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감염 합병증 부르는 ‘생물막’, 찻잎으로 만든 마이크로 로봇이 해결

조선비즈
  • 김윤수 기자
    입력 2020.09.26 06:00

    세균 모여 이룬 생물막, 감염병 치료 방해·합병증 유발
    찻잎 입자에 자성입자·항생제 첨가한 ‘티버드봇’ 개발
    동력은 자석의 힘… 생물막에 항생제 내뿜으며 청소

    티버드봇이 생물막을 청소하며 지나가는 모습./ACS 유튜브 캡처
    찻잎으로 작은 로봇을 만들어 ‘생물막(biofilm)’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생물막은 세균들이 모여 막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감염병 치료를 어렵게 하고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

    인도 구와하티 공대(IITG) 연구진은 찻잎으로 만든 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로봇 ‘티버드봇(T-budbot)’으로 생물막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 응용물질 및 계면(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최근 발표했다.

    생물막은 수돗물 정수 등에 쓰이기도 하지만 세균 감염 환자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3일(현지시각) 과학전문매체 유레칼러트(Eurekalert)에 따르면 세균들이 몸속에서 생물막을 이루고 있을 경우 항생제 물질이 세균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어 감염병 치료가 어려워진다. 또 환자의 몸속에 삽입된 의료용 관이나 심장박동 조율기 등에도 생물막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관이 막히거나 체내 의료기기의 기능이 떨어져 치료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고 다량의 항생제를 환자에 투여해 세균을 미리 죽이거나, 환자의 고통과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체내 삽입된 관·기기를 교체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연구진은 찻잎을 응용했다. 찻잎을 작게 갈아 만든 입자는 저렴하고 독성이 없고 항균 성분인 폴리페놀도 함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표면에 구멍이 많아 항생제 물질을 저장할 수 있다.

    티버드봇을 만드는 과정./ACS 유튜브 캡처
    연구진은 찻잎 입자에 또 다른 다공성(多孔性) 마이크로 입자를 섞은 후 표면에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입자들로 코팅했다. 이 나노입자는 자성(磁性)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움직임을 외부에서 자기력(자석의 힘)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찻잎 입자 표면의 구멍들에 항생제 물질인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을 집어넣어 마이크로봇 ‘티버드봇’을 완성시켰다.

    티버드봇은 세균 감염 시 조성되는 산성 환경에 놓이면 항생제 물질을 방출한다. 연구진은 생물막이 들어있는 실험용 접시에 티버드봇을 넣어 실험했다. 티버드봇은 생물막을 꿰뚫으며 세균을 죽이고 청소했다. 티버드봇이 지나간 자리는 깨끗이 청소됐으며 분해된 생물막의 잔해는 티버드봇의 표면에 달라붙었다. 연구진은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proof-of-concept study)"라며 "인체에 활용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티버드봇(검은색 입자)이 세균을 죽이고 생물막을 제거하는 원리를 설명한 개념도./ACS
    국내에서도 생물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이 있었다. 2018년 로버트 미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은 ‘포도상구균 생물막’을 ‘벨로(BALO)’라는 또다른 세균이 잡아먹도록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석영재·이원재·김병기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콜레라 치료제에 포함된 다량의 포도당이 콜레라균 생물막 형성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탈수 증상 완화를 위해 치료제에 포함된 포도당 성분이 오히려 생물막을 만드는 데 기여해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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