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도 못 막은 ‘을왕리의 비극’… 코로나 속 음주운전 늘어난 이유는?

조선비즈
  •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9.17 16:27

    지난 9일 인천 중구 을왕동의 한 호텔 앞 2차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한 치킨집 주인이 중앙선을 넘어온 벤츠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당시 가해 운전자는 음주운전 상태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0.08%)을 초과한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6일에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주운전 대낮에 술을 마신 50대 남성이 음주운전을 해 6세 남자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사건 모두 음주운전이 원인이 된 교통사고로 ‘윤창호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일러스트=정다운
    지난해 6월부터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최근 들어 음주운전 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회식과 술자리 등 각종 모임도 줄어든 상황에서 음주운전 사고건수는 전년대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17일 경찰청이 김용판 의원실(국민의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음주운전 사고건수는 1만12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59건보다 약 17% 증가했다.

    특히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음주운전 사고는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7월 음주운전 사고 발생 건수는 1558건으로 전년동월대비 1067건과 비교해 약 46% 늘었다.

    윤창호법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사고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 사태 여파로 단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원 최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술자리가 크게 줄면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느슨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밖에서 맥주 한잔하고 귀가할 때 대리운전을 부르는 대신 직접 운전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코로나가 국내 발생한 1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일제 검문 방식에서 의심 차량을 골라 선별적으로 단속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5월 중순 이후에는 입으로 부는 음주측정기 대신 자체 개발한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현장해 적용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의 단속 방식이 바뀌자,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다소 느슨해진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경찰은 단속 방법만 조금 바뀌었을 뿐 예전과 같은 수준의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단속이 느슨해졌다고 오해하는 국민들이 많아 음주운전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일선에서도 단속을 강화해 7월과 8월에는 음주단속 건수가 작년보다 늘었다"면서 "앞으로 경찰의 음주단속 활동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억제 효과를 기대했지만, 코로나 사태 여파로 그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시 기존 1년 이상 징역형에서 최고 무기징역형, 최소 3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 수위를 상향, 범죄 억지력을 높인 것이 핵심 골자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윤창호법 시행으로 처벌의 엄중성을 강화해 범죄 억지력을 높여놨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풀리면서 효과가 떨어졌다"며 "경찰이 단속을 강화해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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