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모님 뵙기도 포기했는데, 우한 하늘길 연다니요

조선비즈
  • 이선목 기자
    입력 2020.09.17 12:00

    "추석 명절에 고향 방문 자제하라며 국민들 발은 묶어 놓고 중국 우한과 하늘길을 여는 건 뭡니까. 이럴 거면 소상공인의 생계 수단까지 제한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왜 한 건지, 힘이 빠지네요."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이유로 올해 추석 연휴 국민의 귀성 자제령을 내리면서도 중국 우한과의 여객기 운항 재개를 허가한 데 대한 한 시민의 반응이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말 400명대까지 급증한 이후 300명대, 200명대로 점차 줄어든 데 이어 지난 3일부터는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대부분 국민은 정부가 내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적극 동참했다. 영업 제한을 당한 자영업자들과 기업,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 결혼식을 미룬 예비 신혼부부들까지 모두 ‘더 이상의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한마음이었다.

    정부는 최근 계속해서 이번 연휴 기간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미 추석 연휴 기간 강원·제주 등 주요 관광지의 숙박 예약이 만실 행렬인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연휴 기간인 9월 30일~10월 4일은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할 방침이다. 아직 세부 지침이 나오진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준하거나 더 강화된 조처가 내려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중국 지방정부의 방역확인증과 중국 민항국의 운항 허가를 받은 티웨이항공의 인천~우한 노선 운항 재개를 허가했다. 우한행 하늘길이 열린 것은 올해 1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실제로 지난 16일에는 티웨이항공 TW615편이 한국인 교민과 중국인 등 승객 60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우한으로 향한 이후 우한에서 승객 40명 정도를 태워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우려와 분노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한 하늘길을 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우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우한을 비롯한 중국 본토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던 올해 초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 우리 중대본도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동향이 최근 매우 안정적이고, 또 중국을 통한 (환자) 유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노선(인천~우한)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질병관리청도 이견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이후 본토 내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국내에 들어온 중국발 승객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 결정으로 해외 유입 신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의 세심하지 못한 이중적 행보는 국민의 힘을 빠지게 한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그때 참 잘했다고 자평한다"고 말해 또 한 번 빈축을 샀다.

    국민들은 지쳐있다. 여전히 신규 확진자는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정상적인 일상이 제한된 데 따른 우울감을 겪는 이들부터 생계 위협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그럼에도 대부분 국민은 정부 조치를 따르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1354명을 대상으로 ‘올 추석 귀성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57.7%가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추석 조사 결과(39.7%) 대비 18%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고 나아가 ‘완전 종식’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서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지금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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