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35) “순향주는 여주쌀로 다섯번 담금으로 빚은 귀한 술입니다."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9.25 15:02 | 수정 2020.09.25 15:59

    여주 추연당 이숙 대표 "어릴 적 할머니가 빚던 술 향기 못잊어 마흔일곱에 술 빚기 시작"
    오양주인 약주 순향주는 달지 않고 곡물의 고소함 오롯이 느껴져...우리술품평회 우수상 받아
    막걸리 백년향도 드라이한 맛 일품...증류주 소여강은 여주 트레킹코스에서 이름과 색상 따와
    "시골 양조장은 직원들에게 비전 심어줘야...대회 자주 내보내 실력 쌓도록 지원하고 있다"

    "고향이 수원인 제 어릴 적 집은 동네에서 쌀 농사를 가장 많이 했어요. 추수철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제일 먼저 저희 논 벼 수확을 도왔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막 걷어들인 햅쌀로 술독 가득 술을 빚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셨던 기억이 나요. 항아리 속에서 보글보글 소리내면서 익어가던 술 향기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백설기 떡을 밑술로 해서 술을 만들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제 나이 마흔일곱에 전통술을 빚게 만들었습니다."

    ‘쌀값 비싸기로 둘째라면 서운해한다’는 여주쌀로만 전통술을 빚는 추연당의 이숙 대표는 "고향의 향기와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서 술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양조장 이름 추연당은 ‘맛있는 술로 인연을 맺은 집'이란 뜻이다.

    이숙 대표는 2018년부터 우리 술 양조를 시작했다. 햇수로는 겨우 3년에 불과한 새내기 양조인이다. 그러나, 술을 빚자마자 전통주점들에서 앞다투어 가져갈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추연당은 밀려오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조만간 새 양조장을 별도로 지을 생각도 하고 있다. 추연당의 간판상품인 순향주는 올해 우리술품평회에서 약주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대표는 천연세제를 수입해, 국내에 파는 사업을 오랫동안 했다. 피부 질환인 아토피에 좋다는 천연 세제를 일본에서 들여와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했다. 내츄럴, 웰빙, 유기농, 라이프스타일 등이 2000년대 초반 당시 사회 트렌드여서 천연세제 사업은 순탄했다.

    추연당 이숙 대표는 “어릴 적 수원 고향 마을에서 할머니가 술을 빚어 동네 사람들과 나눠 마시던 걸 본 기억과 그리움이 결국 나를 술 양조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박순욱 기자
    그러나, 10여년 경영하던 ‘돈 되는 사업’을 동생에게 물려주고 이 대표는 3년전부터 ‘돈 안되는' 전통술에 매달려왔다. 누구라도 평소에 하던 일이 익숙하고, 또 성과를 내기도 쉬운 편인데, 반백이 다 된 나이에 이 대표는 ‘전통술 빚기'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는 1968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올해 쉰 셋이다.

    추연당의 간판상품인 순향주는 오양주다. 다섯번이나 담금을 해야 발효가 완성되는 술이다. 시간이나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까다로운 술이다. 발효에 필요한 효모가 힘이 딸리면 발효가 잘 안돼 역겨운 냄새가 나기 일쑤다. 이 대표만 해도 초기에 만든 순향주 일년치를 거의 다 버리다시피해야 했다. 숙성이 끝나 맛을 보니, 아미노산 취(약간 역겨운 냄새)가 있어 도저히 상품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주는 대개 이양주나 삼양주가 많다. 담금 횟수가 늘어날수록 재료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술이 제대로 안될 리스크가 커진다. 게다가 양조를 하는 이숙 대표 본인이 아직 양조에 관한 한 초보 아닌가? 그럼에도, ‘차별화’ 하나를 내세우기 위해 실패를 감수하면서 오양주를 만든 것이다. 이 대표는 "남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남들이 하던 술은 만들기 싫었다"며 "우리 선조들이 우아한 오양주 빚기도 즐겨했다는 것을 젊은층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싼 여주쌀만 고집하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 오양주 기법으로 술을 만드는 고집도 꺾지 않는 이숙 대표를 여주 추연당 양조장에서 만났다. 개량 한복의 편안한 차림이었다.

    -추연당은 무슨 뜻인가?

