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3년까지 '제로금리'… 韓 역대 최저 0.50% 오래 간다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20.09.17 12:00

    "韓 경기, 美와 차별화 지점 없으면 통화정책 보조 맞춰야"
    한은 최저금리 장기화 환경 갖춰져… "최소한 美 긴축때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23년까지 '제로(0)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 또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기가 미국과 차별화하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한 통화정책 역시 미국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세가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동성 정책상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우리나라의 금리인상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완전고용·2% 물가 장기달성 목표 제시… 한은 "강력한 목표"

    미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며 기준금리를 현행 0∼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7명 가운데 13명이 2023년까지 현 제로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 도입을 선언하면서 장기간 제로금리를 예고한 바 있는데, 그 기간이 3년으로 제시된 것이다. 평균물가목표제는 과거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2%)를 밑돈 기간 만큼 이후 목표치를 웃도는 것을 허용해 전체 평균으로 목표치를 맞추는 것을 말한다. 연준은 미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 등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최소한 현재 속도로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연준은 현 정책금리의 목표를 담은 선제적 지침(포워드 가이던스)도 새롭게 제시했다.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반영, 완전고용과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장기간에 걸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에 강한 대응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연준의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는 매우 강력(very strong, very powerful)하며 정책목표 달성에 대한 연준의 확신과 의지를 보여준다"며 시장 반응을 전했다.

    연준이 이처럼 강력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은 건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준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전 -6.5%에서 -3.5%로,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8%에서 1.2%로 올리면서도 여전히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거두지 않았다. 특히 통화정책 목표의 방점을 물가가 아닌 고용시장에 맞춘 것은 그만큼 고용 회복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경제 활동과 고용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의회의 추가 부양책을 촉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은 제공
    ◇한은도 완화적 통화정책 언급… '집값 우려' 추가인하 제한

    이달 FOMC 결과로 한은의 통화정책 또한 장기적으로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코로나19 발생 후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하해 사상 최저인 0.50%까지 낮췄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반영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세가 둔화된다,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기가 미국과 차별화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통화정책 기조 또한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현 상황에서는 크지 않다. 경기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깊어지면서 저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한국감정원)은 0.01% 올라 최근 1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주식 매수 대기자금 성격을 가진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5일 기준 56조6821억원에 달한다.

    금통위원들도 지난달 회의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 금통위원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과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했고, 다른 금통위원은 "완화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해서는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했다.

    다만 미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유동성 공급정책에서 긴축으로 방향을 틀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금리인상은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현재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데, 제로금리 유지와는 별도로 이 규모를 먼저 축소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을 하게 되면 한은도 금리인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며 "인상의 여지가 생긴다는 건 연준의 제로금리 종점이 앞당겨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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