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34) “쌀맥주 도담도담은 전통주와 섞어마셔도 좋아요."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9.11 10:31 | 수정 2020.09.11 12:48

    ‘여자 맥주 양조사 1호’ 브로이하우스(수제맥주펍)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
    대학에서 요리 전공...꿈꾸던 국밥집 프랜차이즈사업 대신, 2004년 수제맥주펍 열어
    2016년엔 벚꽃라거로 국제대회 금상 수상…"독학으로 시작한 맥주 양조,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2019년 농진청 과제로 쌀맥주 도담도담 개발...펍보다 전통주점에서 더 인기 끌어
    맥주창업 가이드 책도 펴내 "맥주 창업, 문턱 더 낮추어 청년들이 손쉽게 들어오도록 해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수제맥주 펍 ‘바네하임(Vaneheim)’은 2004년에 문을 열었다. 국내에 수제맥주 열기가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보다 훨씬 먼저 북서울 외곽에 펍을 연 것이다. 바네하임은 창업 초기부터 로컬리티(지역성)을 강조한 노원맥주를 만들어 노원구 일대 펍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했으며, 올해는 노원구청과 손잡고 노원맥주축제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노원의 대표적인 명소인 태릉의 색채를 고스란히 담은 태릉맥주(가칭)도 선보일 예정이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는 노원에서 태어나, 노원에서 줄곧 자랐다. 그래서 창업도 자기 동네인 공릉동에서 시작했다. 서울의 핫한 펍들이 강남, 홍대, 건국대 등에 즐비한 것과 달리, 바네하임은 1호점인 공릉동 업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펍을 다른 곳에 여는 대신, 작년에 경기도 남양주에 양조장(35만L규모)을 따로 마련, 사세를 키웠다. 펍 업장과 브로이하우스(맥주 양조장)을 겸한 공릉동 바네하임은 신제품 개발 위주, 남양주 양조장은 대량생산에 적합한 제품 위주로 생산역할을 나누었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브루마스터는 국내 1호 여자 맥주 양조사다. 사진 촬영 장소는 바네하임 남양주 양조장이다. /박순욱 기자
    창업 16년차인 바네하임은 다양한 실험적인 맥주를 선보였으며, 이중에는 국제대회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봄의 전령사’인 벚꽃 잎을 넣은 ‘벚꽃라거'로 2016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맥주대회 금상을 수상했다. 3년전,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국제맥주대회에서 일본 업체가 만든 벚꽃맥주 맛을 본 게 계기가 됐다. 시즌맥주인 벚꽃라거는 매년 봄이 오면 내놓는다.

    농업진흥청 과제를 맡아, 3년 연구개발 끝에 기능성 쌀이 25% 들어간 쌀맥주 ‘도담도담'을 내놓기도 했다. 김정하 대표는 "도담도담은 쓴 맛은 있지만 향은 거의 없어, 칵테일의 베이스 같은 술이라서, 도수가 높은 전통주와 섞어(혼돈주, 일명 소맥) 마시기에 좋다"고 말했다. 도담도담은 맥주 전문 펍보다는 전통주점에서 더 인기다.

    수제맥주 시장 분위기는 코로나로 인해 가라앉아 있다. 올 초만 해도 수제맥주 시장은 활기를 띄었다. 맥주 주세가 기존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세금이 30% 가량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업체들이 소비자가격을 낮추고 새로이 편의점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유통망 확대를 서둘렀다. 그러나 코로나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태원 등 수제펍들이 몰려있는 곳이 된서리를 맞았고,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매출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홈술, 혼술문화가 확대돼, 편의점 맥주 판매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네 캔에 만원'이라는 왜곡된 가격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수제맥주 회사는 몇되지 않았다. 바네하임 남양주 양조장에서 김정하 대표를 만나, 코로나 대응책을 비롯해 수제맥주 현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김대표는 국밥전문 프랜차이즈 창업을 꿈꾸기도 했으나, 우연히 맛본 수제맥주 매력에 빠져 ‘국내 1호 여자 맥주 양조사'가 됐다. 10여년 경험을 담은 ‘맥주 만드는 여자' 책을 내기도 했다.

