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나온 잠실 아파트 반값에도 안 팔렸다. 왜?

조선비즈
  • 연지연 기자
    입력 2020.09.17 13:00

    최근 경매시장에 강남 소재의 고가 아파트가 이상하리만큼 싼 값에 나왔는데도 줄줄이 유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아파트 전체가 아니라 일부 지분만 나온 경우인데 이유가 무엇일까. 낙찰자가 경매로 받은 지분으로 재산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은 데다, 낙찰받더라도 나머지 지분 보유자에게 낙찰가액 그대로 되팔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일러스트=정다운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의 전용면적 136는 지난 14일 지분 절반이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최저매각가격은 8억7800만원이었는데, 2차 경매일인 10월 26일엔 7억240만원부터 경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같은 면적의 주택은 지난달 28일 19억4000만원(5층)에 매각됐다.

    서울시 송파구의 잠실동의 리센츠의 전용 면적 124㎡의 절반에 해당하는 62㎡도 지난 4월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2회 유찰 됐다. 이 물건은 오는 21일 3차 경매가 열릴 예정이다. 3차 최저매각가격은 8억원이다. 처음 나온 경매가액 12억5000만원보다 36% 하락했다. 같은 면적의 주택이 지난 6월에 23억5000만원(17일·5층)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최근 강남 소재 아파트들이 경매에 나왔다 하면 낙찰되는 것과 다르게 이들 아파트들이 유찰되는 것은 주택의 절반만 경매에 나온 공유자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물건은 우선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다. 주택의 절반에 대한 권한만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분 소유자와 합의를 해야 팔든 세를 놓든 할 수 있다.

    여기에 ‘우선매수신고’라는 제도도 걸림돌이다. 공동 명의 주택의 지분 일부만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남은 지분을 가진 공유자(공동명의자)에게는 ‘우선매수신고’ 권한이 있다. 우선매수신고를 한 사람은 낙찰가액에 그대로 되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A아파트가 2차례 유찰 끝에 3차에 8억원부터 경매에 부쳐졌고, 여기서 9억원에 낙찰됐다고 하면, 공유자가 이 가격에 되사겠다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민사 집행법 140조 제1항, 2항에 보장돼 있는 것으로, 지분 절반을 가진 공동명의자는 경매를 시작하기 전이나 경매가 끝난 뒤 현장에서 우선매수신고를 통해 낙찰가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고 생각한 순간, 공동 명의자가 그 가격에 지분을 되사갈 수 있다"면서 "공유자가 있는 주택 경매에 나설 때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주택 절반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취득하면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선매수신고 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지분 경매에는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자만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분 경매에 참여하는 매수자는 간혹 있다고 한다. 이들은 싼 가격에 경매로 지분 절반을 확보해 나머지 지분 절반은 공유자와 합의할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어 시가 20억원짜리 집의 지분 절반이라면 10억원 수준인데 경매를 통해 6~7억원 수준에 취득하고 공유자에게 10억원에 나머지 지분을 사오면 16~17억원에 매수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 경매 전문가는 "최초 입찰가액은 5~6개월 전 평가를 통해 정해지기 때문에 주택 가격 상승기엔 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소송까지 감수해야 하고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우선매수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통상 ‘소유권 분할 소송’ 등 여러 송사를 거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공동명의 경매에 참여할 경우 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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