콘필드는 1967년 다트머스 대학을 졸업한 후 태국·미얀마·인도에 가서 승려 생활을 체험하기도 했다.
-숭산스님은 어땠나요?

"그분께 처음 명상을 배울 때 제가 받은 것은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What am I)?’ ‘나란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 ‘이 삶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직접 좌정하고는 힘찬 목소리로 묻고 답하셨죠. ‘나는 모른다.’ 그 모습이 정말 신비로웠어요! (미소지으며)숭산스님은 명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쳤어요.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것, 몰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법을요.

습관적이고 논증적인 사고, 갑론을박으로는 심오한 답을 찾기 어려워요. 생각보다 마음으로 접근하라고, 모르는 것을 인정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셨습니다. 한국의 선불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셔서 서양인 제자를 산사에 많이 초청하셨어요. 그분의 명상센터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스승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

아잔 차와 숭산 스님의 ‘같은 마음'처럼 잭 콘필드와 트루디 굿맨은 서로에 대해 완전히 열려 있었고, 깊이 통해 있는 듯 보였다. 나와 그들 사이에는 태평양이 있고, 우리는 줌 화면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지만,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그들이 같은 에너지 자장 속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파마머리가 사랑스러운 트루디, 콧수염이 근엄한 잭은 가만히 있어도 서로의 말에 아우라를 더해주는 영적인 아카펠라 그룹처럼 보였다.

그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사랑과 존경은 보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초대했다. 화면으로 스승의 인터뷰 장면을 지켜보던 명상 앱 마보의 유정은 대표의 얼굴에 감격스러운 미소가 동심원처럼 퍼져나갔다.

사별과 이혼을 겪은 트루디는 잭이 세 번째 만난 최고의 남편이라고 했다. "그는 위선과는 거리가 멉니다. 자신이 하는 말, 자신이 쓴 글대로 사는 사람이죠. 유머 있고 똑똑하며 자비심이 넘치고 사려 깊고 진실합니다." 잭은 트루디가 즐거움과 생기가 넘치는 훌륭한 명상 교사라고 했다. 그들은 하와이 해변에서 지금은 작고한 세계적인 명상가 람 다스의 주례로 2015년 결혼했다. 캘리포니아에 살며 함께 요리하고 청소하고 명상하고 글을 쓴다.

"산타모니카 해변의 대관람차 꼭대기에서 트루디에게 무릎 꿇고 청혼했어요. 우리는 함께 살며 함께 가르칩니다. 각자의 명상센터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기쁨과 평온으로 차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지요. 함께 한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입니까?" 잭이 트루디의 이마에 키스했다.

’wisdom2.0’에서 강연하는 트루디 굿맨과 잭 콘필드 부부.
그들은 훈련된 심리학 박사이자 동시에 수련된 명상 지도자였다. 나의 질문을 아름답다고 추켜세웠으나, 설사 내가 어떤 ‘추한' 질문을 했다 해도 아름답게 반응할 사람들이었다. 좌정하고 침묵하면서 내면에서 파도처럼 일어나는 감정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상태일까.

일상에서 고통(suffer)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낮춰 부드럽게 타고넘는 감정의 서퍼(surfer)가 된다는 것은.

-평소 저의 몸과 신경은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합니다. 좌정과 산책은 긴장의 플러그를 뽑는 적극적인 행위죠. 눈을 감는 것과 걷는 것은 각각 우리 몸에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나요?

"좌정과 산책은 서로 보완적입니다. 앉아서 눈을 감으면 온전하게 마음을 볼 수 있고, 공간 속을 움직이며 걸으면 몸의 감각이 깨어나죠. 산책은 ‘명료하게 깨어있기 위한 리허설’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침묵은 어떤가요? 간디는 일주일에 하루를 침묵의 날로 정하고 "거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말을 들어도, 일정량의 침묵 수행 후 정의를 이뤄갔다고 들었어요. 침묵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미소지으며)아름다운 질문입니다. 마음챙김의 뜻은 깨어있는 현존, 깨어있는 행동입니다. 좌정 후 일어나서 세상이라는 정원을 가꾸는 것이죠. 정의는 대중을 향한 사랑이에요. 간디는 알았습니다. 흥분이 유도하는 즉각적 공격과 방어보다, 침묵이 일러주는 방법이 훨씬 더 자비롭고 강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 답을 알고 있어요. 성급함은 지혜를 막습니다.