    "추는 한자로 ‘맛있는 음식’이란 뜻으로 된장 같은 발효음식에만 쓸 수 있는 단어다. 술은 대표적인 발효음식이니까 당연히 ‘추’자를 쓸 수 있다. 연은 인연이란 뜻, 당은 집이란 의미다. 그래서 추연당은 ‘맛있는 술로 인연을 맺는 집'이란 뜻을 담고 있다. 2016년부터 양조장 설립을 준비할 때부터 양조장 이름 지을 것을 염두에 두고 한자옥편을 뒤져서 맛있는 술이란 뜻의 ‘추'자를 찾아냈다."

    -여주에 양조장을 차린 이유는?

    "집은 서울 방배동에 있다. 술 공부를 마치고 나서, 소규모 양조장을 짓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처음부터 시작하려니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미 50대 초반의 나이였다. 터닝포인트의 시기였다. 2013년부터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 교수)에서 전통음식을 배운 것이 2015년 전통술 공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원래 고향은 수원이다. 그런데 고향에 가서 양조장을 차리려고 해도, 고향집 근처는 다 아파트가 들어서서 옛 정취가 남아있지 않았다. 여주는 ‘탄화미’가 발견된 지역으로서, 여주가 단순히 쌀의 고장일 뿐 아니라, 탄화미라는 역사가 있는 고장이다. 탄화미(炭化米)가 출토되는 유적은 벼농사와 관련되는 경제활동(經濟活動)이 이루어진 곳을 뜻한다. 벼농사와 여주는 오래 전부터 특별한 관련이 있었다는 증거다. 술 재료 중 가장 중요한 쌀의 기원인 탄화미가 출토된 지역이 여주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주는 쌀 좋기로 유명한 곳이란 건 이전부터 알았지만, 우리나라 벼농사의 기원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때마침 여주 한살림(무농약 유기농산물 전문업체)에 아는 분이 있어서, 현재의 양조장 자리를 소개받았다. 당초에는 두부공장을 하려다가 여의치 않아 그만둔 곳인데, 기본적인 식품제조 시설과 관련 허가는 이미 해뒀기 때문에 나로선 엄청 시간을 아낀 셈이었다. 주변도 다 논이라서 양조장을 차리기엔 좋은 입지였다."


    추연당 이숙 대표가 양조장 방문객을 대상으로 전통술 강의를 하고 있다. /추연당 제공
    이숙 대표는 천연세제 수입 무역 비즈니스를 하다, 2018년 전통술 양조로 전업했다. 젊은 시절 일본에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직장생활도 하다가 아토피 예방에 좋은 천연세제를 알게 됐다. 마침 한국에 있던 조카가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 천연세제를 보내줬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천연세제 사업이 돈이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2000년 초반만 해도 한국에 천연세제가 거의 없었다. 이 대표가 수입한 것은 천연 원료로 만든 비누, 샴푸, 세탁세제 등이었다. 그 제품에는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계면활성제, 형광증백제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았다. 때마침 한국 사회에 내추럴, 오가닉, 라이프스타일, 웰빙 등의 트렌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 사업은 순항을 탔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하면서 국내 유통을 시작했다. 15년 정도 하다가 지금은 천연세제 사업은 동생이 이어받아 하고 있다.

    -전업한 이유는?

    "세제 사업을 하면서 전통음식을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게 2013년부터다. 어릴 적 할머니가 10살 때까지 생일마다 시루떡과 백설기를 해주신 게 오랫동안 기억이 남았다. 그래서, 내 아이에세도 생일떡을 해주고 싶어 전통음식을 배웠다. 술은 원래부터 좋아했다. 특히, 할머니가 어릴 적 술 빚어 동네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시던 걸 보고 자란 기억이 오래 갔다. 동네에서 논이 가장 많은 집이라 추수 때는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가을걷이를 했다. 그 보답으로 할머니가 햅쌀로 술과 음식을 만들어 동네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그런 기억이 술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디딤돌에 올라가, 술이 보글보글 소리를 내면서 익어가는 항아리 속을 쳐다본 것을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 난 술 지게미를 먹고 자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술 DNA가 생긴 것 같다. 50이 넘어 양조장을 차릴 줄 어떻게 알았겠나?