    바네하임(Vaneheim)은 무슨 뜻인가?

    "2004년 오픈했을 때는 맥주에 대해 잘 몰랐을 때라, 맥주 하면 독일밖에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게르만 신화를 뒤져 찾은 이름이다. 바네(Vane:풍요를 상징하는 신)와 하임(Heim:땅)의 합성어다. ‘풍요의 신이 사는 땅’이란 뜻으로, 바네하임을 찾는 고객 모두가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이름을 바네하임으로 지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양조설비. /바네하임 제공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했다.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선택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도 전통조리학과를 선택했다. 학교 다닐 때, 작은 국밥집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경영학과 공부도 했다. 졸업 후 프랜차이즈 관련 회사에 취직을 하려던 차에, 우연히 수제맥주를 접하게 됐다.

    당시, 제조업을 오랫동안 해오던 아버지가, 신문에서 수제맥주 기계 광고를 보시고는 ‘광고에 나온 설비로 만든 수제맥주를 같이 가서 맛보자'고 권했다. 그때가 2002년도 말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맥주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관심도 없어서 ‘안 간다'고 몇번 말씀드렸다. 그래도 재차 권하셔서, 못이기는척 한번 따라가봤다가 수제맥주 맛을 보고 놀랐다. 기존에 알고 있던 맥주에 비해 다양한 맛도 존재하고, 탄산도 강하지 않아서, 목넘김도 좋았다. 한번 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니가 어차피 요식업을 할 생각이 있으니까.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수제맥주 업장을 경영해보면 어떻겠나'고 하셨다. 아버지가 대출도 도와주시고, 그래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2015년 서울에 들어온 독일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 과정에서 주로 배운 것은?

    "독일의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 과정은 맥주 양조를 배우는 과정은 아니다. 고객에게 맥주를 권하고 업장의 맥주 전반에 걸쳐 관리를 맡는 맥주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다.

    2004년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처음부터 맥주를 공부해서 시작한 경우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바로 맥주양조를 배워 시작한 경우다. 그래서 ‘체계적인 공부를 못했다'는 아쉬움, 아킬레스건 같은 것이 늘 있었다. 그러던 차에 독일의 유명 맥주 소믈리에 과정이 한국에 온다길래 맨 처음 등록을 했고, 차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양조 쪽에 도움을 받은 것은 별로 없다. 이 과정을 밟으며 좋았던 것은, 내가 요리를 전공했고, 나름 맥주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만들어왔는데, 이 두가지(요리와 맥주 양조)를 어떻게 접목시키면 좋을지 고민을 줄곧 해왔는데, 이런 고민을 소믈리에 과정 이수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양조자들은 맥주를 마실 때 늘, 결점(이 맥주는 어디에 문제가 있나?)부터 찾게 마련이다. 왜냐면, 문제점부터 찾아내야 그 문제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저런 맥주대회에 나가 심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맥주 마실 때 즐겁지가 않았다. 그냥 편하게 마시지 못하고, 문제점부터 찾아야 하니까. 그런데, 소믈리에 과정을 다니면서 좀더 맥주를 기쁘게 마실 수 있게 됐다. 맥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맥주 만들기는 2004년 창업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나?

    "독학으로 맥주 만들기 시작했다. 들여놓은 수제맥주 설비기계 회사에서 기계 작동법과 레시피를 가르쳐주었다. 국산 설비였다. 그런데 그 회사는 사실, 맥주 양조를 잘 아는 회사가 아니었다. 원래 두부 만드는 설비를 제조하는 회사였다. 맥주보다는 두부 전문가였다. 그런데, 수제맥주 시장이 열릴 것이란 걸 알고, 중국을 통해 수제맥주 설비 제조를 배워와, 한국에서 설비를 만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 기계는 가격이 싼 반면에 기계 자체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당시, 독일, 미국산 고가의 설비도 있었지만, 자금력이 없는 우리같은 자영업자로서는 고가의 외산 장비를 살 엄두를 못냈다.

