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했던 캘리포니아의 정전사태

입력 2020.09.11 16:40

미국 캘리포니아(州)주는 최근 극심한 폭염으로 전력난을 겪었다. 기온이 섭씨 38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진 지난달에는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고, 전력당국은 블랙아웃(대정전)을 막기 위해 20년 만에 순환정전을 실시했다. 그 결과 주민 300만여명이 지난달 14~15일 몇 시간씩 전기·냉방을 공급받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폭염을 이겨내야 했다.

순환정전의 원인을 놓고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캘리포니아가 지난 10년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기존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을 줄이면서 전체적으로 발전 설비가 부족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늘어난 수요를 전력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했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순환정전의 원인이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전력당국의 수요예측 실패와 송배전망 관리 부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주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국(ISO)은 발전용량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스티븐 버버리치 ISO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에도 수급이 타이트한데 폭염으로 저녁 7시 이후에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유독 취약하다"고 말했다.

특히 태양광은 해가 진 뒤에는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올 여름엔 해질녘에도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평소 부족한 전력을 인근 네바다, 애리조나주에서 수입해왔으나, 올해는 이웃 주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해 수입할 전력이 없었다.

한마디로 캘리포니아는 전력의 3분의 1을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 발전에 의존하면서도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줄 전력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정전 위기를 맞았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도 "캘리포니아 정전은 예비전력 부족과 폭염에 따른 수요 급증이 주요 원인"이라며 "공급예비력에 대한 신중한 고려없이 급진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의 순환 정전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 2040년 최대 35%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날씨나 계절 등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 설비만 무작정 늘리면 정전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심지어 한국은 1년 내내 해가 나는 캘리포니아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환경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이 더 크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태양광·풍력 출력 제한 횟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폭풍으로 인해 풍력 발전기가 쓰러지고 태양광 시설이 피해를 입는 등 재생에너지의 취약성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만 급급하고 이에 필요한 기반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캘리포니아의 정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도 전력계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해가 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 폭염, 폭풍 등의 비상 상황에도 공급할 수 있는 ‘백업전력’ 확보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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