    할머니, 시골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결국 나로 하여금 술을 만들게 한 것이다. 지금은 고향에 가까운 친척이 없다. 그러니, 갈 고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향수를 달래려고 술 빚기를 시작했다. 아들에게 생일떡을 해주고 싶어 전통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어릴 적, 할머니가 술 만드는 걸 지켜봤던 기억이 다시 살아나 결국 술을 배웠고 양조까지 가게 됐다."

    -양조장 설립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개 뭔가를 만들면 기계들이 상당부분 일을 맡아준다. 그런데, 양조는 맞춤형 기계가 없다. 그래서 다 손으로 해야 한다. 우선은 몸이 고된 어려움도 있다. 판매를 위한 술 원료는 양이 적지 않다. 몇십키로그램인데, 다 손으로 해야 한다. 기계를 산다 치더라도 레시피가 결정되지 않으면, 어떤 기계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새로 양조장을 차린다는 분에게는 나는 처음 일년은 기계를 권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레시피가 정해질 때까지 손으로 술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술 만들 때 밑술, 덧술을 떡으로 할건지, 범벅이나 죽으로 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장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처음 일년은 이런 레시피를 찾아가는 기간이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해봐야 한다. 그러니 몸이 고될 수 밖에 없다.

    추연당 이숙 대표는 “술은 음식 맛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조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3년부터 전통음식을 배워오다가 전통술 빚기까지 배웠다. /추연당 제공
    또 작은 양의 술을 빚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양을 늘리다 보면 과발효가 돼서 술이 넘치기도 한다. 결국 쌀과 누룩, 물의 용량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시행착오들이 부지기수다. 발효실도 양조 스타일에 따라 맞는 온도가 따로 있다. 추구하는 술에 따라 발효온도도 미세하게 달라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서 될 일이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술맛이 다른 만큼, 그에 맞는 양조장 조건을 누가 처음부터 정해줄 수가 없다."

    -그래서 초반에 만든 술을 많이 버렸다고 들었다.

    "발효실 조건을 잘 맞추지 못해 일년 동안 만든 술을 버려야 했다. 단맛의 술을 만든다면, 고온에서 발효시키면 되겠지만, 나는 드라이한 술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발효실 조건이 달라야 했다. 그러나, 그런 세세한 조건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이한 술을 오래 저장하니까 아미노산 취가 나서 일년동안 만든 술을 거의 다 버렸다. 아미노산 취가 난다는 것은 초기발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데, 약간 역겨운 냄새가 났다. 묵은 쌀 냄새 같은 느낌이랄까, 암튼 상품화할 수는 없었다.

    초기 발효가 잘 된 술은 끝에 가서 곡물의 고소함, 과일향을 느낄 수 있는데, 초기발효가 힘이 없으니까, 다섯 담금(순향주는 오양주)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덧술을 계속 넣어준다고 하더라도 발효를 끝까지 제대로 해낼 힘이 모자라니까, 이상한 냄새가 난 것이다. 오양주다 보니, 발효가 다른 술보다 더 까다롭고 힘들었다. 일본 술은 12담금 술도 있는데, 다섯 담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다보니, 초기에 실패가 많았다. 되도록이면 남들이 안하는 걸,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추연당의 시그니쳐 상품인 순향주는 어떤 맛일까?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의 테이스팅 노트는 다음과 같다. "순향주는 맑은 노랑색이 식욕을 자극한다. 첫 향에 과실향과 곡류향이 느껴지며, 후미에 아카시아 꽃향을 가지고 있다. 달지 않으면서 신맛과 조화가 있으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바디감이 편하게 마실수 있다."

    추연당 이숙 대표는 “증류주 소여강은 여주의 트레킹 3코스에서 이름과 라벨 색상인 블루를 따왔다"고 말했다. /추연당 제공
    이 대표는 순향주 주방문을 옛 문헌에서 참조했다. 그러나, 똑같이 만들지는 않았다. 쉽게 읽는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순향주는 삼양주, 세번 담금하는 술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순향주를 오양주로 만들었다.

    -추연당의 간판상품 순향주는 어떻게 만드나?

    "순향주는 장계향 할머니가 만든 음식디미방의 주방문을 참조했다. 그러나 똑같이 만들지는 않았다. 우선, 문헌에는 순향주가 삼양주인데, 나는 오양주로 만들었다.