    맥주 양조는 초보이지만, 대학에서 요리를 배운 나로서는 그 회사에서 준 매뉴얼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기계 세척 매뉴얼도 납득이 안갔다. 맥주 양조 공정을 감안하면, 세척할 곳이 이곳저곳 많은데, 매뉴얼에는 세척하라고 알려준 곳이 그중 일부분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장비 분해도 해보고, 독학해서 설비 관리법을 터득했다.

    그러던 중 독일에서 양조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철 교수가 도움을 줬다. 예를 들어, 수율이 너무 높아 발효 과정의 맥주가 탱크에서 넘쳐나기가 일쑤였다. 흘러넘친 맥주만큼 낭비였다. 그래서 레시피를 조절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만 해도 수제맥주 양조를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이 없었다."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든다는 자부심은 언제?

    "독학으로 맥주를 만들면서, 지인이나 소비자들은 ‘이집 맥주 맛있다'고들 하시지만, 나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가 과연 제대로 된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는게 맞나?’하는 의구심을 늘 갖고 있었다. 이런 의구심을 떨쳐버리게 된 계기가 2016년에 처음으로 국제맥주대회(일본)에서 금메달을 받았을 때였다. 벚꽃라거로 수상했다. 내가 만든 맥주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게 그때였다."

    여자 맥주 양조사 국내 1호다. 여자인 장점이 있는가?

    "요리를 전공한 점은 도움이 됐다. 여자 형제가 많아 어릴 때부터 부엌에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했던 것들이 맥주 양조에 부담감을 많이 없애줬다. 어차피 양조도 국자 들고 하는 거니까 만지는 기계가 커졌을 뿐이지, 두려움은 없었다. 중장비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맥주 양조도 요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쉽게 맥주 양조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본다. 어릴 때 주방이 익숙했듯이, 처음 접하는 수제맥주 설비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 또,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맥주 양조의 문제점, 맛 등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었다.

    또, 요리를 전공했기 때문에 식자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지 않았을까 싶다. 맥주를 시음하고, 말로 표현하는 것도 남들보다는 좀 더 유리했을 것이다. 맥주의 맛을 표현할 때 식재료를 기준으로 많이 설명을 하게 되는데, 나는 남들보다 알고 있는 식재료들이 많았기 때문에 맛을 표현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는 좋았다."

    다음은 바네하임의 주요 제품에 대한 김정하 대표의 설명이다.

    바네하임의 수제맥주들. 펍의 탭과 연결해 맥주를 바로 따라 마실 수 있는 케그와 병 형태로 나온다. /바네하임 제공
    ◇프레아 에일
    스타일은 세션 스타일(다소 가벼운 느낌의 테이블 비어)의 맥주다. 기존의 맥주들이 갖고 있는 향, 쓴맛 등이 다소 연한 버전으로 나온 제품이다. 가볍게 마시는 와인을 테이블와인이라고 하듯이 이런 맥주는 테이블맥주라고 한다. 수제맥주치고는 알코올 도수(4.5도)도 좀 낮다. 바디감도 가벼워서 여러 음식과 매칭이 쉽다. 쓴맛이 거의 없어, 라거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에일맥주다. 파인애플, 복숭아, 비스킷 향이 느껴진다. 프레아는 고대 게르만어로 군주를 뜻한다. 판매 1위 맥주다.

    ◇노트 에일
    세션 스타일의 스타우트 맥주다. 가벼운 흑맥주. 커피같은 편안한 맥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기존의 흑맥주를 ‘너무 진하다'며 싫어하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맥주다. 바베큐에도 잘 어울리고, 티라미슈, 브라우니 같은 디저트와도 궁합이 맞다. 커피, 카카오, 견과류 향이 나며, 약한 산미와 쓴맛이 있다.

