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넷플릭스法' 보도자료에 네이버 입장과 다른 내용이… 왜?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0.09.16 11:00

    논란 커진 넷플릭스법 시행령 규제 대상 기준 결정 배경
    정부 "네이버 등 사업자 청취 결과"라는 참고자료 배포
    "이기적" 비판 받은 네이버 항의에 수정 자료 게시
    언론에 공지 안해… 과기정통부 "상식적이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선DB
    통신사뿐만 아니라 CP(콘텐츠사업자)들에게도 인터넷 망 서비스의 품질 관리 의무를 지우는 이른바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법령의 내용이 모호할 뿐더러 기준으로 삼은 근거들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어느정도 규모의 CP가 규제를 받는 게 적정한지와 관련해서 잡음이 계속 나오는데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넷플릭스법 시행령에 따르면 △하루 이용자 수 100만 이상이면서 △전체 트래픽의 1% 이상을 발생시킬 경우 망 품질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하는 CP로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곳이 해당된다.

    정부는 이러한 기준을 세우게 된 이유를 각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놓은 결과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힌 바 있다. 9일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보도자료를 보면 넷플릭스와 네이버가 가장 많은 CP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는 실제 네이버 입장과 다른 것으로 조선비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부는 뒤늦게 네이버 측 요구에 따라 수정된 보도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지만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게 따로 알리지 않아 잘못된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네이버 입장과 다른 내용을 보도자료에 포함시켜 굳이 오해를 불러일으켰어야 했느냐며 부적절하다는 말이 IT 업계에서 나온다.

    잘못된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는 넷플릭스법 시행령 입법예고 다음날인 9일 오후 2시쯤 배포됐다. ‘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알려드림’이라는 제목의 자료였다. 이미 전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날 낸 것은 참고자료 성격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법’ 관련 사업자 의견조회 결과 네이버는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둘 중 하나를 만족하면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는 네이버 최종 의견이 아닌 것으로 확인 돼 이후 수정된 보도자료를 홈페이지 게시판에 다시 올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캡처
    여기서 ‘트래픽 양 기준 관련 사업자 의견조회’라는 항목을 보면 네이버는 넷플릭스와 함께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둘 중 하나를 만족하면 넷플릭스법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돼 있다. 정부 조사 결과 이용자 수 100만 이상을 충족하는 CP는 50개사이고, 트래픽 1% 이상을 충족하는 곳은 8개사다. 정부가 최종 확정한 기준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한 5개사였는데, 둘 중 하나만 충족할 경우 최소 50개사가 규제를 받게 돼 범위가 10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IT 업계에서는 네이버를 둘러싸고 "앞에서는 넷플릭스법 반대하더니 뒤에서는 국내 CP들을 모두 사지에 몰려고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료에서 최소 범위에 한정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난 카카오와 대비 돼 "이기적"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네이버가 정부에 낸 입장은 ‘둘 중 하나만 충족’이 아닌 ‘두 가지 모두 충족’이었다. 이같이 잘못된 내용이 보도자료에 담기게 된 것은 네이버가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두 차례 서면으로 의견을 냈는데, 정부가 최종 의견이 아닌 논의 초기 단계에서 제시한 첫 번째 의견을 보도자료에 넣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이 일을 알게 됐고 과기정통부에 수정 요청했다. 이는 최초 배포 이후 이틀 뒤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의 수정 요청 이후로도 문제는 계속 발생했다. 과기정통부가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만 바꿨기 때문이다. 이메일로 보내진 기존 참고자료가 토대가 된 기사는 잇달아 작성됐고, 매번 네이버가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일일이 바로잡아야 했다.

    정부는 네이버의 최종 의견을 반영 안 한 것이 잘못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두 번째 준 입장을 싣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기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네이버가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수정해 달라 해서 그렇게 됐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공지할 지에 대해) 네이버와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정부기관이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고서 이를 제대로 바로잡지 않은 것을 피해를 본 기업 탓에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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