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질병청 역학조사관 채용, 번번이 미달…”갈 길 먼데”

조선비즈
  • 박진우 기자
    입력 2020.09.16 15:39 | 수정 2020.09.16 17:57

    질병관리청은 올해 4번의 역학조사관 채용을 진행했지만, 단 한 차례도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역학조사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역학조사관 채용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국회에서 역학조사단과 국회 관계자들이 CCTV를 통해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16일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달 역학조사관 채용에서는 모집 정원보다 응시자가 부족한 ‘미달’이 발생했다. 질병청은 4~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보건연구관 4명을 뽑을 예정이었으나, 서류전형에 합격한 사람은 2명뿐이었다. 또 6명을 채용하려던 전문임기제 가급은 2명만 응시했다. 22명을 모집한 나급에도 20명만 합격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다급을 제외한 모든 직급에서 모집 정원에 미달했다"고 했다.

    역학조사관 응시 자격은 직급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4~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보건연구관과 5급 상당인 전문임기제 가급의 경우에는 의사 면허증과 관련 분야 경력(2~4년 이상)이 필요하다. 나급(사무관급)은 9년 이상의 경력, 6급 이상 공무원으로 2년의 관련 분야 학위가 있어야 한다. 다급(주무관급)은 7년 이상 경력, 7급 이상 공무원, 관련 분야 학위를 갖춰야 한다.

    이중 의사면허를 가진 보건연구관과 전문임기제 가급의 경우 이른바 ‘의사출신 역학조사관’으로 불리며, 방역계획과 전략을 짜는 등 해당 분야에서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이들은 초기 방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급과 다급 역학조사관도 현장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질병청은 주요 과제로 역학조사 역량 강화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인재 영입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향후 수도권 등 각 권역에 설치될 질병대응센터에 일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올해 첫 채용에서도 가급은 4명 모집에 2명만 뽑혔다. 모자란 2명에 대해서는 2번이나 추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응시자는 없었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던 3월 2차 모집 때는 가급 8명, 나급 48명, 다급 34명을 채용하려 했는데, 가급 1명, 나급 28명, 다급 21명만 채용됐다.

    가급 7명을 뽑은 3차 채용 때는 아예 응시자가 없었다. 나급 24명 중 합격자는 3명뿐이었고, 21명을 모집한 다급 역시 14명에 불과했다.

    역학조사관 전체 정원은 130명으로, 9월 초 기준으로 95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5월 82명이었던 것이 13명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질병청 관계자는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채용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인력 수급에 문제를 겪는 건 단순히 대우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첫 채용서 미달된 가급 연봉을 최소 6100만원에서 1억1700만원으로 올렸다. 파격 대우를 약속한 것이다. 연봉의 상한선은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연봉이 정은경 질병청장(1억2784만원)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미 대우에 관한 것은 조직 내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보건연구관의 경우 정년이 적용되는 정규직 공무원이나,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초임 호봉이 결정된다. 계약직인 나급과 다급은 4400만~7500만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돈보다 신분과 경력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계약을 2년 단위로 맺는 전문임기제 역학조사관은 승진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조직 내에서 연거푸 계약을 연장해 남아있을 수는 있지만, 정책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높은 자리에는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베테랑 역학조사관도 일반 공무원의 지휘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역시 이런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역학조사관의 신분 보장을 개선하고자 한다"며 "공무원이 되고 난 뒤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완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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