    ◇도담도담
    스타일은 히스토리컬 비어(특이한 원재료를 사용한 맥주)에 속한다. 기능성 쌀을 25% 정도 넣었다. 나머지는 몰트. 사용한 쌀은 일반 쌀이 아니고, 양조용으로 가공이 용이하고 식이섬유가 함유된 기능성 쌀이다. 칵테일 베이스(보일러 메이커-증류주 혼합용 맥주)가 되는 맥주로, 아로마 향기가 거의 없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소주 같은 고도주에 타서 섞어 마시면 더 좋다. 증류식 소주와 섞어 마시기 좋도록 쓴맛은 약간 있다. 쓴맛을 준 이유는 두가지다. 한식과 페어링도 해야 되고, 단맛이 있는 고도주에 섞어 마시도록 고안했기 때문이다. 쌀에서 나오는 은은한 조청의 단맛도 있다.

    도담도담 만든 계기는?

    "쌀 소비촉진을 위한 농업진흥청 과제로 만든 맥주다. 사실, 맥주의 주원료인 몰트는 거의 수입에 100% 의존하고 있는터라 국산 원료를 쓰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던 터라 쌀맥주 개발 과제를 맡았다. 최대한 한국형 맥주로 만들고 싶었다. 라벨 디자인(전통 한옥의 기와 지붕)도 처음부터 그런 고민을 해서 만들었다. 이 맥주는 영업하러 다닐때, 수제펍이 아니라 전통주점을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 전통주와 섞어 혼돈주(폭탄주)로 마시기가 좋은 맥주다. 2년여 개발 끝에 2019년 4월에 나왔다.

    처음에 수제펍에 이 제품을 갖고 가니 ‘아로마 향이 왜 없냐?'며 부정적이었다. 이 맥주는 칵테일의 베이스로 개발한 것이어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아로마 향기를 최대한 낮추었는데, 이걸 선호하지 않더라. 기존의 펍들은 미국식 수제맥주에 익숙해 시트라 홉 많이 들어가는, 쌉싸름한 맛과 향이 도드라진 맥주를 선호했다. 이러니 향이 담백한 도담도담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래서 전통주점으로 영업타겟을 바꾸었다. 미슐랭 2스타식당 권숙수, 전통주점인 백곰막걸리 등에 들어가 있다."

    ◇벚꽃라거
    2016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맥주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제품. 워낙 라거를 좋아했기 때문에, 또 수제맥주 시장에 라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만든 제품. 2013년 일본에 맥주대회 심사를 갔던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 업체가 만든 벚꽃맥주를 마셔봤는데, 생각보다는 맛이 없었다. ‘한국에도 벚꽃이 많은데, 한국의 색채가 담긴 벚꽃맥주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3년을 연구해서 만들었다. 라거치고는 도수(5.5도)를 좀 높게 만들었다. 좀 더 화사한 맛을 내기 위해 몰트 선택에도 신경썼다. 에일 느낌도 살짝 나는 라거 제품이다. 가벼운 단맛이 여운으로 느껴진다. 봄 시즌에만 판매한다.

    한국 맥주 시장이 외국과 다른 점은?

    "한마디로 ‘만원에 네캔’을 들 수 있다. 가격을 편의점 같은 유통업체가 정해버리고 이 가격을 맞출 수 없는 제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바네하임 제품은 편의점 등 소매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또, 하나 특이점은 소비자들이 너무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입맥주 업체들도 한국시장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본 베이스라인(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 안 나가고, 신제품만 판매가 잘 된다는 점이다. 늘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수제맥주 시장도 마찬가지다."

    브루어리(양조장)가 서울 공릉동과 남양주 두 곳에 있다. 제품 생산 분담은?

    "생산규모가 작은 공릉동 업장은 앞으로 신제품 위주로 생산할 것이다. 특이하고 실험적인 맥주들을 주로 만드려고 한다.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제품 위주로 양조할 방침이다. 반면에, 양산체제인 남양주 양조장은 기본라인을 꾸준히 생산할 것이다."

    바네하임 공릉동 영업장 내부 모습. 노원구의 대표적인 맥주 펍으로 자리잡았다. /바네하임 제공
    국제대회에서 수상을 여러번 했다. 그 의미는?

