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홀로 '플러스 성장' 고집에… 내년 예산 출발부터 '삐걱'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20.09.16 06:00

    플러스 성장 전제로 짠 예산안… 내년에도 추경 불가피
    "정부 전망, 목표 성격만 강조돼… 최소한 현실성 있어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혼란이 쉽게 걷히지 않는 분위기다. 예산안 편성의 근거가 됐던 정부의 경제전망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은 탓이다. 내년 예산은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바탕으로 했는데, 당시 정부가 발표한 실질성장률을 0.1%였다. 한국은행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전망치를 -1% 아래로 낮춘 상황에서 이제는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까지 받게 됐다.

    정부가 뒤늦게 역성장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이미 예산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다. 정부가 현실로 눈높이를 맞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제시하려고 해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월 초에나 가능하다. 내년 나라 살림을 본격적으로 풀어 보기도 전에 내년 추경을 걱정하게 된 데 이어 국가채무비율 상승도 불가피하다. 정부의 전망치는 발표 당시에도 '낙관론'이라는 지적을 들었던 만큼 예산안을 발표하기 전 수정 경제전망을 짰어야 하는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오른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플러스 성장 전제로 한 예산… "내년 추경 불가피"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전망을 근거로 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는 0.1%, 내년에는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를 감안한 경상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0.6%, 3.8%로 제시했다. 한은과 KDI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반영해 올해 실질성장률을 -1.3%, KDI가 -1.1%로 낮추면서 성장률 전망치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예산이 '비현실적 경제전망'을 전제로 편성되면서 내년 예산은 벌써부터 ‘세수 펑크’가 예고됐다. 정부는 내년 세입예산으로 282조원(국세수입)을 잡았는데, 올해 성장률이 사실상 마이너스(-)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하락하면 기업에서 걷히는 법인세수가 감소하고,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 기반한 세입이 줄줄이 줄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도 줄어든 세수를 채우기 위한 세입감경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불가피하다. 올해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거푸 추경을 편성했는데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걷힌 세수수입은 지난해보다 20조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세입이 예상보다 더 부족해질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예산을 짜야 했던 상황인데, 내년에도 추경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자문단 위촉 및 안전망강화분과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경제전망, 세수 고려해 최소한 현실성 가져야"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직전까지 'V자 반등'을 기대했던 정부는 뒤늦게 올해 역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도 순성장이 최근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며 "하반기에 방역을 진정시키고 수출을 회복시켜 역성장 폭을 최소화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라 한참 늦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심의 중인 상황에서는 수정 경제전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DI는 매년 상·하반기에 공식적인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코로나19 재확산에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가 수정 전망을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2009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있던 2012년에 이어 올해가 네 번째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던 OECD는 이날 오후 중간경제전망(Interim Economic Outlook)을 발표할 예정으로, 다시 전망치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예산안 심의가 끝나는 12월초 최대한 빨리 내년도 경제전망을 준비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좀 더 빨리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예산안이 8월말에 확정됐던 만큼 적어도 재확산 전인 5월 한은이 내놨던 전망치(-0.2%) 만큼은 반영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3.5%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45%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4년 뒤인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60%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경제주체들의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경계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수준의 경제전망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전망이 국내외 경제전망기관과 달리 목표의 성격도 있다고 하더라도 세수계획 등을 감안해 최소한의 정확성은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경제전망이 세수계획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이 되지 않고 있다"며 "목표 제시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경기가 안좋을 수록 내년도 예산안을 고려해 더 정확하게 경제전망을 짜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