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이 안 믿는 통계 계속 고집하실건가요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입력 2020.09.14 11:45

    "그건 한국감정원 통계잖아요. 한국감정원 통계를 아직 믿으세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국내 부동산 시장 분석과 집값 전망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서울 집값 하락을 발표할 때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은 상승을 발표하며 상반되는 일이 요즘 부쩍 잦아져서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민간 통계에 대해 여당 의원(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순히 기자가 취재했다기보다는 뒤에 엄청난 세력이 있다고 본다’고 한 데서는 자조 섞인 헛웃음과 울분이 터져 나온다. "오히려 한국감정원 통계가 이상한데 민간 통계를 세력이라며 공격한다", "졸지에 세력이 됐다" 같은 반응들이다.

    시장에선 점차 KB의 부동산 통계를 더 신뢰한다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와 KB부동산 통계의 움직임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많이 벌어졌는데, 결국 KB의 통계가 현실을 훨씬 더 잘 반영했다고 판단해서다.

    한국감정원은 2012년 5월부터 주간 단위로 집값 변동률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2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서울 집값은 -6.62%(한국감정원), -3.89%(KB부동산)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 임기 기간 서울 집값은 15.33%(한국감정원), 10.06%(KB부동산) 상승했다. 양 기관이 통계를 조사하는 방식과 표본이 다르다 보니 5%포인트 안팎의 차이가 존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 격차가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서울 집값은 11.65%(한국감정원), 30.90%(KB부동산) 상승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 실거래가만 봐도 10% 정도만 집값이 오른 아파트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은 어느 통계가 실제와 비슷한지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정부만 모를까.

    물론 그렇게 틀린 통계라면 안 보고 알아서 행동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문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우려되는 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만든 정책은 잘못된 방향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3년 동안 속은 많은 국민이 정책을 불신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말자"면서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두 가지가 지금 다 안 되고 있다. 잘못된 숫자로 왜곡된 현실을 보는 것도 정부고, 그 숫자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국민의 체감도도 바닥이다. 한국감정원의 통계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원인인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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