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게임 영향력 키우는 中 텐센트… 크래프톤과의 '수상한 관계'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20.09.15 06:00

    중국⋅인도 분쟁에 배그 모바일 앱 인도서 금지되자 운영권 텐센트서 크래프톤으로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누적 판매량 7000만장을 돌파한 크래프톤의 인기 게임이다. 모바일 버전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6억건을 넘어섰다. 배틀그라운드 성공에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만 연결기준 매출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4.9%, 295.7%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게임 2,3위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제치고 넥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크래프톤 계열사 펍지가 텐센트와 함께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모바일).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끄는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모바일)이다. 크래프톤의 고성장 동력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최근 닥친 위기가 텐센트와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또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배급은 중국 텐센트가 맡고 있는데, 지난 2일 인도 정부가 중국 앱 서비스를 막아서며, 인도 앱 마켓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사라졌다. 인도 모바일 앱 시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인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전세계 전체 내려받기 횟수의 24%를 차지한 시장이다. 인도에서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 사용자는 33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금지령 직후 텐센트와 크래프톤은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배급사 텐센트는 개발사인 크래프톤 계열사 펍지에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내 운영권을 넘겨줬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계약을 상호 해지했다. 텐센트와 크래프톤이 ‘한몸’처럼 움직이며, 위약금도 없이 세계 3위 앱마켓 배급권이 옮겨간 것이다.

    이는 크래프톤과 텐센트의 이익이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 색'을 지우면 인도에서 다시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원래 펍지가 개발한 PC 게임이지만, 모바일 버전은 펍지 IP(지식재산권)로 펍지·텐센트가 공동 개발했다.

    텐센트는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IMAGE FRAME INVESTMENT(HK) LIMITED)’를 통해 크래프톤 지분 13.2%를 보유 중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17.4%에 이은 2대 주주인 셈이다. 마샤오이(馬曉軼) 텐센트 부사장은 크래프톤 등기임원이기도 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운영권 거래에 텐센트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텐센트는 최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5.63%를 보유한 2대 주주이고, 한국 게임 빅3중 하나인 넷마블의 지분 17.7%를 가진 3대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운영권 거래가 한국 게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텐센트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텐센트. /로이터 연합뉴스
    텐센트와 크래프톤의 기묘한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2018년 2월, ‘절지구생(绝地求生)’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출시됐다. 이후 2018년 3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글로벌 출시됐다. 절지구생은 ‘완전 무료’ 게임이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반발한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에 판호(유통허가증)를 내주지 않아, 결제 시스템을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절지구생의 중국 서비스가 종료됐다. 같은 날 텐센트는 ‘화평정영(和平精英)’을 출시했다. 크래프톤과 텐센트는 두 게임의 관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화평정영은 절지구생 이용자 데이터를 그대로 승계하고 있고, 절지구생을 업데이트하면 화평정영이 된다. 사실상 같은 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화평정영은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올 1분기 전세계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게임이다. 흥미롭게도, "관계가 없다"는 화평정영 출시 후 크래프톤 실적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18년 연결기준 매출 1조1200억원, 영업이익 3002억원을 기록했다. 이 당시 크래프톤은 매출 83.3%를 온라인(PC)에서 거뒀다. 그해 3월부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서비스했음에도 모바일 비중은 8.4%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에서 아시아 비중은 50.1%였다.

    2019년 상반기, 크래프톤은 매출 4551억원, 영업이익 1298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비중이 55.8%, 모바일은 34.6%였다. 아시아 비중은 69.7%로 늘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출시 후 1년 3개월이 지났음에도 모바일 비중이 PC를 넘어서지 못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왼쪽)과 화평정영(오른쪽). 게임 디자인이 매우 유사하다. /유튜브 캡처
    화평정영 출시 이후 실적 영향이 온전히 반영된 올 상반기 상황이 반전된다. 크래프톤은 2020년 상반기 모바일에서만 매출 7108억원을 거뒀다. 2019년 상반기보다 4.5배가량 늘어난 수치로, 비중은 80.1%에 달한다. 아시아 비중도 86.8%로 훌쩍 뛰었다. "관계없다"는 화평정영 로열티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게임 업계가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이 사이, 크래프톤 2019년 4분기 사업보고서에선 "텐센트와 공동 개발을 통해 2018년 3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을 글로벌 출시했다"는 문구가 사라졌다. 텐센트와 관계를 지우려는 듯한 모습이다. 게임업계는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화평정영 중국 내 서비스를 위해 비밀유지 협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의문점은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크래프톤 기업공개(IPO)에서 해소될 듯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이 있다면 관련자는 손해 배상 책임을 진다. 부실기재를 한 회사 담당자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상장을 위해선 수익원에 관한 명확한 기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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