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법, 정말 넷플릭스 겨냥한 게 아닌가요?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0.09.18 11:00

    법안 발의부터 범상치 않던 '넷플릭스법'이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게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라며 공식 항의한 것이다. 넷플릭스법이란 콘텐츠사업자(CP)에게도 인터넷 망 품질의 안정성을 책임지도록 하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을 가리킨다. CP때문에 통신사들의 망 부담이 늘어나니까 함께 분담하라는 취지다.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CP에 대해서도 망 유지·관리의 의무를 지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넷플릭스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망 품질을 통신사가 아닌 CP도 책임지라는 발상부터 이례적인데다 이를 법으로 명문화한 나라는 전 세계 한국뿐이라서 국제적 논란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미국에서 네이버웹툰이 인기니까 통신사 AT&T나 버라이즌과 함께 망 서비스를 관리하라는 '네이버법'을 만들고, 일본에서 픽코마(카카오 웹툰 플랫폼)를 많이 쓰니까 마찬가지로 '카카오법'을 만들면 어떨까. 좀 더 나가서 넷플릭스법 논리대로라면 삼성이 휴대폰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통신사 망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각국에서 자국 통신사를 위해 '삼성법'을 만들어도 할 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며 넷플릭스 등 사업자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통과 전부터 넷플릭스법이라는 노골적인 이름으로 이슈가 됐는데 정말 넷플릭스가 타깃이 아니라고 보는지 묻고 싶다. 국회 상임위 회의록만 봐도 "역차별 방지를 위해 글로벌 CP에 규제를 해야 된다" "유튜브나 페이스북같은 (해외 기업들은) 하나도 망 부담을 안 한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만 망 사용료를 안 낸다" 등 법이 어떤 배경을 갖는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있다.

    최근 넷플릭스법을 구체화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도 정부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는 대부분 통신사와 망 계약을 맺고 있고 (넷플릭스법령에 규정된) 이행 조치를 충실히 하고 있어 추가적인 의무는 없다"고 했다. 국내 CP에게는 의미없는 법이고, 해외 CP를 위한 법이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법 통과를 반기는 통신사들도 역차별 논란이 일자 "국내 CP의 부담이 추가될 일 없다" "오히려 해외 CP의 부담이 늘어 국내 CP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당⋅정의 행보는 미국 당국 뿐 아니라 우리 사법부의 인식과도 충돌한다. 최근 선고가 내려진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소송의 판결문에 잘 나와있다. 방통위가 페이스북이 망 품질을 신경써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한 사건이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방통위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통신사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C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통신사가 이용자들에 대해 최저속도 보장 약관을 두는 경우가 흔하지 CP가 그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기능은 정보를 제공하는 CP가 있음으로써 더 고양될 수 있다. 따라서 CP에 대해 (망) 서비스 품질과 관련한 법적 규제의 폭을 넓혀간다면 CP의 정보 제공 행위 역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CP의 법적 책임에 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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