    순향주는 달지 않고 드라이한 술로서, 찹쌀이 아닌 멥쌀로 만든다. 음식디미방의 주방문을 보면, 마지막 담금은 찹쌀로 풀을 쒀서 감칠맛을 줬는데, 나는 마지막 네번째 담금 때 찹쌀로 고두밥을 쪄서 덧술을 만들었다. 멥쌀로만 술을 만들면 굉장히 드라이하고 맵기도 하다.

    오양주로 만드는 순향주는 밑술부터 두번째 덧술까지는 멥쌀로 백설기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리고 네번째에는 멥쌀 고두밥, 마지막 담금 때는 멥쌀이 아닌 찹쌀로 고두밥을 쪄서 마무리를 한다. 그러면 알코올 도수도 1도 정도 높아진다. 발효는 40일, 숙성은 60일, 그래서 발효와 숙성에 100일 정도 걸린다."

    -발효와 숙성에만 100일이 걸린 순향주는 어떤 술인가?

    "와인도 다소 가볍고 프레쉬한 와인도 있고, 반대로 풀 바디한 와인이 있지 않나? 우리 술도 발효와 숙성을 거치면 곡물이 주는 고소함을 묵직하게 느낄 수 있다. 이걸, 와인의 풀 바디에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고소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볍게,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게 막걸리라면 맑은 약주는 곡물의 고소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군더더기가 없이, 딱 떨어지는 깔끔한 순향주 맛은 오랜 숙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숙성이 덜 된 술은 쓴맛도 나는데, 오랜 숙성을 거치면 이런 잡미들이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맛이 부드러워진다. 산미도 적당히 있어 반주 문화에 잘 어울리는 술이 된다.

    추연당을 찾은 탐방객들이 술 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추연당 제공
    반주문화에 어울리는 술은 술 자체가 도드라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술이 음식을 방해해서도 안된다. 그냥 잘 어우러져야 한다. 음식 맛이 더 나도록, 음식을 받쳐주는 술이 좋은 술이다. 그래서 어떤 음식과도 잘 페어링되는 술이 좋다고 여긴다. 요즘 술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선조들이 오양주 같은 기품 있는 술도 만들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어, 순향주를 오양주로 만들었다."

    추연당의 막걸리 백년향은 술을 따를 때부터 묵직한 느낌이 전해온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새콤한 향과 누룩향, 쌀향이 있으며 과일향이 느껴진다. 맛에서는 묵직한 곡물맛과 신맛이 조화로우면서 단맛이 후미에서 마무리해준다. 발란스가 좋다."고 평했다. 알코올 도수는 10다.

    -삼양주 백년향은 어떤 술?

    "술 입문 즈음에 함양의 자희향(막걸리)이란 술을 마셔보고, 반했다. 너무 맛있었다. 그런데, 내 입맛에는 단맛이 다소 강했다. 내가 술 양조를 배울 때는 석탄주 스타일, 죽으로 술을 많이 빚었다. 밑술이나 덧술을 죽으로 하면 맛이 달게 된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드라이한 막걸리를 만들려고 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백설기로 술을 만드는 걸 봐왔다. 그래서 백설기 술에 익숙해 있었다. 막걸리를 이양주로 만들면 대체적으로 단맛이 많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삼양주로 해서 초기에 물을 조금 적게 넣고 그 다음에 덧술 때는 점점 물의 양을 늘려가는 식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면 술이 드라이해진다. 삼양주 백년향은 밑술 백설기, 1차 덧술 백설기, 2차 덧술은 고두밥으로 했다."

    -드라이한 막걸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래서 백년향은 앞으로 기존의 드라이 버전과 앞으로 스위트 버전 두 가지로 만들 작정이다. 너무 드라이하니까 아무래도 호불호가 있다. 그렇다고 맛을 바꿀 수는 없으니, 단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를 위해 스위트 버전 백년향을 따로 만들 참이다. 술병 라벨에다 드라이, 스위트 따로 표시해, 소비자들이 선택하게끔 하겠다.

    백년향은 처음에 일부 사람들이 송명섭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술과 비슷하다고들 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송명섭 막걸리만큼 백년향이 드라이했다는 얘기다."