상대가 사악하고 무례하면 당장 말로 쏘아붙이고, 문자 폭탄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죠. 하지만 격하게 반응할수록 상황은 나빠집니다. 침묵이 어렵다면, 잠시 멈추세요. 열 받으면 3번만 호흡에 집중하고 ‘내가 이 상황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가'를 물으세요. ‘원하는 것은 파국이 아니라 좋은 관계이며, 해결책’입니다. 상대를 헤아린 채 차분한 어조로 내 뜻을 전달하는 것이죠."

인도의 영적 스승 마하트마 간디.
-침묵 훈련을 하면 흥분하는 습관을 고칠 수 있나요?

"잠깐씩이라도 소박한 멈춤을 해보세요. 어디서건 자주 ‘따뜻한 현존’을 느껴봐야 해요. 불교, 이슬람, 기독교 모두 안식일이 있어요. 보름달이나 초승달이 뜰 때 주기적으로 침묵 시간을 가지면, 정말 중요한 문제와 가짜 문제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눈이 빛나고 맑아져 미움보다는 사랑의 순간이 먼저 보입니다."

-사랑과 자비는 예수와 석가의 공통의 가르침입니다. 다만 기독교는 죄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자원(예수)을 갖고 있어요. 구원과 부활을 통해서죠. 창조와 피조를 구분하는 기독교는 절대자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지만, 불교는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지요. 자발적 깨우침과 윤회가 불교의 핵심인가요?

"붓다가 45년 동안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폈던 가르침을 담은 초기 불교 경전을 보면 붓다는 환생을 믿으라고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붓다는 수행이 당신의 가슴에 도움이 되는지 와서 직접 보라고 초대했어요. 예수의 가르침이 사랑이듯, 붓다의 가르침은 자비심이고 내면의 해방입니다.

탐욕, 혐오, 두려움, 무지는 나와 남을 고통으로 밀어 넣지만, 관대함과 사랑, 용기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죠. 붓다는 현명한 사회란 약자를 보호하고 연민의 가치를 따르는 사회라고 가르쳤습니다. 그 외의 것들은 다 부가적인 것이지요."

그들이 지도하는 마음챙김 모임에는 기독교와 유대교 신자들도 참여한다.
-선생의 나라인 미국은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예요.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공동체 국가로 출발했지만,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갈수록 퇴행하는 느낌입니다. 선생이 인용했던 "미국은 핵 강국이지만 윤리적으로는 유아 수준이다"라고 한 미군 사령관의 고백은 의미심장해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가슴은 무엇을 했나요?

"(어두운 목소리로)맞습니다. 미국은 개인주의 문화의 정점에 와 있어요. 내 안위가 최고였던 개척시대의 카우보이즘과 식민 지배 문화가 미국 역사 안에 있었습니다. 두려우면 더 개인화 되죠. 공포는 담장을 높이고 ‘이방인은 위험하다’고 부추깁니다. 빈부격차, 인종 차별, 난민 문제… 지적한 대로 미국은 기독교적 사랑과 정의에 기반해 출발했지만, 가슴은 이 방향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봅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시위에 수많은 청소년이 참여하고, 기후와 환경 문제에도 적극적이에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연민의 교육을 받은 새로운 세대가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갈등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지요. 당신은 상대를 모욕하지 말고 시위도 신나게 재밌게 하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좌우 이념 대립이 심해서 인터넷 댓글이나 SNS에서도 부족화가 심한데, 어떻게 싸움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요?

"소셜미디어의 부족화는 알고리즘의 영향이 큽니다. 끼리끼리 모아놓는 문화가 분열을 초래하고 있어요. 메아리만 들리는 방에서 사는 것과 같죠.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인류애의 시작입니다. 위대한 활동가 말리 아이빈스(Molly Ivins)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면 그 행위를 즐겁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분노에 차서 행동하면 더 많은 갈등만 낳을 뿐이라고요.

