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생 단 한번 투약... 희귀병 치료 패러다임 바꿨다"

조선비즈
  • 장윤서 기자
    입력 2020.09.16 06:00

    척수성 근육 위축증 유전자치료제 개발 주도 노바티스 케빈 파우스트 박사

    세계 첫 척수성 근육 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이끈 케빈 파우스트(Kevin Foust) 노바티스 R&D 담당 시니어 디렉터는 “‘졸겐스마’ 개발을 통해 ‘평생 단 한 번의 투여’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노바티스 제공
    "유전자 치료는 환자에게 획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영역이어서, 연구자가 몰두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다.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연구개발을 통해 ‘평생 단 한 번의 투여’로 희귀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세계 최초의 척수성 근육 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개발을 주도한 케빈 파우스트(Kevin Foust) 노바티스 연구개발(R&D) 담당 시니어 디렉터(박사)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전자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면, 질병과 치료에 대한 현재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파우스트 박사는 노바티스가 지난해 4월 87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아벡시스의 연구원으로, 최근 소속이 노바티스로 변경됐다.

    졸겐스마가 치료하는 척수성 근위축증은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병으로 근육이 말라붙으면서 뼈가 휘어, 힘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영유아 유전자 관련 신경근육계 질환 중 사망 원인 1위다. 척수성 근위축증과 유사 계열의 질환으로는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은 루게릭병이 있다. 이 질병은 조기 발견해 적시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목 아래가 모두 마비되거나 전신 마비가 될 수 있다. 미국의사협회 신경학저널에 의하면 SMA 환자 중 90% 이상이 만 2세가 되기 전 사망하거나 평생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기존 치료제는 주로 질병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방식이었기에 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약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 환자들은 만성적으로 반복해 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파우스트 박사는 "기존 치료제는 일년에 3회씩(치료 첫 해에 6회) 투약해야 했지만, 졸겐스마는 유전 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한번 투약으로도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노바티스의 R&D 연구소./노바티스 제공
    파우스트 박사는 "생존운동신경1(SMN1)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운동 신경 세포 생존에 필요한 SMN 단백질을 충분히 생성할 수 없다"면서 "졸겐스마는 결핍되거나 결함이 있는 SMN1 유전자의 기능적 복제본을 제공해, 지속적으로 SMN 단백질을 발현해 질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졸겐스마가 SMN1 유전자를 기능적으로 대체하는 최초의 치료제"라고 했다.

    그는 "졸겐스마가 등장하기 전에는 SMA 환자들이 앉기, 말하기, 걷기 등 주요 운동 발달 단계를 달성한 전례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임상 연구에서 환자들은 졸겐스마 투여 한 달 만에 운동 기능이 급속하게 향상돼, 주요 운동 발달 단계를 달성했다. 지난 5월 데이터에서도 투여 후 길게는 5년, 많게는 5세 이상까지 제1형 SMA 환자에서 적절한 운동 발달 단계에 도달하고 유지되는 등 장기적 유효성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졸겐스마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다만 과제도 있다. 졸겐스마의 한번 투약 비용은 212만5000달러(약 25억원)로 책정됐다. 일본 정부는 졸겐스마의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했다. 약가는 1억 6700만엔(약 18억9700만원)에 달한다. 노바티스 측은 이 약은 반복 투약이 아닌 한번 투약으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치료제와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12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허가 심사가 진행중이다.

    노바티스는 자회사 아벡시스가 보유한 치료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유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벡시스는 아데노바이러스벡터(AAV)라는 기술을 사용해 졸겐스마 뿐 아니라 다양한 희귀질환 약들을 개발 중이다.

    파우스트 박사는 "아벡시스의 유전자 치료 플랫폼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Adeno-associated virus)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AAV 플랫폼이 갖고 있는 장점은 다양한 치료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레트증후군, 프리드리히 운동실조, 유전적 형태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등 다양한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약 350종 이상의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파우스트 박사는 "유전자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기업이 거의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질환에서 유전자 치료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바티스는 신약 R&D에 연평균 10조원을 투입한다.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을 합한 수준이다. 노바티스에 인수된 이후 아벡시스의 유전자 연구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약 2000명의 직원이 유전자 치료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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