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눈물 닦아주자니 ‘코로나 역풍’ 우려… 고민 깊어진 지자체들

조선비즈
  •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9.13 06:00

    최근 20일 넘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각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당분간 거리두기를 지속할 필요성이 있지만, 고사(枯死)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매출이 급감한 일부 점포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기사와는 무관) /연합뉴스
    경남도는 지난 7일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노래방, PC방 등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12개 업종의 집합금지를 ‘제한’으로 변경했다. 충남도는 지난 9일부터 노래방, PC방, 뷔페 음식점, 유흥·단란주점 등 11개 업종의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했다.

    이어 9일 대전시가 마스크 착용, 음식물 섭취제한 같은 방역수칙을 조건으로 붙여 PC방과 대형학원의 집합금지 조치를 풀었고, 세종시도 10일부터 PC방 업종의 집합금지 조치를 집합제한으로 변경,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경제 정상화를 위해 거리두기 정책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정책은 지난 2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이 정책에 따라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노래방, PC방, 유흥주점, 뷔페 음식점, 실내집단운동시설, 실내공연장 등 12개 업종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집합금지 조치는 사실상 영업중단을 뜻한다.

    일부 지자체들이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인 고위험시설의 집합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은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역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고심 끝에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는 40대 여성 A씨가 흉기를 들고 자해를 할 것처럼 소동을 벌인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2단계로 격상되면서 영업이 금지된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알려졌다. 시설 운영을 하지 못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자 항의차 시청을 방문했다가 이러한 일을 벌인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출직인 지자체장들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주축인 지역 내 민심에 마냥 귀를 닫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노래방 사장은 "최근 확진자 대부분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데 코로나 확산세가 덜한 우리 지역은 아직 거리두기 2단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국 지자체에 일률적인 거리두기 정책을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폐점한 한 상점에 임차인을 구하는 부착물이 걸려있다(기사와는 무관).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의 제한적인 영업허용 조치가 다소 성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으로까지 강도높은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했는데, 확진자 수가 적다는 이유를 앞세워 지자체들이 하나 둘씩 방역단계를 낮출 경우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0일 일일 확진자수는 176명으로 지난 6일(119명)에서 사흘 만에 약 48% 늘었다.

    김봉영 한양대 감염내과 교수는 "전국이 교통상 일일 이동권으로 연결돼 있어 전국을 일률적으로 관리하는게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자체들은 ‘코로나 방역’과 ‘지역 경제 정상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 구인·구직 포털업체인 알바천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후 상황에 대해 전국 자영업자 2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58.5%가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10.9%는 실제로 폐업했다고 답했다. 특히 집합금지 대상 업종인 12종 고위험시설 자영업자의 경우 '폐업 고려' 비율은 약 6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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