    "2013년만 해도 수제맥주가 법 규제로 해외로 반출되지도 못했으니, 국제대회 출품 길 자체가 막혀있었다. 그 이후 공청회에서 내가 문제제기를 했고, 국제대회 출품 조건으로 해외반출이 허용됐다.

    국제대회에 출품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내가 만드는 맥주를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맥주를 만들었고, 지인이나 소비자들은 내가 만든 맥주에 좋은 점수를 매겼지만, 나를 모르는 전문가들은 과연 내 맥주를 어떻게 평가할까가 늘 궁금했었다. 이런 점에서 국제대회 출품은 내 맥주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내 맥주를 개선시킬 계기도 된다는 점이다. 국제대회 출품작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이 보완점도 지적하게 돼있기 때문에, 지적사항(심사위원 피드백)을 받아들여 품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

    김정하 대표는 2017년 한국증류주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했다. 국내 최고의 증류주 전문가인 이종기 원장(오미나라 대표)가 개설한 교육과정으로, 위스키를 비롯해 증류주 전반에 대해 양조 등을 배우는 과정이다.

    증류주 양조 아카데미를 이수한 이유는?

    "증류주 아카데미를 이수한 첫번째 이유는 가을, 겨울 매출을 어떻게든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맥주 비즈니스는 봄, 여름에 비해 가을, 겨울 매출이 현저히 낮다. 정신없이 바쁜 여름에 힘들게 벌어서 일이 없는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너무 괴로웠다. 매출이 한달에 3000만~40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겨울에 직원을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평균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 고민했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고알콜을 드시니까, 그래서 맥주와 원료가 같은 비싼 몰트 위스키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실제로 외국의 맥주 양조장들은 소규모 증류소(위스키 생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스키를 잘 모르니까, 우선 배우자고 한 것이다. 마침 한국증류주아카데미가 생긴다고 해서 2017년도에 증류주 과정을 이수했다."

    그럼, 바네하임 위스키가 나오는 건가?

    "지금은 다소 완화가 됐지만 위스키를 만들려면, 우리같은 소규모 업체는 엄두를 내기 힘들만큼 많은 양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어야 했다. 최근에는 증류기를 갖고 있는 업체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내년쯤에는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농업법인을 따로 차리는 것은 너무 일이 많아서 힘들것 같아 아웃소싱쪽으로 고려하고 있다."

    바네하임 김정하 대표가 란드 에일을 잔에 따르고 있다. 거품이 풍성하다. /박순욱 기자
    ‘맥주 만드는 여자’, 책 출간 계기는?

    "나에게 창업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004년에 창업했으니, 이 시장에선 제법 고참이 됐기 때문이다. 사업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인데, 그런데 많은 분들이 종자돈을 갖고 창업에 도전하고는, 실패를 많이 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 우리 매장에서 3년 일한 주방 세프도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전폭적인 지원까지 했는데. 일년도 안돼 매장을 남에게 넘기고 그만뒀다. 체중도 20키로나 빠지더라. 그 실패 이유가 창업이 내 맘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새로 창업하려는 분들에게, 지속가능을 위한 창업이 되도록 마음가짐을 갖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책을 냈다."

    노원맥주 등 로컬리티(지역성)를 강조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나고 자라 이곳이 가장 익숙하다. 그래서 여기 공릉동에서 시작을 했고, 우리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계속 이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들을 위한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 중이다. 노원구청장에게도 요청을 했다. 노원맥주를 만들테니, 노원맥주축제(행사명:경춘선 야행)를 열어달라고. 현재는 코로나로 행사가 10월 9~10일로 연기된 상태다.

    앞으로는 로컬리티를 강조하는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다. 지역 이동을 제약받는 코로나 때문에 시장의 판도가 점차 바뀌고 있고, 지금은 지역에서 작게나마 잘하는 업소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래 술은 양산하면 맛이 없어진다. 지역에서 소규모로 조금씩 맛있는 술을 만들어 지역 범위 안에서 유통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대량생산, 먼 거리 유통을 신경 안쓰고 내가 만들고 싶은 술을 만들 수 있는 게 지역업소의 매력이다.

