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포스코 로봇직원 늘린다… "사람보다 20배 더 일하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

조선비즈
  • 정민하 기자
    입력 2020.09.16 06:00

    ‘내 옆자리에 로봇 직원이 들어온다면?’

    포스코ICT(022100)에는 특별한 직원이 있다. 바로 RPA(Robot Process Automation·업무처리 자동화 로봇)다. 사람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지만, 사내 인트라넷에서 ‘직원 찾기’로 검색하면 팀장, 과장, 대리를 거쳐 제일 밑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엄연한 ‘사원’이다. 개인 PC와 회사 메일 계정도 있다.

    로봇 직원 RPA는 상사가 시킨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엑셀로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는 등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과거 담당 직원이 수작업으로 가수금(假受金·미확정 수입) 정산을 했을 때보다 연간 업무시간을 70% 가까이 감축해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포스코ICT는 포스코 그룹 전체로 RPA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LG(003550)그룹에는 매일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직원들 건강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사이버 직원이 있다. 이 RPA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직원들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코로나 진단검사 링크를 보낸다. 답변이 돌아오면 데이터를 취합해 직원 상태를 주의·경계·심각 등으로 나눈 뒤, 위험군 대상자를 발견하면 담당 부서장 또는 팀장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능력자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무제가 확산하는 등 비대면 업무환경이 갖춰지면서 RPA기술이 재조명받고 있다. RPA는 사람이 수행하던 단순·반복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대신 처리해주는 로봇이다.

    일러스트=정다운
    16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로봇직원(RPA)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RPA는 제조업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공장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업 현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면, 재택근무 확산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사무 환경에서는 RPA가 업무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AI 기반 대화형 RPA를 도입해 자재 현황 분석, 고객 응대, 판매 관리 등의 업무를 자동화했다. RPA가 처리하는 업무 중 하나는 납품 일정 및 결과를 취합하고 해당 내용을 담당자에 챗봇으로 전달해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다. 이렇게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조치한 사항을 자동 선별하고 공유해 분석 리포트까지 작성한다.

    LG그룹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RPA 적용 업무를 2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LG전자(066570)는 이미 회계·인사·영업 등에 RPA를 도입했는데, 일 처리 속도가 워낙 빨라서 사람이 하면 꼬박 500일(1만2000시간) 걸릴 일을 한 달 만에 해치운다. 주 5일 근무로 따지면 사람보다 23배가량 더 일하는 셈이다. 여기에 지능형RPA를 추가로 도입해 비교·분석 등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로봇 직원과 함께 일하는 한 직원은 "어렵게 입사했는데 하루종일 특정 광고만 찾는 업무를 매일 하다 보니 ‘내가 여기 왜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심하기도 했다"며 "RPA가 도입되고 나서는 로봇이 내가 하던 일을 대신해주고 나는 검수하고 판단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부하 직원들에게 엑셀 정리처럼 단순·반복 업무를 시키면 하기 싫은 티를 많이 내는 반면, 막상 결과를 보면 빼먹은 게 많아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며 "로봇 직원은 설정값만 정해주면 군소리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한다. 휴가도 안 가고 퇴근 직전 일을 시킨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니니 기특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포스코ICT의 RPA 솔루션. /포스코ICT 제공
    업계에서는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인건비 절감을 위해 RPA를 도입했던 기업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RPA를 더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업무 실수도 줄이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RPA는 빠르게 확산 중이다. 구글·테슬라·소니·보쉬·EMC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이미 RPA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글로벌 대기업의 90% 가까이가 RPA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로봇이 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하고, 직원을 대폭 줄였다. 일본 3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도 지난 2017년 RPA를 도입해 올해까지 근무시간을 300만 시간 단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삼성SDS의 브리티 RPA. /삼성SDS 홈페이지 캡처
    RPA시장은 연평균 30~4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HSF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에서 로봇 직원을 활용하는 규모는 오는 2022년 43억800만달러(약 5조834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리서치앤마켓도 전 세계 RPA 시장이 연평균 31.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5년까지 39억7000만달러(약 4조6846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RPA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RPA 시장은 1000억원 규모로 초기 단계이지만, 매년 2배씩 성장해 2022년에는 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떠오르는 RPA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RPA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체들의 경쟁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RPA 시장에는 오토메이션애니웨어, 유아이패스 등 글로벌 IT 업체를 비롯해 그리드원, 시메이션, 인지소프트 등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업체가 진출해있다. 여기에 주요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등이 가세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정책으로 RPA를 도입한 기업들이 단순 노동을 반복하는 업무를 과감히 없애고, 이에 속했던 직원들을 좀 더 창의적인 고민이 필요한 업무를 맡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도는 물론 기업 성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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