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은 절대 포기 못해"…MZ세대 '산린이'의 등산 패션

조선비즈
  • 윤희훈 기자
    입력 2020.09.20 07:00

    산 오르기 좋은 가을… 등산에 빠진 2030
    남다른 MZ세대 등산 패션, 하의는 딱 붙는 레깅스에 상의는 오버핏
    '산린이' 잡기 나선 아웃도어 브랜드, 스트리트 패션을 닮아가다

    MZ세대들이 즐겨 입는 가을 산행 패션. 레깅스에 긴 양말, 플리스 재킷이나 아노락 차림을 하고 있다./네파 제공
    초장기 장마와 태풍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되면서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2030 젊은 '산린이'(등산+어린이)들이 많아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내 운동이나 축구·야구 등 집단 스포츠를 자제하는 지금, 야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즐길 수 있는 등산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대표적인 아웃도어 활동이 됐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지난 봄부터 불기 시작한 MZ세대의 등산 열풍은 가을이 되자 더욱 뜨거워졌다"며 "여름을 보내는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등산 크루'를 만나는 등 활동도 체계화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활동 하나하나를 인스타그램 등 SNS에 박제하는 MZ세대들은 등산 패션도 남다르다. '편안함을 추구하되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애슬레저 룩과 스트리트 패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대표적인 스타일은 몸매를 뽐낼 수 있는 레깅스에 간편한 티셔츠, 그 위에 오버사이즈의 후드티나 아노락을 걸치거나 핏한 바람막이 자켓을 입는 차림이다.

    등산복은 기능성이 우선시 되는 의류다. 방수·방풍 기능에 땀 배출을 잘하고 잘 말라야 한다. 온몸 활동인 만큼 신축성이 좋아야 하고, 바위나 나뭇가지로부터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소재가 튼튼해야 한다. MZ세대들이 '극혐'하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등산복 디자인도 사실은 산에서 조난 당했을 때 눈에 잘 띄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모델인 공효진(왼쪽)과 류준열이 출연한 2020 가을 광고 캠페인 한 장면./유튜브 캡처
    MZ세대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남에게 건강하고 매력적인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대표하는 아이템이 바로 레깅스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 운동을 하면서 몸매선을 확인하는 게 필수적인 운동을 할 때 입던 레깅스는 이제 '동네 마실 패션'을 넘어 '등산복계의 교복'이 됐다.

    아웃도어 브랜드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 봄/여름(S/S) 시즌부터 레깅스 제품을 출시하던 아웃도어 브랜드는 가을/겨울(F/W)엔 라인업을 더욱 늘렸다. 코오롱스포츠는 산의 형태와 난이도에 따라 압박감과 신축성을 달리한 레깅스 3종 시리즈를 출시했다. 평탄한 산을 탈 때 입을만한 '플레인', 중간 난이도의 '밸리', 험준한 산악활동을 위한 '릿지'로 구분이 된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최근 산린이를 겨냥한 '가을산행 시리즈'를 출시했다. 가을철 산행에 필수인 가벼운 아우터부터 편하고 실용적인 팬츠, 아노락, 레깅스, 플리스 등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패션 아이템을 모두 담았다. 네파 관계자는 "아웃도어룩에 정답은 없지만 사고를 방지하고 조금 더 쉽고 즐겁게 아웃도어를 즐기기 위해선 전문가나 숙련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면서 "등산 입문자들이 가을 등산복을 쉽게 고를 수 있게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신제품 라인업"이라고 말했다.

    등산화도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 날렵해지고 가벼워졌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오는 트레일 러닝화와 많이 닮았다. 부상 방지를 위해선 등산용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스타일은 구기고 싶지 않았던 MZ세대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등산 활동을 즐기기 시작한 젊은 세대들은 스니커즈나 일반 러닝화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웃솔(밑창)이 미끄러운 이런 신발들은 바위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선 부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이런 정보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등산용 신발을 새로 장만하는 젊은 고객이 늘었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단독회동을 가진 직후 부산행 열차를 탈 때 입었던 패딩. 이 부회장이 입은 이 패딩은 '히트 상품'이 됐다. /아크테릭스 제공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패션도 등산 패션의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아웃도어 브랜드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경계선은 이미 모호해졌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MZ세대에게 등산복이 아닌 힙스터 패션으로 통한다.

    컬럼비아는 '일상에서 모험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스트리트 패션과 아웃도어 패션의 경계를 허문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원조 교복 패션'으로 통하는 노스페이스도 캐주얼 라인 '화이트라벨'을 중심으로 스트리트 패션 디자인의 등산복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선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인 피엘라벤(Fjällräve)이나 아크테릭스(Arc'teryx)와 같은 고가의 제품들이 MZ세대 사이에 명품 등산복으로 통하고 있다. 특히 아크테릭스는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부산여행을 갈 때 패딩을 입은 사진이 공개된 뒤 MZ세대 사이에서 '핫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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