    앞으로는 로컬리티를 창출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다. 좀더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 한국적인 색채와, 지역적인 개성을 제품에 담으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에 태릉의 색채를 전부 녹여넣은 신제품도 내놓을 작정이다. 가칭 ‘태릉맥주'. 노원맥주는 노원 지역민에게 저렴하게 맥주를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노원지역 펍에도 많이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에 출시할 맥주는 태릉의 색채를 녹인 제품이 될 것이다.

    지역의 소규모 업장 활성화 차원에서, 지금 소규모 브루어리 생산 하한선인 5kL(킬로리터)도 아예 없애 달라는게 내 주장이다. 5kL 생산 설비를 갖추려면 최소한 1억의 종자돈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제약이 청년들의 도전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이 시장에 진출해 있는 분들 중 일부는 문턱을 낮추면 안된다고 하고 있어, 의견이 다르다. 선배들은 후배들이 편하게 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주 생산 하한선을 다소간 낮추는 대신, 지역쌀이라든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를 쓰게 한다든지 해서 지역과 청년창업 둘 다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확대로 맥주펍들이 영업에 지장이 많다. 대응책은?

    "대응책을 여러가지로 강구 중이다. 우선, 픽업 전문 매장을 공릉동 바네하임 브로이하우스 1층에 새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는 1, 2층을 모두 영업장으로 쓰고 있는데. 1층은 고객이 테이크아웃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작정이다.

    혼술, 홈술이 일반화되면 고급술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보고, 맥주와 증류주를 한데 모은 세트제품도 새로 내놓았다. 이른바 혼돈주 세트다. 칵테일의 베이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쌀맥주 도담도담과 삼해소주(서울의 대표 증류주), 도담도담과 문경바람(사과증류주) 혼합 세트 제품을 업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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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욱의 술기행] (26) “후추, 생강 넣은 막걸리 맛, 궁금하지 않나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5) “맥주, 와인 같기도 한 막걸리, 한번 맛보세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4) “공기 통하는 옹기에서 숙성한 화요는 쓴맛 없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3)”식초 넣어 만든 별산막걸리, 최고상 받았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2)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받은 스퀴즈브루어리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21)대한민국주류대상 최고상 받은 산머루와인 ‘비원퓨어'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20)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만든 과하주, 이제 사계절 즐겨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19) “좋은 술은 정직한 재료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들어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18) 전통주점 인기 1위 술은 ‘탄산 막걸리’인 이화백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7) “세종대왕께 진상한다는 정성으로 술을 빚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6) “전통누룩 제대로 쓰지 않은 술은 우리 술 아니죠"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⑮ “누룩 냄새 안나는 '한국형 사케' 새로 만들었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故배상면 회장의 마지막 역작… 딸이 이어받아 우리술 대상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⑬좋은술 이예령 대표 “조선시대 탁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박순욱 기자
    세계 최고 와인 평론가에 '100점' 받은 와인의 정체 박순욱 선임기자
    감미료 없어 숙취 없는 이 막걸리… 목넘김도 비단결 같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⑩삼해소주가 김택상 명인 “10년 이상 숙성시킨 위스키보다 부드럽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⑨우리술 박성기 대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막걸리 만한게 있나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⑧바이올리니스트가 만든 '황매 매실주' 맛은 어떨까?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⑦정준하의 새로운 무한도전, ‘전통주 소믈리에’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⑥30대 청년 넷, 서울쌀로 '무감미료 막걸리' 만들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⑤전국 최대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전통술의 박물관 역할하고 싶어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④논산, 평택의 명품 막걸리 주조 현장을 가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③9년만에 매출 100배 키운 지평주조 박순욱 기자
    '카스:테라' 전쟁 시작… 테라, 39일만에 100만 상자 팔렸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① "佛에 수출한 한국 스파클링 와인 아세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33) “감미료 넣지 않은 프리미엄 장수막걸리, 곧 나옵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35) “순향주는 여주쌀로 다섯번 담금으로 빚은 귀한 술입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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