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vs 1조7천억... ‘주파수 재할당’ 기준 놓고 정부-통신업계 신경전

조선비즈
  • 이경탁 기자
    입력 2020.09.17 18:12 | 수정 2020.09.17 22:02

    정보통신정책학회 세미나
    "물가상승분⋅커진 통신시장 감안해야" VS "과거 경매가 반영 위법 소지"
    매출 대비 주파수 부담 다른 통계, 정부 "독⋅영보다 낮아" VS 업계 "美⋅日 보다 높아"

    정부가 5G(5세대) 주파수를 제외한 3G‧LTE 등 기존 주파수의 이용기간이 만료에 따라 11월 말까지 재할당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과거 낙찰가에 맞춘 기존 관행에 따라 약 3조원의 대가를 구상하고 있다. 반면 통신업계는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책정한 대가는 5G 신규 주파수보다도 높고, 과거 경매대가를 기준으로 반영하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보통신정책학회가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재할당 정책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주로 통신업계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SK텔레콤 직원들이 SRT 수서역 인근 기지국을 점검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먼저 ‘주파수 재할당의 법적 성격 및 바람직한 재할당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할당 대가 산정 시 과거 경매대가를 반영할 경우 이는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불명확한 규정에 근거한 대가 산정이 돼 위법하게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현행 전파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대가는 예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납부금과 실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납부금을 합쳐 산정한다. 해당 주파수가 경매로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하게 된다.

    이 기준으로 주파수가 재할당되면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국내 이동통신 3사는 각 업체별로 1조원 수준의 대가를 부담한다. 이는 매출 대비 약 7.9% 수준으로, 프랑스 2.65%, 미국 2.26%, 일본 0.73%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높다는 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예상·실제 매출액의 3%를 기준으로 대가를 산정하면 종료된 2G 서비스를 제외하고 총 1조5000억원 규모가 된다는 게 통신업계 추산이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보통신정책학회 유튜브 캡처
    박 교수는 "주파수 재할당은 도입 취지, 정책적 목표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신규할당과 본질적 차이가 있는 제도로서 그에 따라 정부의 재량권 범위도 달라진다"며 "과거 경매대가는 전파법 시행령에서 전파법의 위임 없이 자체적으로 신설한 산정기준으로, 경매대가를 반영하고자 한다면 전파법과 전파법 시행령 정비 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할당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 및 재할당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신 교수는 "시장과 기술환경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인 할당대가 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할당에 적합한 모델에 따라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발전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광대역폭 주파수의 활용이 가능해지고, 주파수 공급이 많아지면 주파수의 가치는 하락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즉 5G 상용화가 된 현재 3G와 LTE 주파수의 시장가치는 과거 신규할당 당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용가치가 매년 줄어들지만, 고객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 재할당받는 주파수의 가치는, 신규서비스로 매출이 기대되는 5G 주파수 할당대가보다 상당한 수준에서 낮게 산정되는 것이 사회 후생의 증대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물가 상승분과 커진 이동통신 시장 규모를 고려할때 과거 경매대가가 결코 높은 게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통신사들이 인용한 통계도 오류가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한국 매출액 대비 총 주파수 할당대가 비중은 3.8%다. 독일 11.7%, 영국 8.5%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한국의 비중은 7.1%로 독일 13.7%, 영국 10.3%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통신업계 자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정부는 주파수 대가 산정 기준도 ‘규범 구체화 규칙 법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파수 재할당 등 고도의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행정 행위는 국회 입법이 적기에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시행령과 고시에서 해당 부처의 폭넓은 재량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정보통신정책학회 유튜브 캡처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반드시 과거 경매대가만을 고려할 것인지는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법적으로 정부에게 대가 산정 방법 선택의 자유가 있다"며 "과거 경매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위법하다는 논리에는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선임연구원도 "특허 사용료 성격의 과거 경매대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할 때 삼을 수 있는 중요 법적 기준 중 하나"라고 했다.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적정한 주파수 대가를 받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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