우리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군무를 출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 이민자들이 공항에 갇힌 상황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어요. 한쪽은 입국 반대 피켓을, 한쪽은 난민 수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죠. 그 현장에 재즈 밴드가 나타나 연주를 시작했어요. 그러자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도 보안대원도 흥얼거리며 춤을 췄죠. 우리가 난민을 도우러 갈 때, 그들은 우리가 울상이 되어 악을 쓰기를 원치 않을 겁니다. 신나게 싸운 후,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시위 현장에, 예술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트루디는 먼저 한걸음 물러난 뒤에 나아가라고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지 말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친밀감과 생생함을 느껴보라고. 한걸음 물러나는 행위는 나와의 연결이자, 타인을 향한 수용이라고.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을 넘나드는 마음을 잡아 ‘여기 있음'의 기쁨을 알아차리도록 수행하는 마음챙김 명상.
나는 태극기를 든 노인과 촛불을 든 청년이 광장에서 함께 트로트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세대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지향이 달라도, 함께 춤출 수 있을까.

-따뜻한 알아차림이란 뭐지요?

"사랑의 마음으로 수용하는 거지요. 마음을 고요히 하고 호흡을 느끼면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지켜봅니다. 나는 그 ‘알아차림'의 공간이 되는 거죠. 고통과 분투가 올라오면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는 엄마의 마음으로 안아줘야 합니다. 점점 그 따뜻한 주파수를 나에게서 이웃에게로 넓혀가는 거죠. 한 사람씩 떠올려 그의 고통을 안아주고 행복을 빌어주세요. 주위가 흩어지면, 스승이 잘 돌아오도록 도와줍니다."

-기도와 비슷하군요! 더불어 따뜻한 알아차림으로 나만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존의 기쁨’에 집중하면 반드시 나의 재능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 재능을 세상과 나눌 기회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다만 혼자서는 재능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공동체에서 함께 해야 해요. 깊이 잠겨 떠올리면, 내가 못 본 나의 재능을 동료와 스승이 알려줄 겁니다."

-명상으로 숙련된 두 분도 혹시 일상의 걱정거리가 있으신지요?

"물론입니다(웃음). 보통 사람처럼 근심도 있고, 불쾌한 감정도 끼어들지요. 다만 오래가지 않아요. 거창한 스토리로 비화되지도 않죠. 감정은 날씨처럼 변화무쌍해요. 지나가는 구름, 흘러가는 바람과 같죠."

-문득 궁금합니다. 명상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필요한가요? 부자에게 더 필요한가요?

"재미있는 질문이군요. 가난한 사람은 하고 싶어도 생계 문제로 명상할 시간이 없고, 부자는 시간은 있지만 누릴 것이 많아 수행을 지속하지 못하더군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이유로 명상이 필요합니다. 기자도 청년과 어린아이도 명상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사랑과 창의성으로 이 세계를 리드할 겁니다. 조화로운 공동체가 무엇인지 한국의 청년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 전염병, 핵, 분쟁, 실업…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문제를 안고 사는 21세기 젊은이들, 특히 향상심이 큰 한국의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눈을 빛내며)지금의 젊은이들은 창의성과 비전의 정점에 있습니다. 청년들은 망가진 지구를 회복해야 하는 과업을 물려받았어요, 일어나서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가 된 거죠. 이 모든 문제가 인간이 일으킨 것이라면 역시 인간이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존경받는 나라가 됐어요. 경제, 인터넷, 예술 모든 분야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죠. 그러나 50년간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장에 쏟았던 야망과 에너지가 현재 청년들에게 독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힘이 젊은이들을 짓누르고 있죠. 어른은 자녀에게 더이상 쳇바퀴를 돌리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그들은 어딘가에 도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청년들은 자신의 목숨 말고,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사회가 당신에게 기대한 모든 것들을 죽이세요. 주입된 낡은 야망을 죽일 수 있다면 그때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때 비로소 기후변화, 해양오염, 공동체 만들기 등 중요한 것들이 보일 거예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미 금메달감입니다. K-POP이 증명했죠. 음악, 영화, 게임, 창의성 부분에서 드러난 실력은 부모 세대의 야망이 아닙니다. 청년들이 깨우친 사랑과 창조의 야망이죠. 아름다운 열망을 더 강하게 드러내세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우리가 보여주겠다!"고. 한국 사회가 ‘낡은 열심’을 강요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한국의 청년들은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잭 콘필드와 트루디 굿맨은 한국이 보물창고라고 여러 번 찬탄을 더 했다. 이제껏 이룬 외적 성장보다 더 거대한 내면의 힘이 한국의 전통 안에 잠재돼 있다고. "두고 보세요! 한국은 사랑과 창의성으로 이 세계를 리드할 겁니다. 조화로운 공동체가 무엇인지 한국의 청년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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