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트럼프 칼날에 떨던 장이밍은 어떻게 틱톡을 지켰나

조선비즈
  • 이현승 기자
    입력 2020.09.16 11:12

    오라클, 틱톡 글로벌 사업부 소수 주주 될듯
    ‘미국 사업 통매각’ 아니지만 트럼프 ‘긍정적’
    장이밍, 트럼프 틱톡 관심 옅어진 사이 백악관 로비
    트럼프와 가까운 오라클 끌어 들인게 ‘신의한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사용을 금지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촉발된 틱톡 인수협상이 장이밍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적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틱톡 장이밍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글로벌 사업부를 미국에 본사를 둔 새로운 회사로 분리시키고, 오라클을 소수 주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라클은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 내에 저장하고 관리하게 될 전망이다. 2년 전 중국기업 오션와이드홀딩스가 미국 보험사 젠워스파이낸셜을 인수하면서 미국 내 데이터를 별도 회사에 맡겨 대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심사를 통과한 선례가 있다.

    이 제안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새로운 회사 경영과 거리를 두겠지만 지배주주로 남는다.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사용자 맞춤동영상 추천을 위한 알고리즘도 팔지 않고 소유한다.

    미 행정부가 지난달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틱톡 미국 사업 통매각'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 거래를 최종 승인할 권한을 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오라클과 틱톡이 합의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해 긍정적인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의 사위이자 핵심 참모인 재러드 쿠슈너도 이날 인터뷰에서 오라클 제안에 지지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부담이 큰 틱톡 사용금지를 피하고 싶은 트럼프 행정부와 유망한 IT기업을 헐값 매각 하는 데 극렬히 반대하는 중국 정부는 물론 틱톡, 오라클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거래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 트럼프가 틱톡 문제 관심 끈 사이 장이밍, 백악관 로비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틱톡에 대한 공세를 사실상 멈췄는데, 재선을 두달 앞두고 틱톡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백악관 내 대중(對中) 강경파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관련 논의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백악관에서 틱톡 논의를 주도하는 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으로 알려졌다. 그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포함한 백악관 참모들에게 틱톡 사용금지 보다는 오라클과의 거래를 승인하는 편이 낫다고 설득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젊은 보수층의 반발을 우려한 공화당 내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일(현지시각)까지 오라클의 틱톡 투자 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로이터 연합뉴스
    장이밍과 틱톡 미국 투자자들의 로비 작업도 백악관 내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장이밍은 8년 간 키운 회사를 급매 처분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제너럴 애틀랜틱, 세쿼이아 캐피탈 등 미국인 투자자와 함께 백악관 내부 기류를 읽고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의 파트너 더글라스 레오네(Douglas Leone)가 전방위적인 로비의 중심인물 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억만장자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후보들에게 수만달러를 기부했다. 1월에는 실리콘밸리 자택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위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

    ◇ MS 아닌 오라클 인수대상자로 선정한 것도 ‘신의 한수’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인 오라클을 인수대상자로 선정한 것도 결국 틱톡에는 플러스 요인이 됐다. 장이밍은 당초 본인이 엔지니어로 잠시 몸담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 협상을 타진 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의견 차가 커 대체 투자자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의 틱톡 투자 과정에서 백악관과의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사프라 캣츠. 그녀는 2016년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집행위원으로 일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MS는 틱톡 미국 사업부에 200억달러(24조원)의 가치를 매기고, 틱톡의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금까지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사업부 전체와 알고리즘 매각을 원치 않았던 틱톡 측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 과정에서 틱톡이 미국 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언급해 장이밍을 실망시켰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장이밍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틱톡이 미국 사용자 정보를 공산당에 넘긴다'는 의혹을 꾸준히 부인해왔다. 공산당원도 아니고 오히려 공산당의 인터넷 검열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그는 공산당 스파이로 의심 받아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오라클의 틱톡 투자 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틱톡 인수협상 과정에서 일종의 수수료를 재무부에 내라고 요구한 바 있는데, 틱톡이 미국 본사에서 2만명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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