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약·바이오, '스핀오프' 바람 분다… "신약개발 전담 자회사, R&D 집중 용이"

조선비즈
  • 전효진 기자
    입력 2020.09.17 06:00

    신약 개발 전담 자회사 설립 ‘봇물’
    제약사들 "R&D 속도내고 투자 유치 용이"
    바이오 벤처에선 스핀오프 이후 상장 추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래 신사업 발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연구개발(R&D) 중심의 자회사 설립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내에서 개발하던 신약 파이프라인을 자회사로 넘겨 R&D에 집중하도록 스핀오프(spin-off·분사)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작에 가려져 연구 성과가 부진했던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거나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금 유치가 용이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스핀오프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으로 전문성을 강화한 기업도 있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스핀오프 활발한 전통제약사들…"R&D 속도내고 투자 유치 용이"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은 지난 5월 신약 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바이오업체 ‘아이엔 테라퓨틱스(iN Therapeutics)’를 설립한 뒤 최근 박종덕 전 코오롱제약 개발본부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R&D 전문화와 유연성을 확보하고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 법인화(분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엔 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플랫폼과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 치료제, 뇌질환 치료제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미 호주에 비마약성 진통제 임상1상시험 계획(IND)을 제출한 상태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인을 대상으로 첫 약물투여를 진행해 안전성과 약물동태 시험을 수행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중 전임상을 위한 시제품 개발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직전까지 시리즈A투자를 받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헬릭스미스도 지난 14일 첨단바이오의약품 R&D 프로젝트를 스핀오프해 자회사인 ‘뉴로마이언(Neuromyon)’과 ‘카텍셀(Cartexell)’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뉴로마이언은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Adeno-Associated Virus) 바이러스 백터를 사용해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카텍셀은 CAR-T세포를 사용해 고형암을 대상으로 항암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두 회사 모두 헬릭스미스가 특허를 현물 출자하는 형태로 설립됐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이번 스핀오프를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AAV와 CAR-T세포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자 한다"며 "자회사 스핀오프를 통해 그동안 시야에서 가려져 있던 파이프라인의 잠재력을 개발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핀오프 기업의 증권시장 상장… "자회사 덕분에 시총 늘어나"

    신약 개발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는 분위기는 전통제약사를 비롯해 바이오벤처까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000100)은 항암 신약개발 사업의 전략적 추진을 위해 지난 2016년 미국 바이오회사 소렌토와 합작투자회사 이뮨온시아를 설립했고, SK케미칼(285130)역시 같은 해 신약 개발부서를 스핀오프 해 항암제와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티움바이오를 독립시켰다. 일동홀딩스(000230)는 지난해 5월 신약개발 회사 아이디언스를 신규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한 뒤, 관계사인 일동제약의 항암 파이프라인 신약 후보물질을 양도했다.

    동아에스티(170900)(동아ST)는 지난해 5월 당뇨, 비만분야 대사질환 신약개발을 위해 의약품 연구개발 전문업체 큐오라클을 100% 출자법인으로 설립했다. 큐오라클은 동아쏘시오그룹 사업다각화 전략에 따라 NRDO 사업을 전문으로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자회사다.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란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지 않고 외부에서 유망한 물질을 들여와 개발에 집중하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안국약품(001540)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 특수항체를 중심으로 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 100% 자회사 빅스바이오를 설립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빅스바이오의 사업 목적은 신약개발을 비롯해 항암제·면역제재·세포치료제 제조업, 생명공학 분석업무사업 등이며 자본금은 2000만원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테라젠이텍스(066700), 마크로젠(038290)등 바이오벤처들이 설립한 스핀오프 기업들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스핀오프 기업의 증시 상장과 더불어 전문성이 강화된 곳도 있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경우 지난 7월 섬유증 치료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마카온을 100% 출자해 설립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후성유전학적 타깃 물질인 ‘CG-750’을 마카온으로 이전해 섬유증 치료 연구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마카온은 신약개발 성공시 모든 권리를 크리스탈지노믹스로 이전하며 기술수출, 유가증권시장 상장과 관련된 전략적인 업무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메드팩토는 바이오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테라젠이텍스에서 2013년 분할 설립된 항암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이후 증권시장에서 주목받으며 메드팩토의 시가총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소마젠은 코스닥 상장사인 마크로젠이 지난 2004년 미국 현지에 설립한 유전체 분석기업으로, 외국 기업임에도 기술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지난 7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이후 코로나19 RT-PCR(실시간 유전자증폭검사) 진단 서비스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소마젠이 승인받은 진단 서비스는 실험실 자체개발 검사(LDT) 서비스다. LDT 서비스는 미국 현지 실험실 표준 인증인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실험실에서 개발한 진단 검사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등 워싱턴 DC 지역의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LDT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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