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없는 사이 국민연금 직원은 대마초피며 90조 운용

조선비즈
  • 박정엽 기자
    입력 2020.09.18 16:40 | 수정 2020.09.18 16:42

    핵심인력 빠져나가고 남은 사람은 기강해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4명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국민연금 운용 인력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약 관련 기강 해이 사례까지 나오면서 750조원이 넘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라북도 전주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조선DB
    ◇혐의자들 해임 조치, 최종 검사결과는 1~2주일 후 나올 듯

    18일 경찰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책임운용역 1명과 전임운용역 3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대마초 흡입 여부를 확인하고자 모발을 채취해 검사를 의뢰한 상태로, 결과는 1~2주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측은 이와 관련 "지난 7월 공단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는 4명을 자체 적발하고 업무에서 배제한 뒤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를 했다"며 "내부 감사 후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지난 9일 해임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직원에게 공직 기강 교육을 실시하고 (법규) 위반자에 대한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 시행중"이라고 말했다.

    마약 혐의를 받고 있는 운용역들은 기금 중 약 90조원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연금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운용역의 역량에 따라 기금 운용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는데 마약에 취해 운용을 할 경우 정상적인 투자의사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금 운용 수익률이 1% 내려가면 전체 기금 고갈 시점이 5~9년가량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은 총 752조2000억원이다.

    ◇ 7개월 이사장 공백기에 직원은 대마초

    특히 이번 대마초 사건은 국민연금의 수장이 공백이었던 상황에서 발생해 국민연금의 기강 해이와 이에 대한 내부 통제의 적절성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이사장이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를 위해 물러나면서 7개월 동안 수장 없이 운영됐다. 박정배 기획이사가 대행직을 수행하다 지난달 31일에야 김용진 전 기획재정경제부 2차관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기강 해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기금운용본부 퇴직예정자 3명이 프로젝트 투자 자료 등 투자 기밀정보를 빼돌렸다가 적발됐고, 2018년에는 기금운용본부 직원 114명이 5년 간 해외 위탁운용사로부터 약 8억4700만원을 받아 해외 연수에 다녀온 사실이 적발됐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방 이전 이후 핵심 인력들이 퇴사하거나 인재 선발이 어려워지는 등 구인난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7년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뒤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부족 문제도 꾸준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작년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전문가 21명을 선발하려고 했지만 16명밖에 구하지 못했다. 퇴사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10명 남짓이던 퇴사자는 2017년 20명, 2018년 34명, 작년에는 2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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