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경영권 유지는 패착"...첫 단추 잘못 꿴 아시아나 매각에 채권단 '책임론'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20.09.18 12:00

    아시아나항공,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받게 돼
    채권단, 기안기금 지원·출자전환·감자 등 경영 정상화 논의
    "부실 경영 책임 물어야 할 대주주에 오히려 목돈 쥐어줘" 비판

    아시아나항공(020560)매각이 불발된 후 채권단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출자전환, 감자(減資)를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매각 무산에 대한 채권단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아시아나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 대주주의 부실경영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채권단이 이를 묵살하고 대주주의 경영권을 유지한 채 매각에 나서며 결과적으로 아시아나 정상화 시기를 늦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금호산업(002990)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6868만여주(지분율 30.7%)를 HDC 측이 3228억원에 인수하게 했다. 당시 채권단 안팎에서는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야 하는 당사자한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은 목돈을 쥐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이 나왔지만 산업은행은 강행했다. 산은은 지난 8월 HDC 측에 재협상을 제안할 때도 구주 인수 가격은 크게 낮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 챙겨주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HDC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모습./연합뉴스
    결국 아시아나는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 지난 11일 인수 협상을 하던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정부 자금을 지원 및 채권단 관리를 받는 사실상 ‘국영기업’이 됐다. 누적 손실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실기업을 떠안게 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여건이 나아지면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면서 감자를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뒤늦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 2조4000억원을 떼 아시아나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인수 무산에 따라 아시아나 신용등급이 하락해 채권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 유동성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다. 출자전환과 감자도 논의된다. 채권단은 현재 보유한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출자 전환을 검토하고, 아시아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완전 감자 혹은 100대 1 감자를,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011780)과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차등 감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선제적으로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 차등 감자를 진행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부실한 아시아나를 매각해 금호그룹 위기도 넘기려고 한 그룹과 채권단의 시도가 결국 도돌이표가 된 셈인데, 가장 큰 패착은 대주주의 경영권을 유지시킨 채권단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를 받는 건 2014년 12월 이후 불과 6년 만이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9년 워크아웃 작업에 돌입한 이후 6년 동안 채권단 관리를 받았고, 채권단은 금호그룹의 경영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해 금호산업 경영권과 출자전환 주식을 당시 박삼구 회장에게 넘겼다. 하지만 경영난은 곧바로 다시 시작됐다. 여유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그룹 재건을 추진한 탓이다. 그 결과로 금호타이어와 그룹의 핵심인 아시아나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그룹이 회장 퇴진 및 대주주 사재 출연과 같은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잘못된 경영 판단을 되돌리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대주주 차등 감자 필요성을 제기했다. 회장의 퇴진이라는 상징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대주주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금호가 보유한 지분(구주)을 매각해 현금이 그룹으로 유입되는 길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구주 매각으로 3228억원을 확보해 이중 1300억원은 금호고속이 산은에 진 빚을 갚고 나머지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그룹의 부실경영에 책임을 묻는 대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 매각 작업을 서둘렀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경영 능력이 없는 최대주주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산은 입장에서는 지나친 혈세 투입이라는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한 방안이었겠지만, 매각 협상에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로 임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혈세가 투입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일보 DB
    같은 맥락에서 채권단이 출자전환 이후 대주주 차등감자를 단행했다면 구주 매입에 따른 인수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 매각 가능성을 높였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구주 인수 대금으로 금호산업에 3228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미리 감자가 진행됐다면 HDC의 구주 매입 부담이 크게 줄어 협상의 여지가 커졌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당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본잠식 등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대주주 차등 감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대주주 감자가 이뤄진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한국지엠, 한진중공업 등은 자본잠식이 발생했고 아시아나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산은이나 금호그룹은 ‘당시 아시아나 재무 사정은 감자를 실시할만큼 나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정확히 실사했더라면 그때도 이미 아시아나는 상당한 부실이 있었을 것"이라며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HDC가 구주도 인수하게끔 한 것 같은데, 너무 여유를 부렸다"고 꼬집었다. 산은 관계자도 "당시 금호그룹에 ‘아시아나 구주를 전부 없애겠다’고 했다면 그렇게 협조했겠느냐"고 했다.

    기안기금을 통해 아시아나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도 논란이 나온다. 코로나 확산이라는 특수 사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HDC가 아시아나를 인수했다면 인수 자금과 별도로 기업 정상화를 위해 추가로 투입했어야 할 자금이 2조원이 넘는다는 것을 채권단이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산은이 논의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보고 HDC는 다시 한번 인수 계약 해지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평가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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