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산식에서 신용대출 중도상환 기간 10→5년 축소 검토
같은 대출 받아도 DSR 비율 높아져 신용대출 조이는 효과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의 우회로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 강화를 논의 중이다. 현재 신용대출은 10년 분할 상환으로 간주해 DSR을 계산하는데, 이 상환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신용대출을 조금만 받아도 DSR 비율이 훌쩍 오르게 된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다.

22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을 계산할 때 신용대출은 원금을 10년간 분할 상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실제로 신용대출은 그 이전에 갚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DSR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DSR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산출한다. 예컨대 연봉이 1억원인 사람이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리금이 8000만원이면 DSR은 80%다. 신용대출은 통상 만기가 1년이지만 매년 연장해 사용하는 행태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10년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간주해 반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DSR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DSR 계산 시 적용하는 신용대출 원금 상환 기간이 축소되면 대출 한도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10년인 원금 상환 기간을 5년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원금 상환 주기가 따로 없다보니 임의로 분모에 ‘10년’을 넣어둔 것"이라며 "10년을 5년으로 줄일 경우 분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DSR 비율은 2배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연봉이 5000만원인 사람이 연 4.0% 금리로 5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이 사람이 1년 동안 내는 이자는 200만원이고, 여기에 원금 5000만원을 10년 동안 나눠서 갚는다고 가정하면 1년간 갚는 원리금은 700만원이 된다. DSR은 14%다. 그런데 원금을 5년 동안 나눠서 갚는다고 가정하면 1년간 갚는 원리금은 1200만원이 되고 DSR은 24%가 된다. 원금 상환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춘 것만으로도 DSR이 10%P 오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DSR 산식 기준이 바뀌면 기존에 거액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 추가 신용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조금만 받아도 DSR 비율이 크게 뛰어 고(高)DSR군에 편입될 수 있어서 거액 여신 보유자는 추가 대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는 DSR이 70%를 초과하면 고DSR군으로 분류한다. 신용대출을 먼저 받은 뒤 주담대를 받는 것 역시 까다로워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 방안으로 DSR 손질까지 검토하는 것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이 틈을 메우기 위해 신용대출을 끌어쓰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억대 신용대출의 경우 생계 자금, 주식 투자 용도보다는 부동산 투자 목적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의 신용대출을 특정해 규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 것도 이들이 수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차주라는 점 때문이다.

DSR 규제 강화가 포함된 가계대출 규제 개선안은 추석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추석 이전에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신용대출 급증세가 한풀 꺾이면서 발표 시기도 늦춰졌다. 금융당국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하는 DSR을 조정대상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 2금융권 DSR을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방안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