    순향주를 증류한 소주 소여강은 어떤 맛일까? "첫향에 알코올 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향이 사라지면서 곡물의 향과 약간의 바닐라 향이 여운을 채워준다. 후미에 약간의 과실향과 누룩향이 있다. 첫 입맛에 느껴지는 알코올이 강하지만 결코 독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다. 후미에 쓴맛과 묵직함이 상압증류주 특유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차갑게 마시는것보다 약간은 상온에서 마시는게 더 좋을듯 하다."(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

    소여강은 네이밍 과정부터 스토리가 있다. 양조장이 자리한 여주의 트레킹 코스(여강길)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강은 ‘여주의 강’이란 뜻이다. 여강 앞에 ‘소’자를 쓴 것은 소주라는 의미다.

    -증류주 이름은 어떻게 해서 지었나?

    "증류주 소여강은 올해 새로 나왔다. 준비는 2017년부터 했다. 옹기 숙성을 일년간 했다. 출시에 앞서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고민이 됐다. 그러면서 이름을 지으려고 여주를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그러다, 여강길을 알게 됐다. 여주의 트레킹코스 여강길은 네 코스(1~4)가 있다. 여강길은 네 코스가 있는데, 3코스 여강길을 상징하는 색이 블루였다. 코스별로 색깔을 달리했다. 3코스는 강천마을~실륵사인데, 3코스 도중에 세종대왕릉도 있다. 그래서 새로 만든 증류주 이름을 여강길에서 따서 ‘소(소주라는 뜻)여강'이라 지었고, 병 라벨 색깔도 여강길 3코스 색깔인 블루로 했다. 실제 3코스 따라 흐르는 강 이름이 여강이기도 하다.

    이미 나온 소여강은 41도이고, 다음에 나올 소여강은 도수25도 제품인데, 4코스 초록색을 본따 레이블 색상을 녹색으로 할 작정이다. 소여강 25도는 4코스 주변의 농산물을 부재료로 넣어서 완성할 작정이다."

    추연당 이숙 대표는 “증류주 소여강은 100% 여주쌀로만 만든다"고 말했다. 소여강은 42도 외에 앞으로 25도 제품도 나온다. /박순욱 기자
    -순향주를 상압증류한 소여강의 특징은?

    "소여강은 약주인 순향주를 증류해 만든다. 일년간 항아리 숙성을 거쳤다. 여강 42는 여강길 3코스(블루). 여강 25도 제품도 새로 낼 것이다.

    소여강은 여주쌀만 쓴다. 다른 업체들은 20% 정도 타지역 쌀로 쓴다고들 하는데, 나는 여주쌀 사용을 지킬 것이다. 여주쌀이 비싸긴 하지만, 양조장이 여주에 있는한 여주쌀만 쓸 것이다. 여주 지역농업법인이지만, 사실 다소 값이 싼 경기쌀을 써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최고의 쌀인 여주쌀로 빚은 술'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주 이외 쌀을 쓸 이유가 없다. 더구나 술 이름도 여주의 강인 ‘여강’이니 여주쌀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술 양조 전에 전통음식을 먼저 배웠는데?

    "우리 술과 쉽게 안주처럼 먹을 수 있는 육포를 개발하고 있다.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느리게 육포를 말린다. 육포를 만든 이유는 우리 술이 육류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기요리는 항상 준비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 가령, 불고기를 금방 먹을 준비를 늘 하지는 못하니까. 그래서 개발하고 있는 게 육포다. 육포는 이미 조리해 말린 것이니, 간단히 뜯어 먹기만 하면 되니까, 언제 어디서든 ‘준비된 안주’인 셈이다. 오래 전부터 술과 잘 어울리는 주전부리를 연구해보니, 육포가 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여강과 육포를 세트로 판매하는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육포 이외에 정과류(도라지나 과일을 꿀에 넣어 조린 것)도 브랜드 네이밍(상표등록)해서 술과 함께 판매할 예정이다."

    -추연당 제품이 판매되는 곳은?

    "전통주점, 한식당에도 여러 곳에 들어가 있다. 경기지역 한살림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순향주가 1만8000원, 백년향이 8000원, 소여강은 4만8000원이다."

    -소규모 양조장의 어려움은?

