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한진 LA 호텔, 초대형 폭탄돼 수면 위로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09.17 14:00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그랜드호텔.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9억5000만달러(1조1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그랜드호텔을 운영하는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 투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사정이 어려운 대한항공에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한진인터내셔널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융통한 금액 대부분인 9억달러를 당장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은 윌셔그랜드호텔을 기반으로 호텔 및 빌딩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윌셔그랜드호텔은 대한항공이 지난 8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해 2017년 개관했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해 ‘밑빠진 독’이란 오명을 받고 있다. 이번 대규모 자금 투입도 윌셔그랜드호텔 적자에서 비롯됐다.

    대한항공은 1년 내 대여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여금 상당 부분을 상환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전체 대여금 9억5000만달러 중 3억달러는 다음 달 중 상환받을 계획이다. 미국 현지 투자자와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일부 매각과 연계한 브릿지론(단기차입 등에 의해 필요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나머지 6억5000만달러가 문제다. 이중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상환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3억달러도 호텔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담보대출을 받아 돌려받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시장이 회복하는 데 상당 시간 걸릴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는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객실 점유율은 50%도 못 미친다"며 "2021년에도 시장이 회복될 거란 전망은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호텔이 들어선 LA 다운타운은 현재 쇠락해서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진인터내셔널의 호텔사업이 코로나19 이전부터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의 매출은 2018년 600억에서 올해 1600억원으로 늘었지만, 순손실도 800억에서 1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38%에 달하던 자본잠식률은 올해 58%까지 확대됐다. 지난 4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업황 부진 및 적자를 근거로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을 'CCC+'로 내리기도 했다.

    지난 2017년 6월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호텔 개관식.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자체 자금으로 투입하는 금액은 약 6억5000만달러다. 나머지 3억달러는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전달할 계획이다. 수은은 지난 3월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체결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협약'에 따라 대한항공 지원 차원에서 대출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이 자체 투입한 6억5000만달러에 대해 한진인터내셔널로부터 조기에 상환을 받지 못할 경우 상당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분기 989%로 작년 말 814% 대비 급증했다. 차입금 규모도 17조원에 육박해 매 분기 나가는 이자비용만 1200억원이 넘는다.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화물 수송으로 흑자를 내긴 했지만, 하반기 이후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7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벌인 데 이어 8월엔 기내식 판매사업 매각하는 등 자본 확충에 매진 중인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거금을 들여 비주력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의아하다"며 "경영진이 향후 호텔사업이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