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LG화학, 증권사는 호평 일색…뿔난 개미들 "리포트 믿어도 되나"

조선비즈
  • 이다비 기자
    입력 2020.09.18 17:05

    LG화학(051910)소액 주주인 직장인 이모(35)씨는 이 회사가 배터리사업부 분사를 결정한 이후 나온 증권사 보고서(리포트)를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사 소식이 알려지고 소액 주주들이 LG화학 주식 팔기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보고서에는 ‘중장기적으로 호재’라는 내용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설법인이 상장한다고 해도, 그 새 LG화학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좋다는 리포트만 나온다"며 "단기적으로 소액 주주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중장기적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있는지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선DB
    ◇ LG화학 보고서에 ‘매수 의견’ 가득…"중장기적 호재"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 분사 결정을 한 지난 17일부터 LG화학 관련 보고서는 총 21개가 나왔다. 대부분이 배터리사업을 전담할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인해 신설법인 상장 후 기업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호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의견을 제시한 보고서 13개는 모두 ‘매수 의견’을 냈다. 이중 유안타증권(003470)의 ‘배터리 물적분할, 주주 손해볼 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매수보다 격상된 ‘강력 매수(Strong Buy)’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6~17일 이틀간 주가가 11.2% 하락해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것이다. 목표가도 최저 80만원에서 최고 105만원까지 있다. 18일 종가 기준으로 현재 66만6000원인 LG화학 주가와는 약 20~58%까지 괴리가 있는 셈이다.

    LG화학 증권사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투자자 우려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 가치가 오르면 모회사인 LG화학 주가 역시 올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라는 논리가 우세하다. 물적분할로 충분한 투자금을 마련하면 기업 가치도 올라 장기적으로 LG화학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말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재무적투자자(FI) 유치나 기업공개(IPO)를 하면 배터리 사업은 현재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될 전망"이라고 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전지 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비 적정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을 수 있고, 물적분할 이후 정지사업부 상장 등 유동화를 통한 투자 재원 마련이 가능해 주가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액 주주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적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로 신주를 대거 발행하게 되면 주식 가치가 희석된다는 논리다. 또 전기차·배터리 관련주로 생각해 LG화학에 투자했지만 분사를 하면 화학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LG화학이 분사한 회사를 100% 자회사로 소유하는 물적분할을 하면 LG화학 기존 주주는 LG화학 주식만 갖게 된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더라도 주식을 받을 수 없다.

    조선DB
    ◇ "비판적인 내용 담기 어려워" 보고서 신뢰도 도마에

    증권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연구원들의 분석대로 물적분할로 LG화학 기업가치가 오히려 올라간다고 해도 이런 기업가치 상승은 최대 주주인 LG화학이 대부분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소액 주주들은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 상장까지 순조롭게 이뤄질지, 인수·합병(M&A) 이슈 등 아직 중장기적으로 불투명한 문제가 잔존해 있지만 보고서에는 이런 부분에 관한 언급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게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제대로 분석되지 못하고 긍정적 전망 일색인 보고서가 많은 것은 구조적 이유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기업인 LG그룹에 부정적 보고서를 내면 이를 배포한 증권사와 해당 연구원이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알아서 긍정적 내용만을 부각시킨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연구원이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계속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내려면 분석대상이자 증권사의 잠재고객인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매도 보고서가 나오면 해당 기업에서 보고서에 필요한 투자설명(IR) 자료를 주지 않거나 탐방을 못 하게 막기도 한다. 회사 윗사람을 통해 압박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에는 교보증권(030610)의 한 연구원이 한 상장사 보고서를 통해 목표 주가를 낮추자 기업탐방과 정보 공개를 제한하겠다고 한 일이 알려지면서 국내 2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화난 개미들, 이틀간 LG화학 2626억원어치 팔았다 박정엽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