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서도 곰인형이 빨간 띠를… 코로나 사태가 빚어낸 ‘진풍경’

조선비즈
  • 김송이 기자
    입력 2020.09.17 16:59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의 집회.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파란색 조끼를 입은 곰인형 50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구청의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집회에서 사람은 단 9명에 불과했다. 서울시가 10인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면서, 집회에 사람 대신 인형을 놔둔 것이다.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 측은 "집회가 제한된 상황이지만, 노점상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했다"며 "고심 끝에 50개의 인형으로 ‘아바타 집회’를 개최했다"고 했다. ‘아바타’는 온라인에서 개인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지칭한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 주최 집회에 곰 인형 50개가 줄지어 놓여 있다. /김송이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면서, 인형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 대신 집회 등 행사에 참여하는가 하면 사람의 아바타로 변신한 인형이 여행을 하기도 한다.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지난 10일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도 카카오톡 캐릭터인 ‘라이언’ 인형이 등장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공식 상장 행사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소 측은 아쉬운대로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을 비치해 카카오게임즈의 코스닥 상장을 기념했다.

    지난달에는 일본인들의 아바타 인형들이 한국을 여행했다. 인형들이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가 하면, 한국의 대표 음식인 떡볶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망원경으로 인형들이 서울의 풍경을 감상하는 사진도 있다. 인형이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며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는 일종의 ‘대리 여행’이다.

    ‘인형 여행’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행사다. 공사는 2주간 인형 여행 신청자를 받아, 이들의 아바타 인형을 갖고 홍대, 동대문, 익선동 등 한국의 대표 관광지를 찾아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후 행사 참가자에게 인형 사진을 전달, 이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한국을 홍보하도록 유도했다. 공사에 따르면 행사 경쟁률은 8대1에 달했다.

    지난 5월 17일 2020 K리그1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리얼돌로 추정되는 인형들이 설치돼 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축구 경기장에 인형이 등장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프로축구단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광주FC와의 경기에 빈 관중석을 약 30개의 마네킹 인형으로 채웠다. 당시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코로나 사태로 개막을 연기하다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한 때였다.

    다만, 당시 경기장에 배치한 인형은 성인용 인형인 ‘리얼돌’이어서 논란이 됐다. 리얼돌은 신체를 본뜬 실리콘 인형으로 실제 여성을 대신하는 성인용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수사에 나서 FC서울에 리얼돌을 제공한 업체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FC서울에 제재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인형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우리나라 만의 일이 아니다. 일부 국가의 놀이공원들이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을 준비하면서 인형을 놀이기구에 태워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벨몬트 파크는 곰, 기린, 코끼리 등 각양각색의 인형을 롤러코스터에 태웠고, 네덜란드의 한 놀이공원도 곰 인형 22개를 롤러코스터 좌석에 앉혔다.

    사람 대신 인형을 행사나 스포츠경기, 공연 등에 동원하는 최근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됐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지난달 내렸던 서울 시내 10명 이상 집회 금지 조치를 다음 달 11일까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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