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주목하는 시대…여성 히어로의 다양한 변주 이끌어

입력 2020.09.20 06:10

[이코노미조선]
여성 히어로가 몰려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극장가가 조심스럽게 되살아날 기미를 보인다. 올해 하반기 극장가의 키워드는 ‘여성 히어로’다. 9월 17일 디즈니의 뮬란 개봉을 시작으로 마블스튜디오의 블랙위도우, 워너브라더스의 원더우먼1984가 스크린에 등장할 예정이다. 뮬란은 개봉을 전후해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연 배우 류이페이(유역비)의 홍콩 경찰 옹호 발언, 신장 지역 감사 표현이 문제가 된 것. 그러나 뮬란 캐릭터와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긍정적인 의미마저 정치·사회적인 이유로 비난당해서는 곤란하다. 남성 주인공 일색이었던 영화계에 다양성을 반영하겠다는 반성의 선언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조선’ 364호에선 ‘여성 히어로의 시대’를 다뤘다. 니키 카로 뮬란 감독 인터뷰, 디즈니 최초 여성 시나리오 작가 린다 울버튼 감독 인터뷰, 여성 히어로 영화의 역사, 여성 영화인 대담을 담았다. [편집자 주]

‘뮬란’ 22년 만의 실사판 리메이크
성 평등, 여성주의 대두 속
여성 영화 더 나와야 다양성 반영돼

디즈니 ‘뮬란(2020)’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자네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화뮬란. 아버지의 갑옷을 훔쳐 입고 집에서 도망쳐 군인 행세를 했다지. 지휘관을 속이고 황군의 명예에 먹칠했으며 황궁을 파괴했도다!"

눈살을 찌푸린 백발의 중국 황제가 쭈뼛쭈뼛 서 있는 여성에게 역정을 낸다. 그러나 이내 황제는 온화한 미소를 띤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목숨을 구했도다."

당시 하늘과도 같았던 황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이를 지켜보던 수만 명이 일제히 이 여성에게 묵례한다. 이상적인 여성상이 정숙한 현모양처였던 중국 남북조 시대엔 매우 드문 일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1998)’의 한 장면이다.

갸름한 눈과 부드러운 미소. 방방 뛰는 천진무구함과 그 속에서도 돋보이는 전사의 기질. 뮬란은 전통적인 디즈니 세계관을 뒤흔든 아이콘이다. 백인이 아닌 동양인, 그것도 공주가 아닌 전사가 주인공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뮬란은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하면서 약 3억달러(약 356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후속작도 여럿 나왔다. 디즈니에선 2004년 ‘뮬란 2’를 선보였고, 2010년엔 중국에서 ‘뮬란: 전사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실사 영화가 제작됐다.

올해 홈그라운드인 디즈니에서 뮬란 실사 영화를 내놨다. 9월 17일 스크린에 걸렸다. 류이페이(유역비), 궁리(공리), 리롄제(이연걸), 전쯔단(견자단)과 같은 내로라하는 아시아 배우가 주·조연을 맡았다.

한 편의 영화는 시대정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 영화는 소비자의 트렌드와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최우선 가치는 사랑이고 결혼이라는 과거의 왜곡된 시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디즈니의 뮬란 리메이크도 이처럼 바뀌는 성 역할을 포착한 결과물이다. 한편으로는 바야흐로 여성 히어로의 시대가 열렸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 영화 전문가는 "여성 히어로 영화의 대두는 성차별에 저항하는 페미니즘과 세계적인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으로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여성 관객의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고 했다.

◇40년 남짓한 여성 히어로 영화사

할리우드 여성 히어로 영화 역사는 40년 남짓하다. 만화 분야를 포함하면 1941년 탄생한 ‘원더우먼’이 원조 격이지만, 원더우먼 역시 초기에는 남성 주인공의 비서 역할에 머물렀다.

영화계에서 원조 격으로 꼽히는 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1979)’의 주인공 리플리다. 이를 연기한 배우 시고니 위버는 당시 미국 내 자유주의 청년 문화와 함께 발전한 페미니즘적 이상을 체화한 첫 여전사로, 여성 히어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올해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든 여성은 슈퍼 히어로"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리플리는 수영복 차림의 과거 원더우먼과는 달리 작업복을 입고, 우주 괴물을 액션으로 제압하는 강인한 육체마저 지녔다. 미인 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원더우먼 TV 드라마의 주인공 린다 카터에서 명문대 출신의 장신 시고니 위버로 여성 히어로의 외형이 급선회한 것도 다름 아닌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리플리에 이어 ‘터미네이터 2(1991)’의 사라 코너, ‘툼 레이더(2001)’의 라라 크로프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의 퓨리오사, ‘캡틴마블(2019)’의 캡틴마블 등 강력한 여성 히어로들이 뒤를 이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의 한 장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시리즈 ‘페이즈 3(Phase 3)’에서 여성 히어로의 비중은 점점 커졌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줄줄이 개봉 앞둔 여성 히어로 영화

반가운 소식은 앞으로도 여성 히어로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는 점이다. 워너브라더스에선 올해 ‘원더우먼 1984’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블스튜디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새로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시리즈 ‘페이즈 4(Phase 4)’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즈 4의 첫 타자는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여전사 ‘블랙 위도우’다. 11월 6일 개봉한다. 소니픽쳐스에선 ‘스파이더우먼(가칭)’ 제작 소식이 들려온다. 스파이더우먼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히어로를 통칭하는 말이다. 어떤 인물이 주인공을 맡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개봉 예정작 ‘블랙 위도우(2020)’, 블랙 위도우는 어릴 적 소련군에 납치돼 훈련받은 스파이 출신 여성 히어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여성 히어로 영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여전히 여성의 이야기는 대부분 일관된 서사를 따른다. 사회적 편견을 깨고 도전하는 모습이 이들을 묘사하는 주된 내용이다. 히어로 이전에 여성이라는 사실에 집중한 탓이다. 성장 배경, 취향, 성격까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는 어느덧 뒷전으로 밀린다. 하지만 여성 히어로 본연의 모습은 단일할 수 없다. 더 많은 여성 히어로가 나올수록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할리우드에서 여성 히어로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은 더욱 다양성이 반영된 사회를 만드는 데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여성 히어로 영화의 역사와 탄생 배경을 짚어보고, 한국 여성 영화인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뮬란’을 연출한 뉴질랜드 여성 감독 니키 카로와 디즈니의 첫 여성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린다 울버튼을 단독 인터뷰했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①여성 히어로가 몰려온다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②<단독 인터뷰> 니키 카로 ‘뮬란’ 감독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③<단독 인터뷰> 디즈니 최초 여성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린다 울버튼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④21세기 디즈니 전성기 이끈 밥 아이거의 철학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⑤여성 히어로 영화 변천사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⑥<Infographic> 여성 히어로 영화 연대기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⑦<여성 히어로 줌 인> DC와 마블 여성 히어로 원더우먼·캡틴마블 진화상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⑧<여성 히어로 줌 아웃> 대표 여성 히어로 훑어보기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⑨<지상 대담> 여성 영화인들이 말하는 한국 영화계
[여성 히어로의 시대] ⑨<인터뷰> 박상현 ‘결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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