    "영업 담당 직원이 따로 없다 보니 애로가 많다. 현재 생산량을 늘리려고 한다. 인력도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는 안개길이었다. 이렇게까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미리 직원을 뽑을 수도 없다. 일이 목에 찰 때까지 사람을 늘리지 못하는 게 전통술 사업이다. 정말 혼자서 할 때까지 하다가, 한 사람 뽑고, 또 둘이서 끝까지 버티다가 한사람 더 뽑는다. 그러다가 일을 다 배운 직원이 나가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비전을 줘야 한다. 술품평회 같은 대회에 자주 나가서 실력을 쌓도록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 추연당 직원인 이동규 실장은 올해 강릉의 ‘단오 창포주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고 날개를 달아줘야 하는데, 시골 양조장이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최대한으로 양조기술을 가르켜서 좋은 상을 받아, 나중에 혼자 힘으로 디디고 나갈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술 양조는 어떤 보람이 있나?

    "처음에는 그냥 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술과 관련한 어릴 적 추억이 좋아서. 하지만 여자 혼자서 하기는 버거운 일이었다.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회사 경영도 녹록치 않았다. 그만 둘까도 생각했었다. 그런 얘기가 있지 않느냐? 한 사람이라도 내 노래를 듣고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한 사람 앞에서 노래를 하겠다는 가수가 있듯이. 나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내 술을 찾는다면 술 만들기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지치지 말고 가세요' 이런 메시지를 꾸준히 내게 보내준다. 내 술을 좋아하는 팬들이 응원해준다. 지금은 술 양조를 내 힘으로 하는게 아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박순욱의 술기행](36) 엄마 치맛자락처럼 넉넉한 술 ‘모월인', 대통령상 수상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32) "무지개빛 C막걸리, 주당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31) “율무막걸리 한병에 평화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30) “집안 대대로 내려온 레시피 그대로 청명주 빚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9) “유기농 통밀로 농부가 직접 빚은 진맥소주, 국내 유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8) "문헌에만 있는 전통술을 복원하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7) “수제맥주, 쌉싸름하면서도 단맛 나야 잘 팔려”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6) “후추, 생강 넣은 막걸리 맛, 궁금하지 않나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5) “맥주, 와인 같기도 한 막걸리, 한번 맛보세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4) “공기 통하는 옹기에서 숙성한 화요는 쓴맛 없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3)”식초 넣어 만든 별산막걸리, 최고상 받았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2)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받은 스퀴즈브루어리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1)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받은 산머루와인 ‘비원퓨어'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0)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만든 과하주, 이제 사계절 즐겨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19) “좋은 술은 정직한 재료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들어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18) 전통주점 인기 1위 술은 ‘탄산 막걸리’인 이화백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7) “세종대왕께 진상한다는 정성으로 술을 빚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6) “전통누룩 제대로 쓰지 않은 술은 우리 술 아니죠"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⑮ “누룩 냄새 안나는 '한국형 사케' 새로 만들었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故배상면 회장의 마지막 역작… 딸이 이어받아 우리술 대상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⑬좋은술 이예령 대표 “조선시대 탁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박순욱 기자
    세계 최고 와인 평론가에 '100점' 받은 와인의 정체 박순욱 선임기자
    감미료 없어 숙취 없는 이 막걸리… 목넘김도 비단결 같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⑩삼해소주가 김택상 명인 “10년 이상 숙성시킨 위스키보다 부드럽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⑨우리술 박성기 대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막걸리 만한게 있나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⑧바이올리니스트가 만든 '황매 매실주' 맛은 어떨까?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⑦정준하의 새로운 무한도전, ‘전통주 소믈리에’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⑥30대 청년 넷, 서울쌀로 '무감미료 막걸리' 만들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⑤전국 최대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전통술의 박물관 역할하고 싶어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④논산, 평택의 명품 막걸리 주조 현장을 가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③9년만에 매출 100배 키운 지평주조 박순욱 기자
    '카스:테라' 전쟁 시작… 테라, 39일만에 100만 상자 팔렸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① "佛에 수출한 한국 스파클링 와인 아세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33) “감미료 넣지 않은 프리미엄 장수막걸리, 곧 나옵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34) “쌀맥주 도담도담은 전통주와 섞어마셔도 좋아요." 박순욱 선임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